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프랑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6.07.06 4강전 1/2경기 단평
  2. 2006.06.27 스위스가 이제부터 가상 적국이라고? 6
  3. 2006.06.14 G조 2경기 스위스:프랑스
1경기 이탈리아 2 : 0 독일

2006년 07월 05일 수요일 04:00 Dortmund, FIFA 월드컵 경기장

전반전의 팽팽한 공방전을 보다가 도저히 잠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잠들었는데, 이탈리아가 연장 후반 거의 끝날 무렵 두 골을 몰아넣으면서 2:0으로 승리했다고 한다.

전반전만 보면 독일아르헨티나전에서의 수세적인 모습을 벗어버리고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고, 이탈리아 역시 전방에서부터 압박하며 공을 빼앗아내는 농구로 말하자면 '올코트 프레싱'을 선보이면서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면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독일이 아르헨티나전에 이어 다시 연장전으로 가면서 체력의 부담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이 비록 졌지만, 월드컵 개최 전의 비판적인 목소리와는 다르게 정말 잘했다는 목소리가 많은 듯 하다(박수를 보내는 독일 언론). 나 역시도 이번 월드컵에서 공격적인 독일의 경기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참고로, 1935년 이래 도르트문트에서 치러진 독일의 전적이 무패라는 기록 역시 깨졌다(독일의 비장의 무기 도르트문트).

이번 대회 이탈리아의 경기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2002년에 한국팀은 저런 팀을 상대로 도대체 어떻게 두 골을 우겨넣은거야? 공격적인 수비를 해서 미드필드나 수비 진영에 빈 공간이 생길 법해도 저 정도인데, 아무튼 2002년 월드컵때의 한국팀은 대단했다.

2경기 프랑스 1 : 0 포르투갈

2006년 07월 06일 목요일 04:00  Munich, FIFA 월드컵 경기장

전반 33분 앙리가 얻어낸 패널티 킥을 지네딘 지단이 여유있게 골인시켜 1:0으로 프랑스가 승리했다.

8강 잉글랜드전의 크리스티앙 호나우두가 심판에게 루니의 반칙을 일러바쳤다는 이야기때문에 오늘 경기에서는 C.호나우두가 공만 잡으면 관중들이 야유를 보냈다. 비난의 표적이 될 뻔한 루니로서는 벤치를 향한 호나우두의 윙크 하나가 천만다행이었겠다.

프랑스는 조 예선에서 졸전을 치른 것에 자존심이 상했던지, 상당한 투지를 보여주었다. 1:0으로 앞서나가면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수비해야 할때면 거의 모든 선수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경기가 끝난 후 지단과 피구가 서로를 껴안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보통 상대방의 땀에 절은 유니폼은 잘 입지 않던데, 피구와 유니폼을 바꾼 지단은 그것을 입고 경기장을 나가더라. 그것도 하나의 겸손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경기로 스콜라리 감독의 12연승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남은 독일과 포르투갈의 3, 4위전과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결승전. 3, 4위전은 독일이 무난히 이기리라 예상하지만, 결승전은 모르겠다. 프랑스가 이기길 바라지만 이탈리아가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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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던 나는 나폴레옹과 한니발에 매료되어 있었다.

어느 교실의 뒤쪽에나 있을 법한 책장에는 문고판 나폴레옹 전기와 플루타르크 영웅전이 있었는데, 나는 그 두 권을 읽고 또 읽었다. 어린 시절에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 두 인물을 그렇게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두 명 모두 알프스를 넘었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일까? 하지만, 알프스를 넘은 또 한 명의 위인인 카이사르는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 역시 그러하다. 그가 정치적으로는 천재였지만 군사적으로는 그리 유능한 장수가 아니었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나중에 자라서 읽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에 그런 사실을 알았을 리는 없고, 사실은 먼저 좋아하게 된 한니발의 적국인 로마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적인 내 호불호(好不好)적 현실 감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아서 항상 결정적인 순간 한니발을 괴롭히는 로마와, 나폴레옹을 방해하는 영국, 프러시아와 러시아에 분개했다. 저 나라들만 없었으면 저 두 인물이 꿈을 이루었을텐데. 초등학생 시절의 나만의 세계관에선 프랑스, 카르타고 같은 나라들이 우호국이었고 로마(이탈리아), 영국, 프러시아(독일), 러시아같은 나라들은 적국이었다. 얼마나 심했던지 수업 시간에라도 그 나라들이 나올라치면, 항상 그 두 인물과 연관시켜 생각하곤 했고, 프랑스나 카르타고는 무조건 좋은 나라인 줄 알았다.

더이상 초등학생은 아닌 지금의 내가 여전히 그 두 인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이유는 서로가 자신들의 생사에 더해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우는 전쟁에서 나타내는 압도적인 자신감과 천재성,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항상 200% 이상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외적인 조건들에 막혀 결국은 꿈을 이루지 못하는 두 고독한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과 같은 맹목적인 선호는 아니다.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 두 인물을 위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 정도는 느끼게 되었고, 그들의 상대방 역시 그들의 존망을 걸고 사력을 다해 싸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프랑스나 카르타고라고 해서 선하기만 한 나라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탈리아, 영국, 독일, 러시아같은 나라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기만 한 나라는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있다.

