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1경기 이탈리아 2 : 0 독일

2006년 07월 05일 수요일 04:00 Dortmund, FIFA 월드컵 경기장

전반전의 팽팽한 공방전을 보다가 도저히 잠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잠들었는데, 이탈리아가 연장 후반 거의 끝날 무렵 두 골을 몰아넣으면서 2:0으로 승리했다고 한다.

전반전만 보면 독일아르헨티나전에서의 수세적인 모습을 벗어버리고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고, 이탈리아 역시 전방에서부터 압박하며 공을 빼앗아내는 농구로 말하자면 '올코트 프레싱'을 선보이면서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면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독일이 아르헨티나전에 이어 다시 연장전으로 가면서 체력의 부담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이 비록 졌지만, 월드컵 개최 전의 비판적인 목소리와는 다르게 정말 잘했다는 목소리가 많은 듯 하다(박수를 보내는 독일 언론). 나 역시도 이번 월드컵에서 공격적인 독일의 경기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참고로, 1935년 이래 도르트문트에서 치러진 독일의 전적이 무패라는 기록 역시 깨졌다(독일의 비장의 무기 도르트문트).

이번 대회 이탈리아의 경기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2002년에 한국팀은 저런 팀을 상대로 도대체 어떻게 두 골을 우겨넣은거야? 공격적인 수비를 해서 미드필드나 수비 진영에 빈 공간이 생길 법해도 저 정도인데, 아무튼 2002년 월드컵때의 한국팀은 대단했다.

2경기 프랑스 1 : 0 포르투갈

2006년 07월 06일 목요일 04:00  Munich, FIFA 월드컵 경기장

전반 33분 앙리가 얻어낸 패널티 킥을 지네딘 지단이 여유있게 골인시켜 1:0으로 프랑스가 승리했다.

8강 잉글랜드전의 크리스티앙 호나우두가 심판에게 루니의 반칙을 일러바쳤다는 이야기때문에 오늘 경기에서는 C.호나우두가 공만 잡으면 관중들이 야유를 보냈다. 비난의 표적이 될 뻔한 루니로서는 벤치를 향한 호나우두의 윙크 하나가 천만다행이었겠다.

프랑스는 조 예선에서 졸전을 치른 것에 자존심이 상했던지, 상당한 투지를 보여주었다. 1:0으로 앞서나가면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수비해야 할때면 거의 모든 선수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경기가 끝난 후 지단과 피구가 서로를 껴안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보통 상대방의 땀에 절은 유니폼은 잘 입지 않던데, 피구와 유니폼을 바꾼 지단은 그것을 입고 경기장을 나가더라. 그것도 하나의 겸손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경기로 스콜라리 감독의 12연승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남은 독일과 포르투갈의 3, 4위전과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결승전. 3, 4위전은 독일이 무난히 이기리라 예상하지만, 결승전은 모르겠다. 프랑스가 이기길 바라지만 이탈리아가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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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01일 토요일 00:00(한국 시간) Berlin, Olympic Stadium

'조예선과 16강전에서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선보인 두 팀의 대결', '창과 창의 대결', '미리 보는 결승전' 등등의 수식어가 무색하게 승부차기로 결정이 난 경기였다.

경기 시작 직후 두 팀 모두 팽팽하게 물러서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르헨티나의 짧은 패스는 살아나고 독일의 패스는 미드필드에서 막히면서 분위기가 아르헨티나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독일의 어린 선수들이 상당히 긴장한 듯한 느낌이 역력했다. 상대가 상대이니, 그리고 경기의 비중이 비중이다보니. 하지만 아르헨티나 역시 결정적인 골 찬스를 얻지는 못한 채 미드필드에서의 공방전에서 약간의 우위를 점한 것뿐이었다. 두 팀 통틀어 슈팅 다섯개에 유효슈팅은 독일의 포돌스키가 찬 프리킥 하나. 주요 장면이 세 장면 뿐이라면 말 다했다.

하지만, 독일 미드필더들의 잇따른 패스 미스에 이어 이전 경기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일 수비의 후퇴가 일어났다. 투톱인 포돌스키와 클로제는 고립되었다.

후반 초반 아르헨티나의 코너킥 찬스에서 리켈메가 찬 공을 수비수 로베르토 아얄라가 헤딩으로 골인시켰다. 아얄라를 견제했어야 했던 클로제가 점프조차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부랴부랴 다시 공세로 전환한 독일, 좋은 코너킥 찬스에서 골을 넣지는 못하지만 클로제와 아르헨티나 골키퍼의 충돌로 충격을 받은 듯, 골키퍼는 교체된다.

