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최고였던 홍콩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영화. 명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이며 명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한다고 해서 리메이크작이지만 관심있게 기다렸었다. 명배우라고 해서 이름값만 높은 외모 조금 되는 배우들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빌리 코스티건 역, 진영인의 양조위와 같은 역할),
맷 데이먼(콜린 설리반 역, 유건명의 유덕화와 같은 역할),
잭 니콜슨(프랭크 코스텔로 역, 보스 한침의 증지위와 같은 역할),
마틴 쉰(퀸넌 역, 황국장의 황추생과 같은 역할),
알렉 볼드윈(엘러비 역) 등
한 연기 한다는 배우들이다. 기대 할 만도 했다.
말하면,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다고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영화 자체는 무간도만 못했다. 작게는 정말로 평균 1분에 한번 꼴은 나오는 'fucking'이라는 욕이 거슬리는 것에서부터 무간도에서 정말 일품이었던 심리 묘사와 치밀한 갈등 전개가 이 영화에서는 부족하다. 정말 동양과 서양의 차이인 것일까? 이 영화에서는 그냥 모든 것을 쉽게쉽게 보여준다. 게다가 속편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듯한 조금은 어이없는 결말까지.
무간도는 죽지않고 영원히 고통이 이어지는 지옥인 '무간지옥'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런만큼 3부작을 통틀어 주된 인물은 아무래도 유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편만 놓고 보면 진영인이라고 할 수 있겠고, 각 편마다 진영인, 한침등 몇몇 인물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네며 비중있게 다루기도 하지만, 3편 전체에 걸쳐 내부의 자신의 편마저 죽이고 자신의 정체를 감추며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숨기며 고통받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고뇌끝에 점점 미쳐가는 유덕화의 모습이 제목에 가장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 디파티드의 키맨은 아무래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아일랜드인 조직의 보스에게 접근해 신임을 얻어가지만, 차츰 온갖 범죄와 살인에까지 가담해야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신경 안정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찰을 맡은 그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솔직히 말해 잘 그려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맷 데이먼의 연기는 조금 밋밋했고 잭 니콜슨은 오버스럽기만 할 뿐, 예전에 보여주던 광기는 드러나지 않는다. 마틴 쉰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듯, 배나온 몸으로 도망하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가 문제였을까? 그보다는 치밀하고 거미줄처럼 얽힌 퍼즐을 맞추듯 한 부분을 감추었다가 때로는 시간을 거슬러 맞춰 보여주기도 하던 원 3부작을 단 한 편에 시간순으로 정렬하기 바빴던 데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의 대부분 스토리를 나열하기에 급급했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은 있다. 미국 사회에서의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 범죄 조직의 대립, 그리고 무간도에서는 말하지 않았던 '돈'에 관한 인물들의 집착은 다민족,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의 모습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무간도의 두 주인공이 의리와 출세라는 지극히 동양적이고 이상적인 가치 사이에서 갈등한다면, 디파티드는 좀더 까놓고 솔직히 이야기한달까.
결론은 무간도를 머리에 담고 보실 거라면 보시지 말 것을 권한다. 하지만 무간도는 무간도, 미국 영화는 미국 영화로 보실 자신이 있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