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블로그에서 글씨 이야기를 한다는 게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직업상 글씨를 많이 써야 한다거나 저처럼 필기 도구로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중요한 내용을 생각을 정리하면서 쓸 때는 컴퓨터에 쓰기보다 직접 쓰는 편입니다. 키보드로 따닥거리면 생각이 정리가 잘 안되더군요. 저는 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 녀석인 듯...

어제 문득 생각할 거리가 떠올라서 A4지에 끄적이다가 유난히 글씨가 잘 써지더군요. 그래서 A4지를 낙서로 채우다가 문득 글씨를 잘 쓰는 노하우는 무엇이 있을까? 재미있겠다 싶어서 포스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글씨를 잘 쓰니 배우세요!'라는 식의 글은 아닙니다.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이 명확히 우열을 가리거나, 점수를 매기듯 계량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신이 아무리 잘 쓴다고 생각하더라도 어떤 이의 글씨를 보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죠. 글씨를 자주 쓰시는 분이라면 보시고 이 점은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하시면 얻어가시면 되는거고, 이건 아니다 싶거나 더 좋은 노하우가 있다 싶으신 분은 댓글 달아주시면 제가 얻는 거고 말이죠.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글씨를 다른 사람이 읽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남에게 보일 필요가 있는 글씨를 잘 쓰는 것은 확실히 득이 될지언정 실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을 첫인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글씨는 조금 다릅니다. 말이나 외적인 꾸밈은 한두번의 만남에서는 숨기기 쉽지만, 글씨는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바꾸기 쉽지가 않기 때문이죠.

아래 방법들은 제가 생각해본 글씨 잘 쓰는 노하우들입니다. 이 방법들은 혼자 끼적이는 글씨가 아니라 다른 이에게 보일 필요가 있는 글씨를 쓸 때, 또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한글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전제합니다.(하지만, 한자를 비롯하여 영어 알파벳이나 다른 문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 線正直心正

'선이 바르면 마음이 바른 것이다.'라는 뜻 정도가 될 듯 합니다. 무슨 책에 저런 말이 있어서 인용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께서 책상 줄이 비뚤어져 있을 때마다 이 말씀을 칠판에 쓰시면서 혼내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선생님께서도 제자 한 명이 저 말을 엉뚱하게 이런 데 갖다 붙일 줄은 생각도 못하셨을 듯 하네요.

저는 저 선생님의 말씀에 '線正直心正, 心正直線正'이라고 덧붙이고 싶네요. 서예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일상 생활에서 바른 마음이 바탕이 되어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글씨에서 바른 마음이 나오는 거고요.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손에 꼽는, 훌륭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은 나름 글씨를 잘 쓰는군요.

약간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제 친구 중에 정말 만화나 캐릭터를 잘 그리는 녀석이 있어서, 만화를 잘 그리는 방법에 대해 잠시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 그녀석이 대뜸 A4지에 직사각형을 그려주더니 그 사각형을 자로 그은 듯이 반듯하게 수평선, 수직선, 대각선으로 채우라더군요. 글씨를 쓰는 법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른 선에서 바른 글씨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2. 예쁘다고 생각하는 필체나 폰트가 있으면 구조를 유심히 관찰한다

이 점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폰트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궁서체를 꼽겠습니다. 그렇다고 궁서체로 써야만 가장 예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초성, 중성, 종성의 이상적인 배열과 구조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글씨체가 궁서체라는 말입니다. 저는 또 한글 프로그램의 테나무체를 좋아합니다. 귀여우면서 품위가 떨어지지도 않아서 공식적인 필체로 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2번은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구요. 글씨에 자신이 있으신 분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를 더 중시하시겠지요. 하지만 내공이 부족한 저같은 경우는 예쁜 글씨체를 보고서 몇몇 스타일은 제 필체에 접목시키기도 합니다.

3. 필기도구에 강약의 힘을 주며 글자를 쓴다

이렇게 하면 글자에 볼륨감이 있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글자들이 S라인이 된다고 할까나... 이렇게 자유자재로 힘을 주기에 가장 좋으면서 실용적인 필기도구는 아무래도 연필과 만년필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일반펜도 가능은 합니다만, 연필이나 만년필만 못한 듯 합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는 거의 모든 선생님들께서 연필로 글씨를 쓰게 하시고 샤프를 쓰면 혼내셨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샤프로 글씨를 쓰면 힘을 주기가 어려워 예쁜 글씨체를 발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예쁜 글씨를 쓰는데 있어 필기도구에 주는 힘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선 예쁜 글씨만큼 속도도 중요하지요. 손가락의 힘과 속도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듯 싶습니다.

