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2006년 6월 24일 토요일 04:00(한국 시간) Hanover, FIFA 월드컵 경기장

자기가 경기 보면 꼭 지더라는 분들처럼 나도 한국팀 경기를 보면서 묘한 징크스가 생기려고 하다 말았다. 토고전을 보면서는 출출해서 라면 먹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사이에 한 골을 허용해 버렸고, 프랑스전에서는 화장실 다녀온 그 1분여의 사이에 풀죽은 동생의 목소리, "앙리가 한 골 넣었어..." 그래서 스위스전에서는 절대 한눈 팔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보리라!!! 결심하고 봤는데...

두번째 골은 차라리 놓치는 게 나을 뻔했다. 선심이 깃발을 올리면 왠만하면 불어주던데 주심도 어이없고, 휘슬도 안 울렸는데, 깃발만 보고 어슬렁거리는 대한민국 수비들도 어이없고, 스리슬쩍 깃발 내려 버리는 선심도 어이없고, 지는 상황에 저 앞에 있어도 모자랄 판인 이천수가 스위스의 결정적 찬스를 골대 왼쪽에서 걷어내야 하는 상황이 어이없고.

물론 이천수가 최종 수비 할 수도 있다. 강하다는 팀들도 최전방 공격수가 골문 앞에서 역습 차단하는 그런 위기 종종 있다. 하지만, 그 한번 뿐이 아닌 평가전부터 불안불안 했던 수비진이기 때문에 그 광경이 상징적으로 더 뇌리에 남는 것 같다.

경기를 보면서는 이제 공격이 아니라 수비가 발목을 잡는구나... 짜증이 많이 났지만, 기왕 경기가 끝나고 나니 그냥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두번 째 골 먹고 나서, 나부터도 보기도 싫어지려고 하던데 그래도 한 골이라도 만회해 보겠다고 열심히 뛰었다. 이제 우리도 1승 1무 1패에 아쉬워 할만한 상황 정도는 되었다. 그정도 성적으로 16강 올라간 팀도 있는데.

스위스의 핸들링을 불지 않은 두어 번은 정말 말할 필요도 없는 오심이지만, 오프사이드 논란은 솔직히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핵심은 이호의 의도하지 않은 공 접촉이라면 오프사이드, 이호의 패스 미스라면 아니라는 것 같은데... 하여간 축구 규정은 너무 애매해 ㅡㅡ;; 의도한 핸들링과 의도하지 않은 핸들링, 의도한 반칙과 의도하지 않은 반칙 등등. 오프사이드 규정도 온라인에 돌고 있다는 플래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니, 뭔 인정과 예외 상황이 거미줄처럼  점점 그리도 많아지는지... 심판의 재량권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판정들이 이루어지지만, 진실은 선수 당사자 외에는 하느님이나 아실 일이다.

아무튼 이로써 G조에서는 스위스와 프랑스가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16강 진출국에 아시아팀은 전멸, 아프리카 팀은 가나 1개국만 진출, 정말 유럽과 남미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이 탈락한 것이 아쉽지만, 그나마 기대되는 건 8강도 올라갈 팀들이 올라간다면 정말 별들의 전쟁이라 재미있기는 하겠다.

공상 1. A~F조까지는 조 순서대로 경기하더니, 왜 G조와 H조는 순서를 바꿔서 하는거지?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가 없다.
16강 일정을 보면 G조 1위인 스위스와 H조 2위인 우크라이나는 27일인 내일 새벽 네 시에, G조 2위인 프랑스와 H조 1위인 스페인은 모레 새벽 네 시에 경기를 한다. 이렇게 되면 스위스가 너무 불리한 것 아닌가? 혹시 월드컵 내에서도 홈팀, 어웨이팀이 있다던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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