아마 이 골키퍼의 교체가 아르헨티나에게는 화근이었던 것 같다. 경험이 적은 교체 골키퍼가 불안했는지 아르헨티나는 리켈메, 크레스포 등을 빼고 좀더 수비 지향적인 선수들을 투입하면서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한 골 지키기에 들어간 반면, 독일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미드필더들을 오동코어, 보로프스키 등의 선수들로 바꾸면서 차츰 공세적으로 바뀐다.

독일의 교체는 성공했다. 오동코어는 오른쪽에서 자신의 장기인 빠르기를 이용해 아르헨티나의 수비들을 괴롭혔고, 무게 중심이 오른쪽으로 쏠리는 틈을 타 발락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올린 공이 중앙의 보로프스키의 머리로 인해 방향 전환, 이어서 용케 공의 방향을 잡은 클로제가 헤딩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클로제의 공에 대한 집중력은 참 대단하다. 2002년 머리로만 다섯 골을 넣더니, 이번 대회에서는 발로 넣기로 작정한 듯 발로 네 골. 하지만, 오늘은 안되겠는지 다시 헤딩슛으로 넣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지만, 화면에 보이는 것만으로 지루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만큼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이었음을 선수들의 움직임이 증명하는 듯 했다. 서로가 치명타를 입히지 못한 끝에 결국 연장전 전후반까지 승부는 나지 않고, 승부차기까지 치르게 되었다.


독일은 승부차기 특훈이라도 받는 걸까. 한 사람 한사람의 슈팅은 묵직해 절대 빗나가지 않을 것만 같고 승부차기만큼은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라는 말이 무색한 것 같다. 독일의 누에빌레, 발라크, 포돌스키, 보로프스키 등이 모두 성공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두번 째 키커인 로베르토 아얄라와 네번 째 키커인 에스테반 캄비아소의 슈팅을 독일의 옌스 레만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승부차기 4:2로 독일이 승리했다. 특히 옌스 레만은 상대편 네 명의 슈팅 방향을 모두 잡아내는 놀라운 실력을 보였다. 나중에 돗자리 깔아도 될 듯.


아르헨티나는 골키퍼의 부상이 정말 뼈아플 것 같다. 정말 잘 싸웠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승부차기로 결정되는 경기는 누가 더 뛰어나서 이겼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클린스만과 마라도나, 마라도나는 오늘 카메라엔 잡히지 않더라마는 두 명의 오버액션맨 중 과연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궁금했는데 결국 클린스만이 웃었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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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50분에 시작하는 경기는 모두 보았건만, 귀차니즘으로 인해 포스팅 못하다가 단평이라도 정리해 두려고 끄적인다.

1경기 독일 2 : 0스웨덴

2006년 06월 25일 일요일 00:00 Munich, FIFA 월드컵 경기장


일방적인 경기였다. 전반 4분만에 선제골을 넣은 독일이 좀더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했거나 스웨덴의 저항이 거세었다면, 독일이 한 골 정도 허용하더라도 좀더 많은 점수차로 이겼을지도 모른다.

두 골 모두 클로제의 어시스트를 받아 포돌스키가 넣었다. 이 경기의 MoM이 클로제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 못할 정도로 클로제는 골을 넣지 않았을 뿐 눈부신 활약을 했다. 두 번의 어시스트 모두 두세 명의 수비수들을 유인한 뒤 맞은편의 포돌스키에게 패스. 뿐만 아니라 미드필드에서 공을 앞으로 찬 뒤 수비수를 앞질러 공을 드리블하는 등 정말 연속으로 감탄스러운 플레이를 했다.

스웨덴은 초반부터 독일의 맹공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후반 초반 결정적인 패널티킥을 얻은 라르손마저 실축하고 말았다. 스웨덴 골키퍼만이 고군분투하며 대량 실점을 막는 가운데, 허술해진 스웨덴의 수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독일 미드필더들의 중거리 슛 역시 위력적이었다.

독일의 공격이 너무 정신없어 전반전이 끝난 후에 경기가 끝난 줄로 착각했다가 '아, 후반전이 남아있지' 했던 경기.

3경기 잉글랜드 1 : 0 에콰도르

2006년 06월 26일 월요일 00:00 Stuttgart, Gottlieb-Daimler Stadium


개막이래 가장 더운 날씨가 변수가 되었던 경기. 양쪽 모두 날카로운 면이 없어 비교적 재미없는 경기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홀로 긴소매 유니폼을 입고 나온 데이비드 베컴이 후반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켜 잉글랜드는 체면 치레를 했다. 정말 환상적인 프리킥 솜씨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장답게 분투하던 데이비드 베컴은 후반전이 끝날 무렵 교체되었는데, 경기 도중인지 교체후인지 구토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더운 날씨였는지 알 수 있었다.

5경기 이탈리아 1 : 0 호주

2006년 06월 27일 화요일 00:00 Kaiserslautern, Fritz Walter Stadium

호주에게는 너무나 아쉬웠던 경기.

