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컴퓨터 시계로 지금 새벽 2:27이군요. 지금까지 깨어 있는 이유는 SBS에서 방영해준 어느날 갑자기 3탄 'D-Day'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도 귀차니즘이 만연한 놈이라 과연 영화에 관한 포스팅을 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뭔지는 생각하기가 싫더군요. 여자 재수 기숙학원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영화인데,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무섭다는 생각도 안들고요. 하지만, 영화를 안좋게 보려다가도 제 고등학교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심하게 공감이 가는 겁니다. 정말 '인간이 아니라, 차라리 기계였으면...' 하고 바랬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일본도 심한 듯 하니 제외하고, 외국에서도 입시에 관한 공포 영화가 만들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의 입시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영화적인 요소와는 관계 없이 심하게 공감하는 빠리소년입니다. 인간이 아닌 듯한 선생님들의 모습, 서로 경쟁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과장되어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런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는 이유는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D-Day를 보면서 1등일 때는 같은 방의 친구들에게 공책을 빌려주던 은수라는 아이가 나중에 점점 성적이 떨어져, 공책을 빌려본 아이가 추월하게 되자 공책을 돌려달라고 하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예전에 과학고에 다니는 한 학생의 블로그에서도 서로 공책을 빌려주지 않는 자신의 급우들에 대한 글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 모습이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해가 가는 입장입니다. 30등이 29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과, 2등이 1등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30등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양상과 치열함이 전혀 다릅니다.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 그 학생을 탓할 것이 아니라, 순진한 아이들을 그렇게 내모는 입시 제도와 1등 주의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 누군가는 바꿔야 하는데 자신은 그런 시절을 거쳤다고 '우리 때는 더 심했어.'라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에 관한 잡담은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글에서 실컷 했으니 그만 하겠습니다.

아무튼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것은 웬지 모를 만용을 부리게 해줍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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