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주몽 12회에서 극중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不俱戴天之讐(불구대천지수)라는 말이 생각났다. 함께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라는 뜻인데, 아버지의 원수와는 함께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으므로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말이다.

MBC 드라마 주몽에 역사적 오류가 많다는 포스트는 몇 번 봤지만, 솔직히 학교에서 배운 것들 기억도 잘 안나고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에 대해 그리 깊이 배운 것 같지도 않아서 '아 그렇구나. 새겨봐야겠구나.'하고 말았었는데 오늘 보면서 또 한번 느꼈다.

해모수가 아들인 주몽에게 자신이 아버지임을 숨기고 어머니를 만나고 오라며 떠나보내는 장면, 금와왕의 장남인 대소 왕자가 해모수를 죽이는 장면, 뒤늦게 도착한 유화 부인과 금와왕이 죽은 해모수를 안고 오열하는 장면, 해모수에 대한 애착이 핏줄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르고 그저 스승으로서의 해모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주몽의 모습 등의 드라마 장면은 솔직히 너무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정말 애절하게 잘 그려냈다.

하지만, 나중에 주몽이 부여와 대결하며 고구려를 건국해야 하는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대소 왕자를 꼭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들어야만 했을까. 완전 허구인 드라마도 그런 소재는 이제 식상할 지경인데, 역사적 인물까지 꼭 부모중 하나는 악당의 손에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제작진의 심보를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주몽이 해모수가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알게 되면서 대소에 대해 한층 복수의 칼을 갈 것은 뻔하고, 선하고 우정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금와왕의 캐릭터와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건국해야만 하는 주몽의 캐릭터중 어느 것도 훼손시켜서는 안되는 드라마의 설정상, 대소가 갈수록 악당이 될 것 역시 뻔하다. 따라서 - 모두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본다면 다행이겠지만 - 나같이 학교에서 배운 수박 겉핥기식 국사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교육적이라고 부모들까지 시청을 장려할 어린이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나서 '부여는 금와왕까지 잘 다스려지다가 대소의 사악함과 탐욕으로 한순간에 무너져야만 하는 정당성을 획득한 나라, 고구려는 이전의 부여를 계승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맥을 달리하는 나라'로 생각할 것이다. 마치 '의자왕과 3천 궁녀 이야기'로 인해 '백제는 어차피 멸망해야 할 나라였다, 신라가 당군까지 끌어들여 백제를 멸망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라는 이상한 논리에 한동안 속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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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6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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