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오늘은 정말 단 한줄이라도 끼적여볼까 하다가도, 근래 들어 유난히 낯선 입력창을 잠시 들여다보다 그냥 끄곤 했습니다. 오늘은 편하게 마음먹고 그냥 일기를 써볼까 해요. 개인적인 이야기는 발행을 안하려고 설정해 두었었는데, 너무 업데이트를 안한지라 이 글은 그냥 발행하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제게는 나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계라도 제대하고 몇 년 동안 거의 분신처럼 들고 다닌지라 정이 많이 들었던 녀석을 떠나보내고, 새 녀석을 맞이했습니다. 역시 스카이에요. 팬택으로 넘어가고 별로 안좋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딱히 맘에 드는 다른 게 없더군요. 프라다폰에 잠깐 혹하기도 했지만 아시다시피 전 명품 주의자는 아니라서... 안그래도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템에 생돈을 8~90만원이나 쓰고 싶은 생각은 안들었어요.

미투 친구였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회사일 때문에 부담 백배에다가 주말까지 상당수 자진 반납할 정도로 무척 바빴었는데, 아직까지는 다행히 경과가 좋습니다. 얼마 전에는 쪼~기 윗분으로부터 지금처럼만 하라는 칭찬까지 들었어요. 어쩌면 제 인생 계획이 한 2~3년 앞당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에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참 다행입니다.

제 블로그엔 참 일관성 없는 소재들이 중구난방으로 뒤섞여 있지만, 제 나름대로는 일관성을 가지고 선택한 소재들이라고 강변해봅니다. 블로그를 들를 때마다 어쩌면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블로그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단 한 사람을 기리고픈 공간이었거든요. 하지만 정작 그런 이야기는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지금도 비공개로 많이 잠들어 있지요.

얼마전에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메타 사이트에서 제 블로그 정보를 모두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 자체는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중입니다. 이유는 노래 하나로 대신할까 해요. 결국 생긴대로 말만 번지르한게 맞았던 싸이 목소리가 들어가 있어서 조금 맘에 안들지만, 딱히 다른 노래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부질없다면 부질없는 것이 온라인상의 인연이라지만, 만약 아쉬운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제가 기억하는 한 이웃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에게 한 분, 한 분 블로그로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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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29 12:26 공지]

TNC측에 불필요한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글의 상당 부분을 삭제합니다. 글을 발행하고 댓글이 달리는 순간 제 글이 저만의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더 큰 원칙에 따라 삭제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새벽 건은 분명 TNC 측이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사과까지도 바라지 않습니다. 이올린 측은 공지사항란에 도대체 최근 추천글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누구나 납득할 만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윗 스크린샷에 보면 여섯 개의 글 모두 많은 추천이나 북마크가 달린 것도 아닙니다. 일부 글의 경우 조회수조차도 그리 많지 않지요). 이올린의 존재 이유는 정말 블로거들에게 유익하고 알찬 포스트를 소개하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선정적이고 관심을 끄는 제목과 내용들로 트래픽을 증가시키기 위함입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성의있는 답변이 아닐 경우, 최악의 선택으로 정통부에 오늘 새벽에 찍은 페이지 전체 스샷과 함께 신고할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부 측에서 대응을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포털 사이트의 음란 게시물 때문에 정부 측 신경이 곤두서 있을텐데 저 역시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덧. 윗 글에 언급된 블로거 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자칫 인신 공격이 될 것 같아 생략합니다만, 부디 도의적인 책임은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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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침해 문답

L. Log 2007. 2. 26. 22:00
NaCl님블로그에서 업어왔습니다. 가져와놓고 하려니 저와 나이상 안맞는 질문도 언뜻 보이지만, 캐릭터가 이쁘더라고요^^ 게다가 NaCl님과의 친목 차원서 일단 해봅니다. 늦어서 죄송 ^_^;;


문답에 사용한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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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 양극화라는 괴물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면서 올블로그의 개편 역시 그와 비슷한 안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잡담을 쓴 적이 있다(내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아 결국 비공개로 놔뒀지만).

