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축을 이루는 공화국에서 제국의 탄생.....그리고 몰락...... 어떻게 보면 스타워즈는 팔파틴의 일대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1-6편까지 모두 나오는 이 인물은 스타워즈를 사실상 이끌어가는 인물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분명히 아나킨(1-3), 루크(4-6)이지만요.
팔파틴이 없는 스타워즈는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활극 위주의 영화 대신 정치극으로 다시 짜여진다면 팔파틴은 분명히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섭니다. 그래서 저는 등장인물 중 팔파틴에 관심을 더 기울여 왔습니다. 조지 루카스도 "민주정이 어떻게 독재정으로 변하게 되는지를 그리고 싶었다" 라고 말한만큼 팔파틴의 역할은 매우 강합니다. 다만 영화 흥행을 위해서 아나킨, 오비완, 루크 등의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봅니다.
이안 맥디아미드가 연기한 팔파틴......다스 시디어스로 불리기도 했던 인물..... 저는 그러면서 팔파틴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나쁘기만한 사람인가 의문을 던져봤습니다. 그러면서 팔파틴이 무너뜨린 공화국의 문제점을 먼저 보았습니다.
첫번째, 이른바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고 했던 공화국은 에피소드1에서 보았듯이 아나킨 처럼 노예제로 속박받는 민중이 판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를 공화국 중앙정부에서 제재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나킨을 만나러 갔던 제다이들도 아나킨의 노예상태와 노예상인들의 횡포에 아무런 의문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공화국에서 최소한 노예제를 묵인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만민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노예제라.....뭔가 앞뒤가 안맞지 않습니까?
두번째, 공화국에서는 마약매매가 판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에피소드4(이때는 제국시대)에 나왔던 한 솔로는 공화국 이래로 마약밀매를 주도했던 자바 더 헛의 일을 맡은 것으로 나왔으니까요. 이 정도면 공화국 말기에는 엄청난 마약중독자들이 있었고 크나큰 사회적 병폐가 되었을 것은 뻔합니다.
세번째, 공화국 이하의 자치행성들은 왕 또는 여왕을 두고 있는 봉건주의 체제였습니다. 아미달라 여왕, 베일 오가나 왕 등은 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있는 자치행성에서는 절대적인 지위를 구가하였습니다. 이런 왕 또는 여왕 아래로 귀족, 고위성직자들이 평민 내지 노예를 지배하면서 호의호식을 누렸겠지요. 실제로 이들의 호화스러움은 1-3편에 걸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모두 평민, 노예의 피를 빨면서 치장하였겠지요.
네번째, 에피소드1의 전쟁원인이 되었던 보호주의무역입니다. 무역연합은 나부행성 (아미달라 여왕이 통치)과 무역방식을 놓고 대립하다가 무역루트를 봉쇄하였고, 공화국이 나부행성을 편들면서 무역연합의 분리주의운동이 싹틔운 것으로 압니다. 적어도 공화국이 자유로운 무역방식 대신 특정세력에게 편파적인 보호무역을 고수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섯번째, 공화국 체제의 보루라는 제다이 조직의 보수성과 권위주의입니다. 아나킨은 수많은 전쟁에 제다이의 이름으로 참여하여 많은 공을 세웠음에도 끝내 마스터 제다이가 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요다, 메이스 윈두가 특히나 아나킨을 못마땅해 했는데 겉으로는 그에게서 어두운 기운을 느껴서고 3살 이후에 입문한 제다이는 믿을수 없어서라지만 실제로는 노예였던 아나킨의 출신을 경멸해서가 아닐까요?
(후에 오비완과 요다는 20살이 넘은 루크를 제다이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것은 아나킨의 경우와 비교해서 모순입니다. 한마디로 루크 외에는 제다이의 영광을 회복할 길이 막연해지자 그를 이용해서 아버지인 아나킨(다스베이더)과의 부자상잔을 도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섯번째, 공화국 의회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패입니다. 팔파틴의 바로 직전 의장의 탄핵사유에 뇌물수수의 언급이 나왔었고, 무역연합과의 전쟁 발발 초기에 연전연패를 거듭했던 공화국에서는 부패와 패전의 책임으로 의회 의장(최고 지도자)이 계속 바뀌는 일이 빚어집니다.
그러니까 공화국은 말로만 이상낙원이었고 속은 모순점으로 썩을대로 썩어서 누군가가 나서주지 않으면 알아서 무너지게될 판이었던 것입니다. 공화국이 휘청댈 즈음 여기서 팔파틴이 짜안~ 등장하여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지위를 높여가고 끝내 자신이 절대 지도자인 황제가 되는 제국을 세웁니다.
그럼 팔파틴의 제국이 이룬 일들을 찬찬히 살펴볼까요?
