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10. 눈이 와요
가수: 김광진
앨범: 3집 [It's Me] (2000.05.22)
눈을 좋아했다.
겨울이 아니어도, 채팅 중에 컴퓨터 화면 가득히 눈을 그려주거나 눈이 가득한 문자를 보내주면 좋아하던 그녀였다.
눈이 오는 날 그녀와 길을 걸을 때면 몸도 마음도 춥지가 않았다.
그렇게 해마다 그녀와 눈을 맞으며 행복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손에 잡으려 하면 스르르 녹아버리는 눈처럼 그녀는 내 곁을 허무하게 떠났다.
나는 그녀를 눈꽃으로 기억한다.
흰색이 주는 눈부신 설레임이 아니라, 허무를 닮은 그런 하얀 눈으로 기억한다.
입대해서 그녀와 집을 떠난 첫 겨울,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고 몸보다 마음이 더 시리고 추웠다. 그렇게 정신 없고 힘겹던 어느날, 우연히 들려오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이 노래가 들어있는 이 앨범의 발매일이 2000년 5월 22일이니 집을 떠나기 3일 전에 이 앨범이 나온 셈이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김광석님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 생각난다. 짧은 가사에 담담한듯 이별을 읊지만 그래서 더 슬픈, 너무나도 닮은 두 노래, 둘 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노래다.
눈이 와요 나 그녀가 보여요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요
내리는 눈 속에 그녀가 웃어요 나도 따라 웃어요
내리는 눈 속에 그녀가 웃어요 나도 따라 웃어요
파랍 파랍 파랍 파라랍 파랍 파랍 파랍 팝 파랍 파랍
따라 걷던 그 거리 하얀 거리마다 눈꽃처럼 그녀가 빛나죠
눈이 와요 나 그녀를 보냈죠 그 모습이 여전히 고와요
내리는 눈 속에 그녀가 울어요 나도 따라 울어요
내리는 눈 속에 그녀가 울어요 나도 따라 울어요
파랍 파랍 파랍 파라랍 파랍 파랍 파랍 팝 파랍 파랍
따라 걷던 그 거리 하얀 거리마다 눈꽃처럼 그녀가 빛나죠
눈이 와요 나 그녀를 보냈죠 그 모습이 여전히 고와요
내리는 눈 속에 그녀가 울어요 나도 따라 울어요
내리는 눈 속에 그녀가 울어요 나도 따라 울어요
예전에 사람에게는 각자 세 번의 커다란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세 번의 기회라니 사람마다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순히 잘생긴 혹은 예쁜 이성이 말을 걸어온다거나 보수가 조금 더 좋은 직장에서 제의가 온다거나 하는 사건 따위는 자잘한 편이겠죠. 개인적으로 로또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되어 받을 만한 큰 돈은 필요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뭔가 엄청난 사건이기는 하니 그 정도면 기회 중의 하나가 될런가요?
인생의 세 번의 기회라는 걸 저는 야구 9회말 타석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경우를 생각해보니, 저는 첫 번째 기회였던 한 사람을 놓치고 그 사람이 떠나면서 주고 간 두번 째 기회를 놓쳐버렸으니, 9회말 노주자 투아웃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20대 후반의 나이인데 너무 비관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또 복권은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으니 투수의 연습구나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파울볼 정도로 취급하고 있구요.
그런데요. 저 말이 '참 말도 안되는 소리다,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 말을 지어낸 이가 상당히 지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야구는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아웃인지 심판이 판정해 주지만 자신의 인생은 심판을 봐주는 다른 이가 없죠. 자기 자신이 심판인 겁니다. 아주 비관적인 사람이야 무슨 소리를 해도 비관적일테니 패스하도록 하고, 만약 제가 아주 낙관적이었다면 9회말 원아웃 정도일 겁니다. 아무리 낙관적이래도 그 한 사람은 제 인생에서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제가 조금 비관적으로 생각해서 투아웃이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만약 앞으로 '이게 바로 세번 째 기회다!'라고 생각하는 기회를 놓친다면 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 그건 세번의 기회에 속하지 않나보다.'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렇게 저는 계속 제 꿈을 이루기 위한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갈 겁니다. 물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꾸준히 자신을 계발해야겠지만요.
