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2일 일요일 00:00(한국 시간) Gelsenkirchen, FIFA 월드컵 경기장
베컴의 프리킥 한방으로 겨우겨우 8강에 오른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와 네 명의 퇴장과 16장의 옐로 카드가 난무하는 혈투를 벌이고 8강에 오른 포르투갈의 대결.
독일:아르헨티나의 8강전과 마찬가지로 전반전은 밀고 밀리는 치열한 - 하지만 보기에는 지루한 - 공방전이었다.
하지만, 후반 초반 베컴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교체되고, 웨인 루니의 퇴장으로 숫적으로 열세에 놓인 뒤의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내가 본 잉글랜드의 세 경기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솔선하는 모습과 투지를 보여주던 베컴, 지난 번엔 구토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오늘은 교체후 우는 모습까지 보였다. 막상 그 모습까지 보려니, 참 안됐다.
0123456
잉글랜드는 열 명이 싸우면서도 오히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결정적인 찬스도 몇 번 아깝게 놓쳐버렸다. 결국 연장까지도 0:0 무승부로 승부가 나지 않아 어제에 이어 승부차기 돌입. 하지만 중거리 슛에 일가견이 있다는 첫번 째와 두번 째 키커인 램퍼드와 제라드, 그리고 네번 째 키커인 캐러거의 슈팅까지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패하고 말았다.
포르투갈:이란의 조 예선전을 보면서 C. 호나우두가 X맨 노릇할지 모른다고 한 내 걱정이 민망할 정도로 C. 호나우두를 상대로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끝내 퇴장당한 루니는 이번 패배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편, 월드컵에서 2002년 브라질의 7연승에 이어 이번에 포르투갈을 이끌고 5연승, 총 12연승 중인 스콜라리 감독. 불안불안한 포트투갈팀을 이끌고 정말 대단하네~ 우연이었건, 어부지리였건, 실력이었건 결과적으로 포르투갈은 강팀들을 모두 꺾고 다시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란전에서 주제넘게 나선 것 반성한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전반 4분만에 선제골을 넣은 독일이 좀더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했거나 스웨덴의 저항이 거세었다면, 독일이 한 골 정도 허용하더라도 좀더 많은 점수차로 이겼을지도 모른다.
두 골 모두 클로제의 어시스트를 받아 포돌스키가 넣었다. 이 경기의 MoM이 클로제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 못할 정도로 클로제는 골을 넣지 않았을 뿐 눈부신 활약을 했다. 두 번의 어시스트 모두 두세 명의 수비수들을 유인한 뒤 맞은편의 포돌스키에게 패스. 뿐만 아니라 미드필드에서 공을 앞으로 찬 뒤 수비수를 앞질러 공을 드리블하는 등 정말 연속으로 감탄스러운 플레이를 했다.
스웨덴은 초반부터 독일의 맹공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후반 초반 결정적인 패널티킥을 얻은 라르손마저 실축하고 말았다. 스웨덴 골키퍼만이 고군분투하며 대량 실점을 막는 가운데, 허술해진 스웨덴의 수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독일 미드필더들의 중거리 슛 역시 위력적이었다.
독일의 공격이 너무 정신없어 전반전이 끝난 후에 경기가 끝난 줄로 착각했다가 '아, 후반전이 남아있지' 했던 경기.
개막이래 가장 더운 날씨가 변수가 되었던 경기. 양쪽 모두 날카로운 면이 없어 비교적 재미없는 경기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홀로 긴소매 유니폼을 입고 나온 데이비드 베컴이 후반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켜 잉글랜드는 체면 치레를 했다. 정말 환상적인 프리킥 솜씨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장답게 분투하던 데이비드 베컴은 후반전이 끝날 무렵 교체되었는데, 경기 도중인지 교체후인지 구토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더운 날씨였는지 알 수 있었다.
전반전은 난타전 속에서 이탈리아가 날카로운 공격면에서는 약간 앞서 있었지만, 후반 초반 이탈리아 수비의 핵인 마르코 마테라치의 퇴장으로 호주의 공세가 격화된다. 하지만, 조예선부터 문제였던 호주의 단조로운 크로스 공격과 몇 경기를 봐도 징그럽게 완벽한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로 0:0이 유지된다.