올블로그와 메타블로그, 웹 2.0의 신화

최근의 올블과 관련해서 가장 동의하고 공감하는 글 중의 하나.

하지만 나는 언제나 시스템보다는 운영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는 정녕 양극화를 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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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펜님의 가난의 본질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에 남긴 댓글을 옮겨본다.

부의 불균등이 건강, 교육 등의 보다 근본적인 불균등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 저도 이것이 가난한 자의 꿈을 꺾는 진정한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은 그럴듯한 이 괴물은 기득권자들에게 낮은 확률의 역전의 기회도 뺏기지 않을 무슨 결정적인 보구를 선사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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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L. Log/나만의 지식 KIN 2007. 1. 28. 21:15
이 글은 luxury라는 단어에 대한 언어학적인 고찰이 아니라, 개인적인 흥미에 따른 단상임을 미리 밝힙니다. 하지만 포스트에 오류가 있다면 정정 피드백 기꺼이, 고맙게 받겠습니다.

예전에 자주 갔던 레스토랑 중에 '럭서'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있었다. '럭서? 럭서가 뭘까?' 잠깐 궁금해하다가는 잊어버리곤 했는데, 왜 그 레스토랑의 인테리어가 이집트 풍인지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바보... 고등학교, 대학교 초학년 그런 시절이라 그런 것 생각할 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후에야 우연히 그 레스토랑의 간판을 제대로 보았고 그제서야 간판에 영단어로 Luxor라고 써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그때까지 그 레스토랑의 간판은 한번도 보지 않고 럭서 하면 어느 건물, 몇층으로만 알고 있었던 거다. OTL...

얼마전 친구와 럭셔리함에 대한 심오한(실은 머리는 비었고 겉멋만 든 사람 흉보는...ㅇㅇ;;) 대화를 나누다가 luxury라는 단어가 혹시 이집트의 도시 Luxor(룩소르)에서 나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영영 사전에서 찾아본 luxury의 어원은 라틴어 luxuria이다. 그런데 자세한 점은 좀더 찾아봐야 하겠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생각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동방에 있는 오리엔트 문명, 특히 이집트 문명에 항상 열등감 내지는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각주:1]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그리스인들의 탐욕스러움에 대해 넌지시 언급한 바 있지만, 그리스와 로마인들에게는 저 빛나는 태양의 이집트 문명이 사치스러움과 부유한, 그저 정복과 약탈의 대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문명이 꽃피던 룩소르라는 도시를 그저 럭셔리한 도시로밖에 볼 수 없지 않았을까?

고도의 문명을 물질적인 부유함의 잣대로로밖에 판단할 수 없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후예들인 서구인들에게서 탄생한 저 자본주의가 물질 만능 주의를 낳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수량화하고 물질로밖에 재단할 수 없는 사고방식, 보이지 않는 머리에 든 것보다 보이는 외모와 겉치장에 충실하는 경향. 이런 것들이 과도함(excess)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luxury라는 단어에 녹아있는지도 모른다.
  1. 이점은 그리스 신화의 이오의 이야기나, Europe(유럽)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에우로파 등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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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결 줄었지만 연설, 강연이나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와 관련하여 요 며칠 사이 정말 공감이 딱 가는 포스트 두 개를 발견했다.

#1

저 포스트 링크의 기조연설 관련 책 출판사 리뷰에 나오는 "프레젠테이션, 하나의 완벽한 드라마로 만들어라" 부분은 내가 평소 지론처럼 여기는 점이다. 정보를 제공하되 너무 지루하거나 딱딱해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해서 주의를 잡는데 치중하는 나머지 주제를 벗어나거나 품위가 떨어지면 안된다. 예술을 창작하듯 - 비발디의 사계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각론적으로 특히 공감이 가는 항목들은 컬러로 강조한 부분이다.