2006년 8월 4일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2집 [Scoring Position]이 나왔다는 소식을 아주~ 뒤늦게 알고서 문득 이런 저런 잡생각들이 떠올라 적어 보았습니다. 요새 음악 쪽에 관심을 많이 못가지네요 ㅠ.ㅠ 이 인디밴드에 대해 혹시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홈페이지인 http://www.rockwillneverdie.com/3rd/home.htm 에 가시면 폭소를 터뜨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곡 제목들부터가 아주 웃깁니다만, 곡들 자체는 그리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자신이 1회초 첫타석에 들어섰다고 생각하시든, 9회말 투아웃의 마지막 타석 풀카운트라고 생각하시든 인생의 멋진 만루홈런을 하나씩 날리시길 바랍니다.
극중 혜영(전지현)이 화가로 등장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영화가 한 폭의 수채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고요. 전지현이 나온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개봉하기도 전부터 악평을 많이 받은 듯 하지만, 과연 이 영화를 한국 관객들을 타겟으로 만들었을까요? 일본이나 중국의 한류 열풍에 편승해볼까 하고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뭐, 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우성과 이성재의 연기는 괜찮았고, 많은 이들이 보지도 않고 욕하던 전지현의 연기는 평가 보류입니다. 이 영화는 지극히 정석적이고 심심한 멜로 영화입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만한 감정 과잉의 멜로 영화가 아니라, 홍콩 감독이 만든 영화라 그런지 앞서 말한 것처럼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감상할 만한 영화입니다. 전 요새 한국을 거의 휩쓸고 있는 감정 과잉이라는 유행이 숨막혀서 이 영화가 오히려 신선하더군요. 이 영화에서의 여주인공이란 그저 Ingenue[각주:1]형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Ingenue에도 등급이 있지만요. 이 영화에서의 여주인공은 그저 웃을 때 싱긋 웃고, 슬픈 장면에서 눈물 흘리는 역할만 잘하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엽기적인 그녀', '시월애' 등에서 우는 연기 하나는 일품이었던 전지현이 이 영화에서 딱히 별로였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대사 연기가 필요 없는 또 한가지 이유는 혹여 영화를 볼 예정이신 분들을 위해서... 아무튼 영화는 괜찮게 보았습니다. 암스테르담이니까 네덜란드였던가요? 영상도 멋졌고 음악도 좋았습니다. 특히, 헤이의 '데이지'. 아, 전 왜 그렇게 담담하면서 슬픔을 읊조리는 곡들이 그리 좋을까요?
보면서 남녀간의 사랑이란 얼마나 사람을 쉽게 현혹시키는 감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혜영이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 개울에 빠지는 모습을 본 박의(정우성)은 개울에 떠내려가던 그녀의 가방을 건져내고 그녀를 위해 멋진 나무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가방을 놓아둡니다. 그의 얼굴을 모르는 혜영은 감사의 표시로 데이지 꽃이 가득한 수채화를 그려 다리에 놓아두지요. 그 후로 암스테르담에서 전시회를 준비하며 광장에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받는 일을 하는 혜영에게 매일 데이지 꽃이 배달됩니다. "Flower!"라는 외침만을 남기고요. 그런 그의 앞에 정우(이성재)가 나타나자, 혜영은 그 친절을 베푼 이가 정우였다고 믿어버립니다.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대입시켜버리는 것이죠. "이 남자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고 꽃을 배달해주던 그 남자야."라며 마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말입니다(물론 이성재도 잘생겼으니까 가능하겠죠?).
이런 일은 영화에서나 가능하겠지만, 실생활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특히 인터넷으로 익명의 사람들과 제한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요즘,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채 자신에게 건네는 다정한 채팅이나 글 한마디에 현혹당하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요. 온라인 게임은 물론 블로그로도 그럴 수 있겠군요.
역시 사랑이란 감정도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와 같은 비논리와 선택의 문제일까요? '이 물건은 이점이 나에게 필요해서 꼭 사야해'라는 게 아니라, 사고 나서 이 물건이 내 맘에 드는 논리적인 이유를 찾는다는 것처럼요. 요새 주위에 누군가가 곁을 스치기라도 하면 기꺼이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사람처럼 구는 이들이 많아서 무난한 멜로 영화를 보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헤이의 '데이지' 뮤직비디오 하나만 봐도 영화를 본 거나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그만치 디테일은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아기자기한 드라마를 기대했다가는 실망 많이 했을 듯 싶습니다.
언제 쓰기로 한 글인데, 이제 올릴까요? toice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toice님의 징크스에 관한 글을 재미있게 읽어서 '나도 한 번 써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봐도 남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징크스가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1. 오래달리기는 언제나 2등만 한다.