공격보다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일찌기 두 장의 교체카드를 쓴 이탈리아가 마지막으로 프란체스코 토티를 내보내 막판 승리를 노려보지만 소득이 없었다. 한편, 교체 시간마저 30여초 남겨둔 순간 호주의 전진 공세를 틈타 이탈리아의 역습. 패널티 박스 안에서 호주 수비수가 먼저 넘어지고, 이탈리아의 파비오 그로소가 뒤이어 넘어진다. 보기엔 일부러 넘어진 것 같은데... 결국 토티의 패널티 킥 성공으로 경기 끝.
히딩크 감독은 10명밖에 남지 않은 이탈리아의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킨 뒤에 연장전에서 승리하려 한 듯 하다.
그래서 교체카드도 한 장 밖에 쓰지 않았는데, 교체되어 들어간 케이힐의 활약으로 교체 이후 호주의 공격이 상당히 기동적이었다.
단 8초를 남기고, 약간의 방심과 심판의 의심스러운 판정으로 호주는 1:0으로 지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의 마법도 심판 앞에서는 무력했다. 역시 심판이 지존이다.
패널티 킥을 성공시킨 토티의 골 세레모니. 얼마 전에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창과 방패의 대결. 스타 군단이라는 잉글랜드와, 예상 밖으로 스웨덴과 비겨 좌절 모드에 빠뜨린 트리니다드토바고. 스웨덴전에 이어 "우리는 비기러 나왔다"는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보면서 딱히 잉글랜드를 선호하지는 않았기에,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원하는 대로 비기기를 응원하기로 했다. 잉글랜드도 비기는 정도야 뭐... 스웨덴전에서 죽어라 뛰면 되지 뭐 ;;
예상대로 잉글랜드의 공세로 시작된 경기를 보면서 데이비드 베컴과 피터 크라우치, 제이미 캐러거 세 명의 유니폼만 긴 소매인 것을 발견한 나. 이유가 뭐지? 쟤네는 덥지도 않나? ㅡㅡ;; 예전에 베컴이 유니폼을 아르마니제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나? 하여튼 유독 튀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정말 엄청났다. 신들린 듯한 골키퍼의 선방과 프리미어 리거였다는 드와이트 요크, 그리고 산초와 로렌스 등의 대단한 수비로 크라우치의 헤딩 슛이건, 제라드의 중거리 대포 슛이건, 베컴의 칼같은 크로스건 다 막아냈다. 전반 중반에 조금 민망한 장면이 나왔는데, 스티븐 제라드가 쏜 강슛을 요크가 몸으로 막다 급소를 맞아 잠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정말 아팠을 듯 ㅋㅋㅋ 바지에 손을 집어넣는 등, 급소에 물을 뿌리는 등 민망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전반이 끝나기 직전 잉글랜드 골대 앞에 뜬 공을 트리니다드 선수가 거의 몸으로 밀어넣다시피 우겨 넣었는데, 골인 직전 잉글랜드의 테리가 몸을 던져 시저킥으로 겨우 겨우 걷어냈다. 한골 넣은 거나 다름없는 테리의 수비였다.
후반 초반 잉글랜드 감독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던 웨인 루니를 교체 투입하자, 잉글랜드 팬들은 승리라도 한 듯 난리가 났다. 루니와 함께 교체한 에런 레넌의 활약으로 잉글랜드는 조금 활력을 되찾았고, 전반과 달리 트리니다드의 수비가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정말 트리니다드의 바람대로 무승부로 비기나 하고 있는데, 10여분도 남지 않은 가운데 베컴의 너무나 완벽한 크로스를 크라우치가 헤딩으로 골대에 집어넣었다. 장신인 크라우치를 그 전까지 더 장신이었던 수비 로렌스가 잘 마크해 제공권을 장악했었는데, 단 한번 다른 공격수에 시선이 빼앗겨 크라우치를 놓쳤다가 골을 허용해버렸다. 아... 트리니다드 너무 불쌍해 ㅠ.ㅠ
힘든 첫 골을 넣은 피터 크라우치. 정말 전봇대 같다. ^^;
결국 어차피 비기기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공격에도 신경을 쓰다가 제라드의 멋진 중거리 슛에 두번 째 골을 허용해버렸다. 역시 추가 시간에 ㅠ.ㅠ
스웨덴, 잉글랜드라는 초호화 강팀을 만나 정말 잘 싸운 트리니다드토바고였다. 비록 졌지만, 그 정신력과 투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