Chapter 01 오프닝을 장악하라
Chapter 02 큰 그림을 먼저 이야기 하라
Chapter 03 옛 것을 비난하지 마라
Chapter 04 프레젠테이션은 구조가 핵심이다
Chapter 05 나를 위한 무엇이 담겨 있는가?
Chapter 06 믿게 만들려면 입증하라
Chapter 07 즐거운만큼 성공한다
Chapter 08 현장에 제품을 가져가라
Chapter 09 현명하게 비교하라
Chapter 10 가격을 제시하는 특별한 스킬
Chapter 11 차트는 숫자가 아니라 그림이다
Chapter 12 제3자를 통해 보증을 받아라
Chapter 13 뉴스가 될 만한 것만 이야기하라
Chapter 14 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한다
Chapter 15 청중의 신발을 신고 보라
Chapter 16 멀티미디어를 정복하라
Chapter 17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스킬
Chapter 18 가장 좋은 것을 마지막에 보여 줘라
Chapter 19 열정이 없으면 실패한다
Chapter 20 항상 되짚어 주고, 요약하라
Chapter 21 프레젠테이션은 드라마다
Chapter 22 보너스는 언제나 기분 좋다
Chapter 23 감동적인 마무리를 준비하라
Chapter 24 청중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라
Chapter 25 파워포인트를 다시 생각 한다
Chapter 26 스티브잡스와 빌게이츠의 프레젠테이션
Chapter 27 세상에 너무 많은 리허설이란 없다
Chapter 28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남긴 것
Chapter 29 마지막 이야기

#2

결론부터 짧게, 그리고 중간보고를 하라. 제가 예전에 '보고'에 대해 경제노트에 쓴 글의 요약입니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중견기업의 CEO로 있는 친구가 정해놓고 실행하고 있다는 보고의 몇가지 원칙을 소개한 글이 있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라. 단문으로 이야기하라. 한 장으로 요약하라." 보고를 위한 보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성과를 내기 위한 보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되려면 반드시 지켜야할 보고의 원칙. "결론부터 짧게, 수시로 중간보고를 하라"라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보고할 때 중요한 점이지만, 연설이나 프리젠테이션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3
윗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특히 중요시하는 점들을 꼽자면
  1. 명문에서 좋은 강연, 연설이 나오며, 또한 당일의 자신감을 준다. 원고를 세심하게 준비하라.
  2. 리허설 또는 연습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심한 경우 원고를 외울 정도로까지 준비해야 하지만 결코 세세한 표현까지 외워서는 안된다. 그런 것들은 그날의 순발력에 맡겨라.
  3. 품위있는 언어는 연습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소의 언어 습관이 중요하다.
  4. 연습할 때는 연습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 믿어야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준비는 70% 그 날의 환경, 컨디션과 순발력이 30%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 30%를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5. 청중을 지루하게 해서는 안되며, 반대로 흥미를 끄는 나머지 품위를 떨어뜨려서도 안된다. 시간 내내 하품이나 폭소보다는 미소를 띠게 해야 한다.
  6. 청중의 귀만큼이나 눈을 즐겁게 해야 한다. 꼭 시각적인 자료만이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지 않은 표정과 몸짓으로도 가능하다.
  7. 연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요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청중의 머리 속에 개략도를 그려주어야 한다. 또한 요점이 너무 많으면 안된다.
  8. 시간을 남기면 남겼지 초과해서는 안된다. 그 실수 하나로 그 시간을 위한 수많은 준비와 그 날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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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블로그에도 가뭄에 콩나듯 정치 이야기를 쓰곤 한다. 솔직히 관심도 별로 없고 잘 모른다. 내가 정치 이야기를 끼적이는 경우는 '아.. 저 인간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치가 떨리거나, 무엇인가를 배울 때가 있을 경우(대부분 타산지석이니 문제지만), 두가지인 것 같다.

올 연말이 되면 온 동네가 정치 이야기로 지겹게 시끄러울 테니, 연초에 미리 화풀이하고 그때 잠잠하련다.

