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6.08.19 D-Day를 보다 2
  2. 2006.04.04 죽음의 트라이앵글
컴퓨터 시계로 지금 새벽 2:27이군요. 지금까지 깨어 있는 이유는 SBS에서 방영해준 어느날 갑자기 3탄 'D-Day'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도 귀차니즘이 만연한 놈이라 과연 영화에 관한 포스팅을 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뭔지는 생각하기가 싫더군요. 여자 재수 기숙학원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영화인데,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무섭다는 생각도 안들고요. 하지만, 영화를 안좋게 보려다가도 제 고등학교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심하게 공감이 가는 겁니다. 정말 '인간이 아니라, 차라리 기계였으면...' 하고 바랬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일본도 심한 듯 하니 제외하고, 외국에서도 입시에 관한 공포 영화가 만들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의 입시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영화적인 요소와는 관계 없이 심하게 공감하는 빠리소년입니다. 인간이 아닌 듯한 선생님들의 모습, 서로 경쟁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과장되어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런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는 이유는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D-Day를 보면서 1등일 때는 같은 방의 친구들에게 공책을 빌려주던 은수라는 아이가 나중에 점점 성적이 떨어져, 공책을 빌려본 아이가 추월하게 되자 공책을 돌려달라고 하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예전에 과학고에 다니는 한 학생의 블로그에서도 서로 공책을 빌려주지 않는 자신의 급우들에 대한 글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 모습이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해가 가는 입장입니다. 30등이 29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과, 2등이 1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30등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양상과 치열함이 전혀 다릅니다.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 그 학생을 탓할 것이 아니라, 순진한 아이들을 그렇게 내모는 입시 제도와 1등 주의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 누군가는 바꿔야 하는데 자신은 그런 시절을 거쳤다고 '우리 때는 더 심했어.'라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에 관한 잡담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글에서 실컷 했으니 그만 하겠습니다.

아무튼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것은 웬지 모를 만용을 부리게 해줍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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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이슈공감란에 올라온 한 글이다. 참 논리적인 듯 보이지만, 어이 없어지는 글이다.



나도 했는데 너는 왜 못해?
이렇게 쓰면 참~ 유치해 보이지만, 저 윗글처럼 쓰면 논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군대 가서 고생했는데, 너는 왜 편하게 군생활해?
나는 보리도 없어 굶었는데, 너는 불만이 그리 많아?
그럼 이렇게 되물어보자.
누가 머래?
전국의 고교생 수백만명이 모여서 저 트라이앵글 동영상을 만들기로 결의라도 했나? 아니면, 저 동영상을 보고 떼거지로 공부 안하겠다고 들고 일어섰나? 이봐요, 다들 그러면서도 할 학생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구...

저 동영상을 만든 이들은 고교생중에 아주 티끌만큼도 안되는 소수일거다. 물론 내 생각으론 그 소수가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지만, 하나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우선 소수라는 거다. 매년 신입생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진다구? 아마 우리 시대 신입생보다 평균적으로 컴퓨터는 더 잘할걸? 한국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보니 떨어져 보이지. 무슨 전 국민의 팔방미인화 만들 일 있나?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의 문제라는 생각은 안드나?

우리는 그럼 친구 밟고 올라가고 싶어서 공부했냐고? 그런 생각을 애써 안했겠지. 30등이 29등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과, 2등이 1등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물론 특수한 예외도 있겠지. 30등한테 29등이 철천지 원수라든가). 그런 경우 말고 보편적으로 누가 더 간절히 원할 것 같은가. 1등이 된다는 게 어떤건지 느껴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1등은 2등을 밟는다는 생각을 애써 안하지. 대부분이 결국 그런 기분을 모르지. 상위권은 한 반에 단 몇 명이거든. 반에 적수가 없다면 학교. 학교에 적수가 없다면 전국. 그게 바로 대부분은 꿈에도 생각 못하는 혹은 안하는 거대한 피라미드다.

그럼 왜 애들이 저러는 걸까? 아무래도 줬던 걸 다시 뺏어가려 하니 그런게 아닐까. 안해도 되던걸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봐라. 우리야 원래 하던거지만, 쟤네한테는 안해도 되던 것들이다. 좀 감정이입좀 해보시지. 우리 역시 매일 겪는 일들인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태도는 물론 개인에게는 행복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진 소수의 행동이 계기가 되어 바뀌어 왔다고 생각한다. 발명이든, 혁명이든. 같잖게 내가 점쟁이 노릇을 해보자면 저런 애들이 나중에 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변화시킨다. 문제는 대부분이 자라면서 관심사가, 생각들이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것들로 변한다는 거지.

난 저 윗글이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틀안에 갇힐 것을 강요하는 파시즘적인 글로밖에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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