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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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6.14 G조 1경기 대한민국:토고
2006년 06 13일 오후 10:00(한국 시간) Frankfurt Stadium

어느 팀이 예외랴마는 한국 입장에서는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경기. 하지만, 이기고서도 참 말이 많다.

내 예상은 3:2였다. 한국도 토고도 수비 문제가 많아서 실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은 보상금 문제나 감독 문제가 있던 팀이라고는 생각 못할 만큼 토고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방송은 어땠는지 몰라도 MBC 해설을 들어보니, 토고는 전반 15분 이내에 실점이 많다고 초반을 노려야 한다던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생각엔 한국은 초반에 참 서툰 편이다. 공격도 수비도. 예상 외로 거세고 거칠게 나오는 토고를 보면서, 초반에 한두 골 먹고 죽어라 뛰어서 나중에 만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전반 30분 토고가 선취골을 넣었다. 골 허용한 뒤의 이운재 골키퍼를 유심히 봤는데, 안 비춰준 건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수비수들한테 소리 안 지르네? ;; 한국은 2002년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날 정도로 패스 성공률이 떨어졌고,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 사이사이의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후반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돌파하는 박지성을 전반에 경고를 받았던 토고 수비가 거칠게 파울로 막아 결국 퇴장당했다. 그리고 얻은 프리킥을 이천수가 깨끗하게 바로 쏴서 동점골. 멋있는 골이었다. 그리고 계속 살아나는 박지성의 활약, 결국 쉬는 시간 교체 투입된 안정환송종국의 어시스트를 받아 멋진 중거리 슛~ 결국 한국이 2:1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기고서도 말이 많은 이유는 후반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의 볼 돌리기 때문이다. 이것만 가지고도 경기장 내에서도 외국인들의 야유가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종료 직전 얻어낸 프리킥을 이천수가 백패스로 뒤로 돌리는 바람에 오늘까지 두고두고 인터넷 상에 난리가 났다. 마지막 프리킥은 나도 보면서 참 어이 없었지만, 후방에서의 볼 돌리기는 논할 문제가 아닌 듯 하다.

공 돌리기를 비판하는 쪽은 크게 세 가지 반응들인 것 같다.

반응 1. 무조건 욕한다. 이유 없다.
- 입이나 손으로 스트레스 다 푸셨으면 이제 가서 주무세요... (논할 가치 없음)

반응 2. 매너나 스포츠맨쉽에 어긋난다.
- 아니... 공 돌리는 게 왜 매너나 스포츠맨쉽에 어긋나는건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실분? 그럼 한 골 넣고 빗장 수비하던 예전의 이탈리아는 완전 노매너 대표팀인가? 이탈리아 경기가 재미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이탈리아가 노매너로 유명한 건 몰래 하는 반칙과 시뮬레이션 액션 같은 이유들 때문으로 알고 있는데...?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을 기억해봤다. 코스타리카는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두명을 제외한 전원이 하프라인 후방에서 버티고 있었다. 독일도 공을 계속 돌리면서 수비수를 끌어내다가 공격을 시도하곤 했다. 독일이 하면 멋지고 영리한 거고 한국이 하면 비겁한 건 아니겠지?

또 그제 일본과 호주 경기에서 일본이 수비에 치중해서 짜증났는데, 어제 한국이 똑같이 해서 부끄러웠다는 분들도 있다. 일본의 경기 태도를 아래 반응 3과 같이 '거봐. 수비에 치중하다가 세 골 내리 먹었잖아'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제 일본의 경기 방식이 왜 매너과 관련이 있는거지? 나도 결국엔 호주쪽을 응원했지만, 일본의 수비가 옛날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생각나게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그것 때문에 짜증이 난건 아닌데... 그분들은 그냥 일본이 무조건 싫으셨던 건 아닐까?

반응 3. 전술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이런 비판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없는 것이 안좋은 게 아닐까? 많은 토론들이 있는데 내가 어설픈 축구 지식으로 하나 더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다만 설마 선수들이 자기네들끼리 힘들어서 볼 돌렸을까... 감독이 시켰을텐데.

월드컵 첫 경기, 그리고 다음 있을 경기들에 맞춰 컨디션을 맞췄을거다. 그런데 예상 외의 변수인 더위때문에 체력을 더 소모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골득실 따질 생각보다 프랑스나 스위스 하나라도 더 잡을 욕심을 내겠지. 괜히 이긴 게임에 위험을 자초할 필요 있겠나...

전술보다 전략을 선택했다고 본다. 결과가 어떻게 돌아올지는 몰라도. 2002년에도 결국 많은 체력 소모 때문에 독일과 터키전에서 참 무뎌졌던 건 같은데...

그래도 나도 마지막 프리킥은 좀 너무했다 싶다. 어차피 실패해도 역습당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이기고 난 뒤의 행복한 투정 비슷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공상 1. 한국팀이 예전에는 유럽팀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는데, 어쩌면 아프리카에 대한 공포심으로 옮겨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째 아프리카는 한국 같은 팀에게 천적인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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