전에 제 막내 동생의 핸드폰에 관한 일화에서 썼듯이 저는 운동에 그리 재능이 있거나 즐겨하는 편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달리기를 잘해서 운동회 계주 같은 곳에도 나가서 순위를 엄청 뒤집곤 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아버지께서 매일 학교가 파한 후 네 시 반에서 다섯 시 사이에 집에 도착하지 않으면 혼을 내곤 하셨습니다. 당연히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농구, 축구 등은 생각할 수도 없었죠. 그런 스파르타식 생활이 제가 아버지에게 반항을 하기 시작하던 고1까지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야 밤 11시까지 학교에 붙어 있어야 하니 뭐... 아버지가 어떻게 하실래야 하실 수도 없었고요.
아무튼 운동은 별로였지만, 체력장 같은 기초 체력은 내신 점수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켰습니다. 특히 달리기는 자신 있었는데, 특히 오래 달리기가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밤에 공부하다가 답답하면 집 근처에 있는 개천 주변을 시간을 재면서 전력으로 달리곤 했습니다. 매일 매일 몇 초씩 기록을 단축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면서요. 그러다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체력장 오래달리기 시간, 어이 없게도 거짓말 안보태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반에서 2등을 했다는... ㅡㅡ;;
고만 고만한 실력끼리의 오래달리기는 별거 없습니다. 초반에 별 아이들이 다 있죠. 100미터 달리기 하듯 치고 나가는 아이들, 설렁설렁 뛰는 아이들, 초반에는 딱 중간만 뛰면 됩니다. 그러다가 한바퀴 정도 뛰고 나면 바로 앞에 있는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명, 한 명 치고 나갑니다. 개중에 유난히 저항이 거센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엔 조금 내버려 둡니다. 앞에서 달리는 사람은 뒤에서 누군가가 추월할 것 같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거든요. 잠시 뒤에 다시 추월하면 십중팔구 뒤쳐집니다. 그런 식으로 추월하다 보면 뭐... 1등이 됩니다만, 저의 경우는 결국 막판 스퍼트하는 한 명에게 추월당하더군요. 1학년 때는 '아무래도 평소 운동을 즐겨하지 않으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3년 내내 2등을 하니 약이 오르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오래달리기 시합 같은 것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만, 한동안 동생들이나 같은 동네의 아는 동생과 자주 조깅을 하곤 했습니다. 그덕인지 얼마전 친구들과 평창에 놀러가서 그쪽 아이들과 축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이야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치고, 저는 공격에서 수비까지 날아다니는데, 친구들은 별로 뛰지도 않고서 죽으려고 하더군요. 몇 년 전만 해도 저보고 약해 빠졌다고 하던 녀석들이...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합시다. ㅡ.ㅡb
2. 좋아하는 곡을 들으면 잠에서 깬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는 워크맨을 몸에 달고 살았습니다. 테이프 뿐만 아니라, 라디오도 참 즐겨들었습니다. 잘 때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어폰을 꽂은 채로 잠들 때가 참 많았는데요. 신기한 건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곡을 들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에서 깨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잠든 상태인 지라 좋아하는 곡이 나와도 깨지 않는 경우가 있었을런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분명한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노래를 듣고 깨는 경우는 없다는 거지요.
한번은 어머니가 수술을 받으시고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어서 하루종일 병수발을 들고 저녁에 병문안 왔던 친구와 소주를 한 잔 한 뒤, 병실에서 잠든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듣는 상태로요. 하루종일 병수발에 소주까지 마셨으니, 얼마나 고단했겠습니까. 눕자 마자 잠에 빠져들었는데, 움찔 잠에서 깨어보니 이어폰에서 제가 좋아하던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가 나오더군요. 시계를 보니 세 시가 약간 넘어 있었습니다. 시끄럽고 밝은 노래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겠지만 남들은 들으면 졸음이 온다는 Radiohead의 노래들, 발라드 등, 제가 듣고 잠을 설치는 곡들이란 이런 종류입니다.
요새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잠드는 객기를 부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만, 잠들었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깨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요샌 한 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데, 유난히 모기 소리와 (좋아하는) 음악 소리에 민감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3. 지하철 계단을 올라갈 때면 항상 지하철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출퇴근할 때 체크인을 하고 계단을 올라갈 때 쯤이면 꼭 지하철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구분하기 쉬우라고 상행선은 "띠리리리리~~", 하행선은 "띵딩딩딩딩~~" 한다든지 하는 신호음을 내주기도 하는데요. 배차 간격이 좁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다 보면 양쪽에서 지하철이 오는 경우가 많아 계단을 오르면서 지하철이 오는 신호음이나 지하철이 "끼이익~" 하는 소리를 들으면 필사적으로 뛰게 됩니다. 한가하다면 다음 지하철 타고 말겠지만, 붐비는 시간이라면 정말 짜증나는 일이죠. 저만 항상 그런건 아니겠지만, 괜히 약오르기도 하고.