#2.1
예전 대학생 시절에 지극히 사적인 용무로 경복궁역 근처 조선일보의 한 사무실을 몇 번 드나든 적이 있다.[각주:1] 그 몇 번 중에 한 번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날이었다. 사무실에서 대부분이 윈도우 쪽으로 다가가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행렬을 바라보면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허허,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제 빨갱이 세상이 되겠구먼...

시간이 꽤 지난 일이지만 정말 충격적이어서 조금의 부풀림도 없이 똑똑히 기억하는 두마디다. 몇 번 언급했다시피 난 그때나 지금이나 노무현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왕 대통령이 된 마당에 국가를 위해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머리 허옇게 센 어르신들은 대통령이 청와대에 채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노무현 탓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기왕이면 강자보다는 약자를 응원하는 평소 성향처럼 노무현 지지자도 아니면서 마음 속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편들었다. 그때 이미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이딴 식으로 나올 줄 알았지만, 정말 이딴 식으로까지 할 줄은 몰랐다.

#2.2
백년 가는 정책 정당을 만들겠다누구의 말이 무색하게 열린우리당이 창당한지 몇년이나 지났다고 만약의 경우 세갈래로 찢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코미디도 이런 블랙 코미디가 없다. 계파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포부는 어디로 갔는지 위기가 닥치자 사수파니 김근태 계열이니 정동영 계열이니 갈기 갈기 찢어질 판이고, 한나라당을 비판하던 기개는 어디로 갔는지 일부 의원들은 한나라당 문을 두드리고 있단다. 몇년 전 열린우리당은 무엇인가 다를 거라는 어떤 이들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쳤었지만 맞지 않기를 바랬던 예감이었기에 누구에게 자랑할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정치인이 하는 말은 누가 하더라도 한두 수 쯤 새겨들으련다. 이상이 아무리 훌륭해도 수단이 급조된다면 결과 역시 좋을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2.3
어떤 블로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타파한 것만으로도 훌륭한 업적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권위주의 타파, 참 중요하다. 그런데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꼭 무능함을 증명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꼭 경제나 부동산 정책에서의 무능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분야에서도 충분히 무능한 듯 보이지만, 이전 정권들에서의 누적된 문제들도 없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정치 문제, 언론 문제 등에서도 노무현 정권의 철학을 모르겠다. 대통령의 Think Tank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럽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않지만 삼국지에서 제갈 공명이 유비에게 방통은 일개 마을, 또는 군이나 다스리고 앉았을 수준의 인재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반대의 상황으로 정말 될 줄 몰랐던, 그래서 그런건지 정말 준비 안된 인물을 대통령으로 맞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에게 훗날을 위해 이런 학습효과가 필요한지도.
  1.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자면 조선일보를 위하거나 조선일보에 득이 되는 용무는 아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용무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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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연말의 여성부 파동(?)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맹세하건데, 성매매라고는 눈길도 주지 (못한 게 아니라) 않은 이로써 남자이지만 비교적 제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과연 여성부의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인지 뭔지는 송년의 대화거리였다. 이것이 BBC기사에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재미있는 건 적어도 내 주위의 반응들을 살펴보면, 여성부를 성토하는 남자들과 별 반응을 나타내기를 회피하거나 관심없는 여자들, 그리고 (주로 나와 친한 벗들인)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세 부류로 나눠지는 것 같다.

분명 여성부가 한 행태는 뻘짓거리 맞다. 내가 성매매를 할려고 마음 먹었으면 안하겠다고 도장 찍고 지원금 받아서 성매매하러 갔겠다. 예전의 내 견문으로 미루어볼 때 저 이벤트 하자고 제안한 사람, 공무원인지 시민인지는 몰라도 좋은 아이디어 냈다고 무슨 상품권이나 포상이라도 하나 받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부 부처의 여느 뻘짓거리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에 폐지해야 할 정부 부처 천지인데...

