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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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바침

L. Log/잡담 2006. 4. 21. 08:52
하늘이 그리도 어두웠었기에 더 절실했던 낭만   
지금 와선 촌스럽다 해도 그땐 모든게 그랬지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 시절 70년대를...
이 포스트의 제목은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의 제목에서 따왔다. 정글 스토리 OST에 수록된 신해철의 '70년대에 바침'...

고등학교 때 N.EX.T와 신해철에 심취해 있던 친구녀석 덕분에 이 앨범을 들을 수 있었다. 정글스토리 - 기억이 맞다면 윤도현이 그 영화에 나오던가 했다 - 라는 영화는 망했던 걸로 아는데, 신해철이 만든 이 OST는 참 좋았었다. 언제인가 웹진에서 본 평도 아주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가사중에 있는 총소리가 나던 해에 태어난 나로서는 너무 어린 시절이었기에 그 총소리에 이어 시작된 80년대에는 그렇게 절실했던 낭만이 넘쳐났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기 시작하는 건, 88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고 군사정권이 물러나면서 어린 내가 느끼기에도 뭔가 변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최루탄 가스에 코 밑에 치약을 바르던 것도 점점 빈도가 잦아들었고,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이나 옷차림은 이전과 달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내가 중,고등학생이 된 90년대 중,후반에는 지금과는 다른 뭐랄까... 낭만이란게 있었다.

삐삐란 것도 정말 귀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 가져오면 압수당하던 시절, 약속이 있으면 미리 전화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제시간에 도착하는게 예의였고, 서태지의 새 앨범이 나오면 누구보다도 더 빨리 사서 듣기 위해 발매일에 레코드 가게에 달려가 사서는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워크맨을 반복해서 돌리곤 했다.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잽싸게 녹음버튼을 눌러 나만의 편집앨범을 만들고,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어렵사리 수줍게 고백했고, 편지로 속마음을 나누곤 했다.

참 지금에 비하면 번거롭고 유치한 시절이었는데, 그 때가 참 멋스러워 보이고 그리울까... 요새 아이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 불쌍해 보이고 그 낭만의 시대를 끝자락이나마 누려본 게 행운이라 느껴진다.

요즈음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네크로필리아라는 단어때문일까... 나만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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