하지만, 지하철에 이력이 나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플랫폼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지하철의 브레이크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면 맞은편 지하철이 도착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 생각에는 바퀴 소리가 플랫폼 아래쪽에서 나는 소리라 만약 자신이 탈 쪽의 지하철이 도착한다면 이쪽 플랫폼에 막혀서 맞은편으로 반사되는 듯 합니다. 맞은편 지하철이라면 반대로 이쪽으로 소리가 반사되고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처음엔 다들 웃는데, 확인해 보고 나서는 신빙성 있다고들 하더군요. 이 노하우 덕분에 저는 지하철 바퀴 소리가 크게 들리면 후다닥 뛰어가는 주위 사람들을 안됐다는 듯 바라보며 느긋이 걸어갑니다. 만약 작게 들린다면? 저도 죽어라 뛰어야죠 ;;
주말에 업로드하려고 했는데, 자꾸 영상과 소리가 맞지가 않더군요. 원본 파일은 안 그런데... 원본 파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랩하는데 입하고 싱크가 안맞으니, 보고 있으면 상당히 웃기더라고요. 주말에 다섯 번, 오늘 한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안 맞는대로 올립니다.
Epik High는 정통 힙합이다/아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에도 관심을 기울여라,
예술성과 대중성은 반비례한다/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등등, 말이 참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만, 저는 랩이나 힙합은 장르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주제넘게 제 생각을 이야기해봤자 소음 하나 덧붙이는 것 밖에 안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Epik High도 그렇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직 이 노래만 좋아하는 거라서요.
처음 이 노래가 나왔을 때는 Paris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인 줄 알았습니다. 제 블로그 닉네임이 '빠리소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파리스 왕자'더군요. 3집이 나올 무렵 Epik High의 멤버인 타블로의 싸이 홈피에 이런 글이 올랐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여왕 '헬레네'의 사랑은
한 문명을 파괴시켰을 만큼 거대한 전쟁을 일으켰다.
흔히, 파리스 왕자를 여자 하나 때문에 왕국을 멸망시킨 찌질이 정도로 생각하는데, 관점을 바꿔 저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군요. 물론 트로이 전쟁에 관한 진실은 그리스 도시 국가들이 트로이의 부를 노리고 침략했다는 설이 유력해 보입니다만.
아무튼 제가 저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 가사도 뜯어 보면 맘에 들고, 멜로디도 맘에 들고, 이런 경우를 보면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논리적인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좋아하고 나서 둘러댈 만한 이유를 찾는 거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제 과거의 어느 시절인가가, 그리고 누군가가 기억납니다. 하지만, 역시 왜 그런건지는 설명할 수가 없군요^^
술에 취해 숨소리조차 차가워 졌을 때
어둠 속에서 귓 속에 속삭이는 그대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눈물을 막지는 못해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시간을 멈추진 못해
잊혀진 낙원을 등지고 찢겨진 날개를 숨기고
저 밤거리로 다 버리고 낮선 첫 발걸음도 망설이고
눈이 부신 네온 불빛과 불현듯 내게 온 그림자
아무도 모르고 배고프고 가슴이 목을 조르고
황폐한 도시 내 두 손바닥에 큰 못이
이 곳이 타락의 메카 내 사랑이란 죄의 대가
하늘이 버린 별, 운명도 어긴 걸
그대와 눈뜨고 숨쉬고 싶어 내 날개를 버린 걸
숨막혀 나 눈이 감겨 이 도시보다 숨이 차서
터져버릴듯한 내 심장을 움켜쥐니 타서
자꾸만 퍼지는 향기로 이성의 날개는 잘리고
검은 달빛을 삼키고 어두운 밤길을 달리고
그 어떤 말도 말고 안고 날아가 어디라도
후회로 갇힌 섬이라도 심장을 도려낼 벌이라도
받아 나 참고 견딜게 바다와 산도 널 위해
가를테니 하늘 땅안에 별이 될 때까지 사랑해
술에취해 숨소리조차 차가워 졌을 때
어둠속에서 귓 속에 속삭이는 그대
나 이제 날아가네 내 꿈속에서 미소와
