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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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12 요즘 내가 지난 영화 보는 법
철없던 시절에는 영화관도, 함께 영화보는 사람도 따져가면서 영화를 보았다. 강북의 몇몇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시끄러운 사람들에 질려버린 적이 몇 번 있어서, 그 시절에는 거의 강남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속물 근성이 아니라 정말 강남 영화관들이 훨씬 조용했다. 나도 강북에 살았지만 그건 인정해야 했다. 지금이야 장소 여하를 떠나서 개념 없는 이들이 한둘 이상은 꼭 있더라만...

그 후에 한때 피씨방에서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은 어떤 의미에서(?) 참 규칙적인 생활을 했더랬다. 24시간 편의점에서 매일 저녁 그날 기분따라 땡기는 샌드위치와 거의 예외 없이 포도 쥬스(한 700ml정도 되려나... 유리병에 든 게 몇 ml정도 될까?)를 사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 아침에 돌아올 때는 이제 막 문을 연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하나씩 빌려왔다.

그러다 보니 거의 혼자서 비디오를 볼 수 밖에 없던지라 좀 심심했으리라 생각될 수도 있는데, 혼자 보는 게 은근히 매력있었다. 보는 도중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보고 나서도 다른 이의 생각을 듣지 않고, 혼자 멋대로 영화를 본다는 것. 솔직히 누군가를 만나 시간 때우기용으로 영화 관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에는 참 그리운 일이기도 하다.

특히 아직도 생생한 영화 시청 후의 느낌이라면 텔미썸딩을 빌려온 날은 너무 잔인하고 또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링 일본판을 빌려온 날은 상상할수록 엄습해 오는 공포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나고,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피곤기가 가득한 눈으로 봐서 더더욱 나른하고 달콤한 둘의 사랑과 죽음에 더욱 슬픔을 느낀 듯 하며, 시티 오브 엔젤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한동안 사용할 새가 없었던 곰플레이어를 사용해보니, 뭔가 엄청난 업그레이드를 하더라. 업그레이드를 하고 났더니, 곰 TV라는 곳에서 무료로 영화를 볼 수가 있었다. 이게 왠 떡이냐~ 물론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한은 있었지만, 옛날 영화부터 최근 영화까지 두루 있어서 보고 싶었는데 못 본 영화들이 점점이 눈에 띠었다.

지금까지 본 건 '토탈 이클립스'와 '라빠르망', '황산벌', '이퀄리브리엄' 등등 다수. 보고 싶었지만, 못본 영화도 있었고, 그냥 그날 끌려서 본 영화들도 있었고, 전에 너무 재미있게 보거나 혹은 너무 산만하게 봐서 다시 본 영화들도 있다. 하지만, 예전만큼 꾸준히 볼 엄두도 여유도 안난다는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일까 ㅠ.ㅠ

생각하면 우습다. 이~따만한 영화관에서 집안의 TV, 이젠 컴퓨터 모니터까지. 갈수록 내가 주로 영화를 보는 화면은 작아진다. 공짜를 찾아서, 편리함을 찾아서... 이러다 내 마음까지 좁아지는 건 아닐까. 아닐꺼야.

보는 건 좋은데, 이 이글루를 채워야 할 영화 후기들은 자꾸 핑계를 대며 미뤄지고 있다. 정말로 적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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