내가 이 희대의 쇼에서 정말 주목하는 건 남성들의 반응이다. 그들은 여성부를 성토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성들의 성매매에 대한 옹호의 감정을 잠재적으로 투영하는 것일까. (대부분 여친이 없는 경우겠지만) 대학생 남자들이 군대 가기 전날 송별회를 위해 학우들이 모여 술 마시다가 여학생들이 먼저 자리를 뜨면 선배들이 그를 데리고(?) 가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알기로는 여학생들도 다 안다. 솔직히 대학교에 입학한 나에겐 충격이었다. 여기저기서 잠재적 성구매자 취급하네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내 친한 벗들이나 소수를 제외하고 내 주위에서도 성매매에 대해 완전히 결백한 사람이 거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남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희귀종 취급한다. 내 주위가 성적으로 너무 문란한 걸까? 아니, 난 내 주위 환경이 상당히 도덕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성부가 한국을 세계적으로 망신시켰다고 생각하면서, 국가에서 근절하려 하는 성매매가 이렇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묵인화 되고 있는 현실이 더 망신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내가 보기엔 어느 정부 부처나 자행하고 있는 탁상 행정인데 유난히 여성부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작년 '된장녀' 혹은 '노현정'사건 때 어느 블로그에서 우연히 본 문구가 생각난다. 올블이나 IT업계 종사자들 중에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라고.

여성부가 뻘짓을 하기는 했지만 성매매의 폐해를 자각하고 근절하자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이 여성부에 대한 집단 공격으로 끝나버렸다. 한국의 토론 문화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현상이다.

내가 너무 도덕적으로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걸까...?

덧 하나. 싸잡아서 남성들에게 던지는 글이지만 아직도 많으리라 바라마지 않는, 성매매에 대해 결백한 남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나 역시 남성이다.

덧 둘. 다른 나라는 통계적으로 한국보다 성매매율이 더 높다는 자료를 들이대시며 망신이 아니라고 하실 분들. 그 나라 문제는 그 나라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지, 거기서 한국의 문제가 왜 옹호되는지. 그럼 A라는 나라는 굶어 죽을 정도로 못살고 한국은 조금 더 잘사니 우리는 A라는 나라 보면서 만족하면서 살아야 하나? 그 통계 속의 한 성매매 여성이 내 지인이라고 생각해보라.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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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Log/잡담 2007. 1. 4. 20:29
며칠 전 새벽 영화 음악 라디오 프로를 들으며 마우스를 따닥거리다가 아나운서의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모든 로드무비는 성장영화다.
흥미로운 명제다. 로드무비가 형성되고 발전하게 된 영화사적 배경은 생략하더라도, 인간의 성장을 다루기 위해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니!

그 명제를 듣다가 곁길로 빠져버린 생각. 아닌게 아니라 정말 여행은 우리를 성장시켜 준다. 우리의 외적인 그리고 내적인 시야를 넓혀준다. 여행은 무엇인가를 버리기 위해 떠나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것을 얻고 온게 해주며,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떠나는 이들에게는 버릴 줄 아는 미덕을 배우게 해준다. 목적지에서 사진을 박는 정도의 의미에서의 여행이 아니라 여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정말 멋진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는 것은 피안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현실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과 과감히 맞서 싸워야 하는게 옳지만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도피처를 꿈꾼다. 술이나 담배같은 기호품이든, 유희든, 여행이든... 역마살이나 방랑벽이라는 단어는 삶의 양념이 되어야 할 여행이 도리어 인생을 과도하게 침범해버린 경우에 사용된다.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켜주고 휴식을 주는건 맞지만, 현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행에서의 행복감은 뒤로 한채 스트레스를 받고, 상처를 받으며 현실과 싸워나거나 타협한다.

사람이 진정 성장하려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 도가니탕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저 바깥 세상에서가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모든 로드무비는 성장영화일런지 몰라도, 모든 여행이 사람을 성장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엔 사람을 퇴행시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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