그대란 작은 날개를 가졌으니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눈물을 막지는 못해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시간을 멈추진 못해
눈이 부신 붉은 태양 지금 너를 향한 내 맘
너무 간절한 너를 택한 내 사랑은 하늘을 배반
하지만 네 품안에 사는 나 땅에 누워 미소 찾는 나
또 다른 차원에 살아가 자라 새 날개로 날아가
따라가리 저 땅 끝까지도 바다가 치는 거친 파도
팔과 다리 날개 꺾인대도 사랑하니까 불멸을 배신했죠
차가웠던 도시도 사막에도 꽃피고 다 등지고
가로등 뒤로 너와 내 사랑은 숨쉬고
술에취해 숨소리조차 차가워 졌을 때
어둠속에서 귓속에 속삭이는 그대
나 이제 날아가네 내 꿈속에서 미소와
그대란 작은 날개를 가졌으니
주말만 되면 비가 오는 날씨의 못된 심보 한번 고약하다. 빗소리를 들으며 Thom Yorke의 솔로 앨범 [The Eraser]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내가 Radiohead의 앨범들 중 가장 명반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4집 [Kid A]. 하지만, 명반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즐겨 듣는 것은 다르다. 4집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비교적 손이 잘 안가게 되는 건 사실이고, 듣기는 2집과 3집을 가장 많이 듣는 듯 하다. 2집은 개인적인 추억이 서린 곡들이 많아서 자주 찾게 되고, 3집은 말이 필요 없다.
Thom Yorke의 솔로 앨범을 듣다 보니, 드는 엉뚱한 생각. 혹시 Thom Yorke는 [Kid A]와 [Amnesiac] 두 앨범을 내고 나서 다른 멤버들에게 뒤통수를 몇 대 맞은 것은 아닐까? Radiohead의 급진성은 [Hail to the Thief] 정도로 잠시 타협하고 실험은 솔로 앨범에서 계속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소라가 '난 행복해'를 부르며 1집을 들고 나왔을 때 참 독특한 느낌이었던 기억이 난다. TV에 나올 때면 항상 변함없이 굳은 얼굴로 서서 비음이 심한 신선한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친구가 무슨 TV 쇼에 출연한 걸 봤는데 이소라에게 무엇인가를 시켰더니, 못하겠다고 하면서 울더란다. 얼마 후에는 이소라가 그렇게 밝힌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ㅡㅡ;; 가수가 노래 부르는 것과 남성 편력이 뭔 상관이 있겠으며,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데 그 이야기를 듣고 설마... 했지만 조금 깨긴 깼다. 또 얼마 후에는 이소라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마다 앨범을 하나씩 낸다는 소리도 들었다. 역시 설마...
아무튼 나는 '밤의 음악 도시'와 '이소라의 프로포즈' 덕분에 이소라를 매우 좋아했다. 노래도, 앨범도, 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점점 밝아지는 듯한 이소라 그녀도.
몇달 전에 우연히 이소라가 라디오 DJ를 그만 두었다는 소리를 듣고, 매우 아쉬웠다. 요샌 거의 듣지도 못했지만... 게다가 가끔이라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MBC라디오를 틀면 들리는 박명수의 목소리. 한숨나온다. 왜 그만둔걸까... 전에도 몸이 안좋다는 이유로 며칠 쉬거나, 한동안 중단한 적은 있었는데.
이소라가 실연을 당할 때마다 앨범을 낸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4집을 낼 무렵에는 개인적인 아픔이 있었기는 한 것 같다. 우선 양장본처럼 예쁘게 만들어진 4집 [꽃]의 앨범에 앨범 정보나 가사 외에 글이라곤 달랑 이것 뿐이다.
꽃
피어라 피어
피는게 네 일인걸
지는 건 걱정일랑 말고
피어라 피어
그리고 거의 마지막 장 시디가 붙어있는 페이지의 맞은 편엔 너무나 간단한 'Thanks to 김현철, 조규찬, 고찬용...' 이전 3집 앨범 역시 말은 몇마디 없었지만, 이리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다. 이소라의 사진도 담겨있고. 한마디로 4집 앨범을 찬찬히 훑어보며 드는 느낌은 '나좀 잠시 내버려두세요.'다.
결정적으로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이소라가 부른 '제발', 얼마나 슬픈 기분이 들어 두 번이나 노래를 중단했을까. 입대했던 시절이라 저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누군가가 편지로 가사를 적어 보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가사를 읽어내려가면서 너무 마음 아팠던 기억. 문득 마음이 여린 이들이 살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