첫번째, 공화국 시절에 널리 만연했던 마약밀매를 철저히 단속합니다. 에피소드4에서 한 솔로가 자바 더 헛에게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었던 것도 그가 자바 더 헛의 마약을 싣고 중계를 하다가 제국군의 단속망에 걸려 모두 버리고 달아난 일 때문입니다. 마약은 인류의 해악이라고 보았을때 여기서 제국은 옳은 일을 하였고, 한 솔로는 마약을 중계하는 나쁜 짓을 한 것입니다.
두번째, 팔파틴은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였습니다. 아나킨(다스베이더)은 노예출신이었음에도 이를 따지지 않고 오른팔로 중용하였으며, 클론트루퍼(장고펫의 클론병사)가 폐기된 이후 평민 사이에서 모집된 스톰트루퍼들도 역시 출신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평민들은 아마 구공화국 시절의 신분차별에 울분과 한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토록 많은 숫자가 열성적으로 스톰트루퍼에 자원하여 근본적으로 강력하고 의욕이 넘치는 새 시대의 제국군을 구축할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세번째, 제국치하 행성들의 자치정부를 무너뜨리고 총독직할을 시작한 것입니다.
공화국 자치행성들은 왕 또는 여왕이라는 절대군주가 지배하는 봉건제 신분체제였습니다.
공화국 중앙정부의 의회는 이러한 봉건자치행성들의 연합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을 팔파틴은 각 행성에 총독을 파견하여 오로지 직할통치를 하여 봉건주의자들의 권력을 빼앗고 몰아냅니다.
네번째, 분리주의 무역연합을 패퇴시키고 일시적으로나마 평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후에 구공화정 반군이 활동하기 전까지 제국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섯번째, 전쟁이 멈추게 되어 그동안 악화되었던 경제가 회복을 보였습니다.
여섯번째, 팔파틴은 스스로 굉장히 검소한 생활을 하여 공화국 시절 사치스러운 문화를 크게 뜯어고쳤습니다.
팔파틴은 황제가 된 이대로 검은 수도사식 망토 외에는 다른 옷을 입지 않습니다. 그가 거처하는 황실 조차도 근면검소한 분위기였고,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을 많이 거느린 것도 아니고 국정에 대해서만 모든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조목조목 볼때 팔파틴은 그저 다크 포스에 빠져 마구잡이 폭정을 자행하는 광기어린 독재자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만약 팔파틴이 파괴와 증오에 사로잡힌 자였다면 황제로 집권하자마자 닥치는대로 행성들을 데스스타로 파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것은 보이지 않고 자신과 제국에게 반항하는 세력들에만 부득이하게 응징을 취합니다. 나머지 대부분 행성들은 제국군의 영도하에 비교적 무난한 통치를 계속합니다.
사실 다크 포스가 악이고 시스족들은 사탄이라는 정의도 제다이들 사이에서 내려진 주관적인 사항이 불과하죠. 시스족의 창시자도 제다이들에게서 이단으로 규정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었음을 상기해 볼때, 자꾸만 지구의 중세 교황청 마녀사냥이 연상됩니다.
그렇다면 제국에 대항한 저항군들의 실체를 봅시다.
팔파틴이 세운 제국을 무너뜨리는 주역들이 알데란의 왕이었던 베일 오가나의 딸 레아공주와 제다이 잔존세력 요다의 후계자 루크라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이른바 진정한 민주주의에 눈이 뜬 서민들 사이에서 지도자가 나오는 식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또한 저항군의 기반을 이루는 일반병사들은 지도부가 갖고 있는 돈으로 사들인 용병 수준에 다름아니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레아공주 집안(왕실)은 막대한 부를 통하여 저항군의 틀을 닦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항군들은 사실상 민주주의 공화국 복원으로 위장한 보수봉건구체제(앙시앙 레짐) 기득권 세력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순으로 가득찬 저항군세력은 악의 팔파틴 제국 타파라는 미명하에 다시 정권을 되찾아 예전의 노예제 존속, 마약횡행, 봉건신분제, 지도자들의 부정부패가 판치는 공화국으로 후퇴하는 셈입니다. 물론 두번 다시 팔파틴 같은 인물이 공화국을 뒤엎지 못하도록 집권세력 자신들의 자체 정화 노력을 함과 동시에 다크 포스에 능한 시스족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숙청을 병행하겠지요.
결론적으로 팔파틴은 외모적인 흉악함과 반대파에 대한 무자비함을 빼면 중앙권력의 강력함하에 여러모로 찌들대로 찌든 공화국을 무너뜨려 제국을 세우고 국가개혁을 이룩한 또다른 혁명가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평가를 내려봅니다.
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예전에 인터넷에 돌던 글을 스크랩해둔 것인데, 원 필자를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링크나 트랙백 대신 퍼옵니다. 이 글에 대한 제 반대 생각을 다음 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스크랩 글이므로 피드백은 막아둡니다(원 필자의 요청이 있을 시에 비공개 처리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