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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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15 무엇인가를 비판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 2
요새는 신문을 보는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거의 안보고 살지만 좀 어린 시절, 거의 몇 달 동안 여러 신문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동시에 볼 기회가 있었다.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인 일이었지만, 원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기사를 십수 종류의 신문을 통해 읽을 수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알아보자 하는 마음에 여러 신문들을 훑었다.

그 전까지는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안좋게 말하는 이들의 의견만 보고 들은지라 조선일보에 단순한 거부감 정도만 있었다. 말하자면 나도 단지 맹목적으로 조선일보가 싫었던 철부지 안티 중 하나였다. 그러던 나에게 몇달의 신문 읽기 중에 아직도 가장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는 건,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의 각지의 1면 톱기사를 비교해봐도 거의 단어하나 틀리지 않는 분명 똑같은 사건들이 사설면에만 가면 서로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각 신문의 기사들만 읽어보고, 미숙하지만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한 다음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의 사설을 읽었다. 대체적으로 내 생각은 조선일보보다는 한겨레 신문 쪽에 가까웠다. 그런 일을 한동안 하다가, 결국 나는 조선일보는 읽는 것을 관두었다. '신문을 통해 세상을 좀더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내 철없는 목표는 실패로 끝났다. '신문은 사람들을 세뇌하기 딱 좋은 도구이다.'라는 결론만 얻게 되었다.

어제 정말 멋진 분의 글을 읽게 되었다. '조선일보 헤까닥 술이 덜 깬겨?'라는 글인데,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자체가 맘에 들거나 비판 내용에 탄복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태도와 자세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무엇인가를 비판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조선일보를 싫어하고 비판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조선일보에 관심(?)이 있는 분의 블로그를 본 것은 이번이 두번 째이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블로그도 많겠지만, 내가 본 한에서.

라디오에서 순진[각주:1]과 순수[각주:2]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리컵이 있는데, 유리컵이 텅 비어 있다면 순진한 것이고, 유리컵 안에 아주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차 있다면 순수한 것이라고. 어떤 대상을 비판하는 것도 이 순진과 순수의 원리와 같지 않을까. 대상을 혐오하고 접근 자체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비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무엇 혹은 누군가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그것(혹은 그사람)을 비판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태도는 비판이 아니라 비난, 혹은 단순히 개인적인 혐오일 뿐이다. 그런 비난과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되며, 다른 이들이 결코 설득당하지도 않는다.

우연히 본 글에서 좋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1. 마음이 꾸밈이 없이 순박하고 참됨. [본문으로]
  2. 잡것의 섞임이 없는 것.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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