또한 샤프는 힘을 주기 어려워 볼륨감 있는 글씨를 쓰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필기도구를 용지에서 45° 정도 기울여 사용하기 때문에 샤프로 글씨를 쓰다보면 샤프심이 사선으로 닳게 됩니다. 말하자면 단면이 원에서 타원형이 되는 건데요. 이 면의 날카로운 부분과 뭉툭한 부분을 이용하여 약간의 힘을 넣고 빼면서 글씨를 쓰면 무려 궁서체와 같은 글씨를 쓸 수도 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굉장히 신경쓰이고 글씨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보이시겠지만, 숙달되면 거의 의식하지 않고 샤프를 약간씩 돌려가면서 글씨를 쓰는 자신을 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4. 자음을 대충 갈겨쓰지 않는다

제 경험으로는 특히 ㄹ, 그외에 ㅈ,ㅊ,ㅍ,ㅎ등을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ㅁ을 세모처럼 쓰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쓰면 글이 전체적으로 예뻐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이 그 글자를 확인하려다 보니 읽는 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5. 자음, 모음의 크기 조절로 느낌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제 경험으로는 글씨를 못쓰더라도 초, 종성(그러니까 자음)을 비교적 크게 쓰면 글씨가 전체적으로 귀여워 보이고, 중성(모음)을 힘있고 길게 쓰면 어느정도 품위있어 보이더군요. 그러니까 나이가 어리다면 전자의 방법을 택하면 되겠고, 어느정도 나이가 있으시다면 후자를 택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정상적으로 자음 혹은 모음을 부각시키라는 뜻이 아닙니다. 직접 연습해보시고 조절하시다 보면 이 말 뜻을 이해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6. 대외용 필체와 속기용 필체를 각각 개발해두면 좋다

3번의 대안으로 전 이 방법을 씁니다. 저에게는 시간을 희생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거나 윗사람들에게 쓰는 글에 사용하는 필체, 일상 생활에서 가독성과 속도 사이에서 타협을 보아야 할 경우 사용하는 필체, 속도를 중시하여 거의 저만 알아볼 수 있는 필체,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세 필체를 찍어 올리고 싶지만, 남에게 자랑할 만한 명필은 아닌지라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ㅡㅡ;;

7. 글자도 중요하지만, 글씨가 파도를 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줄이 없는 용지에 글씨를 쓰다보면 글씨가 위, 아래로 파도를 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글자 하나하나를 예쁘게 쓴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잘 쓴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엔 차라리 가이드라인이 있는 용지에 글씨를 쓰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손 전체로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필기도구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나 난감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좋은 지침이 있더군요. 링크합니다.



8. 용지를 15~20° 정도 비스듬히 하고 쓰는 것이 좋다

이렇게 글씨를 쓰면 쓰기에도 편할 뿐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가 기울임 효과를 준 것 같이 보입니다. 기울임 효과가 나니 다소 글자를 못쓰더라도 예뻐보이더군요. 단, 주의할 점은 가이드라인이 없는 A4지 같은 곳에 글씨를 쓸 경우 글씨가 7번과 같이 파도를 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라인이 점점 올라가거나 점점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저는 종이를 가능한 한 어깨 기준으로 팔 쪽이 아니라 머리 쪽으로 가까이 두어 쓰는데요. 용지가 눈에 가까울 수록 오차를 줄이기 쉬운 것 같습니다.

9. 필기 도구를 잡는 손가락의 위치를 가능한 한 어린 나이에 바로잡는다

이것은 제가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보통 엄지와 집게 손가락이 필기도구 끝부분을 잡아야 바른 방법이라고 하던데, 저도 고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이미 먼저 방법이 습관이 된지라 속기하려면 불편해서 자꾸 실패하게 되더군요. 솔직히 보통 말하는 바른 방법으로 써야만 더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 시절, 엄청나게 글씨를 써대다 보니 제 방법은 손가락 마디에 굳은 살이 많이 박히더군요. 명필보다는 다필을 위해서라도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항목도 있고, 너무 저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닌가 싶은 항목도 있네요. 하지만 어차피 저를 위해서도 한번은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투자할 것들이 참 많은 세상인지라, 점점 사용할 일이 적어지는 글씨를 잘 쓰는 노력같은 건 점점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같이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글씨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씨처럼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따르는 것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명필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성이 깃든 자신만의 글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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