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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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25 문득 생각난 나의 황당 영화 관람기 / 가디안 2
좌백님의 황당한 영화라는 포스트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에고 돈 아까우셨겠다... 이 포스트를 보다 보니 나의 황당 영화 관람기가 떠올랐다. 말 그대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인가? 후훗...

내가 어릴 때 소년 중앙라는 잡지가 인기있었다. 엄하셨던 아버지께서 왠일인지 소년 중앙은 꼬박꼬박 사주셨었는데, 거기서 '가디안'이라는 영화가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줄거리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적어보자면,
아이를 낳은 아내를 위해 새로 이사온 집에 보모던가? 파출부던가를 구하게 되는데, 한 여자가 아이를 제물로 삼기 위해 원래 오기로 되어있던 파출부를 의문사 시키고 아이를 빼앗기 위해 부부와 사투를 벌인다는...

그 줄거리가 어린 나이에 무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스릴러 풍에 뭔가 으시시할 것 같은... 하지만, 비디오가 교육에 도움이 안된다는 아버지 엄명에 따라 우리 집에는 비디오가 없었고, 난 언젠가 보고 싶은 영화로 '가디안'을 어린 기억 속에 담아두어야 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여동생과 외삼촌댁에 놀러갔는데, 외삼촌이 돈을 주시며 보고 싶은 비디오를 하나 빌려오라고 하셨던 것이다. 그때 정말 순진했고 세상 물정 모르던 내가 다른 유명한 영화를 알 리 없었고, 언제나 뇌리에 꽂혀있었던 그 '가디안'이라는 비디오를 빼든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어찌어찌 해서 비디오를 빌려들고 외삼촌네로 한걸음에 달려와 비디오를 틀었는데, 처음 부분은 줄거리대로 흘러갔다. 문제는... 중간 부분에 야한 장면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길~게... 여동생과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거의 비디오의 절반은 눈을 가리다시피 하다가 결국은 꺼버려야 했다. 외삼촌도 무지 황당하셔서 고작 하신다는 한 마디.
"영구와 땡칠이 같은 거나 빌려오지..."
정말 순진해서 빨간 비디오란 게 뭔지도 몰랐을 때의 웃음 나오는 기억이다. 빨간 비디오라는 건 비디오가 새빨간 색이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건줄 알았으니까 ;;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 두가지.
  1. 외삼촌네 동네 비디오 가게 아저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린 꼬마 둘에게 그걸 빌려준 걸까?
  2. 그리고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얼추 타이밍이 맞는 시기에 외삼촌네 장남이 태어났다. 그럼 혹시 그 녀석은 내 덕택에 태어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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