따라서 나는 두 인물을 좋아하지만, 음악은 '프렌치 팝'이나 '샹송'이 아니라 영국의 'Brit Pop'이나 'Radiohead'의 노래를 좋아하고, 로마의 흥망성쇠를 다룬 '로마인 이야기'를 읽곤 한다. 러시아에서 어떻게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있으며, 요즈음 독일 월드컵을 보면서 독일의 예상 밖 놀라운 실력에 혀를 내두른다.

며칠 전 있었던 대한민국:스위스전을 보고 난 후의 일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분들의 세계관과 현실 감각에 조금 안타까움을 느낀다.
"스위스는 이제부터 가상 적국이다."
"너네는 중립국이 아니라 왕따였구나. 그러니까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시계나 뚝딱 만들고 있지."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크라이나의 완승입니다!... 원흉인 스위스, 이제 응징을 받는건가요?"

스위스 축구팀이 블래터 회장에게 판정을 유리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지, 심판에게 돈을 건넸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블래터 회장이 판정을 유리하게 하도록 지시했는지, 아니면 회장에 대한 심판들의 과잉 충성이었는지 역시(심증은 많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아니, 설령 그러했다 하더라도 스위스 축구팀과 블래터 회장이 악하면 스위스 전 국민이 악인인가?
우크라이나가 완승을 해서, 이제 더이상 정의가 왜곡되는 일은 없어질 것인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왜 정치, 경제, 축구 어느 분야에서나 욕을 해댈 마녀가 필요한 건가?

축구 경기는 축구 경기일 뿐이다. 스위스에게 져서 그것도 판정 논란으로 져서 화가 나지만, 한국전에서의 스위스팀은 그들에게 굴러온 예상치 못한 떡을 꿀꺽했을 뿐이다. 크로아티아의 한 선수가 한 경기에 두 번 경고를 받고서도 시치미 떼고 뛰다가 세번 째에서야 퇴장한 것처럼. 축구에서의 스위스팀과 시계를 잘 만드는 중립국으로서의 스위스는 같은 미움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일본 축구가 매번 한국 축구에 깨진다고 해서 일본 정치가들이 "잘못했습니다. 독도 망언 이제 안할께요."라고 결코 말할리 없는 것처럼. 스위스팀이 미워 우크라이나 팀을 응원할 수 있지만, 스위스가 가상 적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니발을 좋아한다고 해서 로마를 나의 적국으로 여기는 초등학생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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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4일 수요일 오전 01:00(한국 시간) Stuttgart, Gottlieb-Daimler stadium

한국이 이긴 여세를 몰아 과연 나머지 두 팀은 어떤 경기를 펼칠 것인가. TV앞에서 보긴 봤는데, 이건 봤다고 해야 할지. 암튼 본거니 기록은 해두어야겠기에 적어본다.

솔직히 후반전 들어서는 보다가 졸다가 했다. ㅡㅡ;; 졸음이 올 정도로 졸전이었다고 비꼬는 의미는 아니고 한국 경기를 볼 때도 많이 피곤했지만 한국 경기이기 때문에, 게다가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져서 잠이 확 깼었는데,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는 그 잠을 깰 만큼 멋진 경기는 아니었다.

그 유명하다는 지단앙리는 가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던데, 골로 완성시키기엔 뭔가 부족했고 오히려 스위스가 선전한 느낌이었다. 아... 패배해도 화려하게 플레이하고 본다는 그 'Art Soccer'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인가? 너무나 노쇠한 티가 팍팍 나는 프랑스 팀이었다.

후반전은 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졸아버려서 개인적인 느낌을 적을래야 적을 수가 없겠다 ;; 가끔 해설자가 "슈~웃" 하고 소리칠 때만 깜짝깜짝 깼다. 아, 가족들은 다 자는데 혼자 뭐하는 짓이야. 명경기도 아닌데, 그냥 잘 걸.

결국 0:0으로 비기는 걸 보아버렸는데, 한국에게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비긴 결과가 좋은 결과일 수도 있지만, 두 팀 모두 득점 없이 비길 정도로 공격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두 팀 모두 수비에 허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기회들을 살리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본 장면 장면들에서는 ;;

공상 1. 결국 한국이 토고전 후반 중반 이후에 체력을 그리 소비하지 않은 것이 다행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냥 프랑스나 스위스 하나 정도 고국으로 보내버리자.

공상 2. 게임마다 옐로 카드 잔치다. 스위스는 5장의 경고를 받았다. 프랑스는 3장.
스위스에서 경고 받은 5명 중에 토고가 한두 명만 보내줘도 괜찮을 텐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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