전반전은 난타전 속에서 이탈리아가 날카로운 공격면에서는 약간 앞서 있었지만, 후반 초반 이탈리아 수비의 핵인 마르코 마테라치의 퇴장으로 호주의 공세가 격화된다. 하지만, 조예선부터 문제였던 호주의 단조로운 크로스 공격과 몇 경기를 봐도 징그럽게 완벽한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로 0:0이 유지된다.

공격보다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일찌기 두 장의 교체카드를 쓴 이탈리아가 마지막으로 프란체스코 토티를 내보내 막판 승리를 노려보지만 소득이 없었다. 한편, 교체 시간마저 30여초 남겨둔 순간 호주의 전진 공세를 틈타 이탈리아의 역습. 패널티 박스 안에서 호주 수비수가 먼저 넘어지고, 이탈리아의 파비오 그로소가 뒤이어 넘어진다. 보기엔 일부러 넘어진 것 같은데... 결국 토티의 패널티 킥 성공으로 경기 끝.

히딩크 감독은 10명밖에 남지 않은 이탈리아의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킨 뒤에 연장전에서 승리하려 한 듯 하다.
그래서 교체카드도 한 장 밖에 쓰지 않았는데, 교체되어 들어간 케이힐의 활약으로 교체 이후 호주의 공격이 상당히 기동적이었다.

단 8초를 남기고, 약간의 방심과 심판의 의심스러운 판정으로 호주는 1:0으로 지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의 마법도 심판 앞에서는 무력했다. 역시 심판이 지존이다.

패널티 킥을 성공시킨 토티의 골 세레모니. 얼마 전에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7경기 브라질 3 : 0 가나

2006년 06월 28일 수요일 00:00 Dortmund, FIFA 월드컵 경기장


전반 5분 호나우두가 넣은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주눅이 들지 않은 가나의 선전.

2:0의 상황에서 공격수 기안마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추격의 가능성이 사라지고, 결국 한 골을 더 허용하고 말았지만, 경기 내내 보여준 강팀에 대한 자신만만한 공세적 플레이는 박수를 받을만 했다.

호나우두는 오늘의 골로 FIFA 월드컵 본선 통산 최다골 1위에 오르게 되었다. 현재 15골.


무난히 결승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브라질팀 소속이기 때문에 한두 골만 더 넣어도 기념비적인 기록이 될 듯하다. 두번 째 아드리아누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보이는데... 판정이 의심스럽지 않은 경기가 거의 없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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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6일 금요일 오후 10:00(한국 시간) Gelsenkirchen, FIFA 월드컵 경기장

죽음의 조 C조에서 벌어진, 이번 월드컵의 조별 경기 초반 자주 나오고 있는 창과 방패의 대결. 영원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예선에서 단 한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만 보면 정말 이런게 축구의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반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두 명의 수비수가 부상을 입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철벽 수비를 보여주기에는 어려웠다지만, 경기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의 정신력이 실망스러웠다. 개막전 독일에 4:2로 진 코스타리카, 스페인에 4:0으로 대패한 우크라이나, 그리고 예상 외로 에콰도르에 3:0으로 진 코스타리카와는 또 달랐다.

초반부터 아예 수비하겠다고 작정하고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않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였는데, 선제골이 너무나 일찍 터져버렸다. 전반 6분, 정교한 짧은 패스 끝에 로드리게스의 선제골. 그리고 31분 대여섯 명의 정교한 패스 끝에 에르난 크레스포에게 공이 갔다. 크레스포는 공을 등지고 있었는데, 뒷꿈치로 패스했고, 그 뒷공간으로 질주하던 캄비아소가 골문에 차버렸다. 아마 이번 월드컵 멋진 골 후보에 들 것 같다. 이쯤 되면, 이미 1패를 가지고 있는 세르비아는 공격의 의지를 보여야 할텐데, 전후반 내내 하프라인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했다. 아르헨티나가 미드필드에서 공을 주고 받고 있으니, 좌우로 약간씩 움직이기만 하더라 ㅡㅡ 전반 종료 직전 사비올라의 슛이 골키퍼의 손을 맞고 왼쪽으로 흘렀는데, 왼쪽에서 달려들던 로드리게스가 강하게 슛을 쏘자 골대에 맞고 수비수의 발에 맞은 뒤 골인...

후반은 점입가경이었다. 세르비아의 수비수 한명이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고, 하프라인 밖으로 나오지 않는 세르비아를 조롱하듯 아르헨티나는 자기네 진영에서 가벼운 패스 연습을 실시했다. ;; 완전히 무너진 세르비아 수비진을 상대로 교체로 들어간 리오넬 메시의 활약으로 크레스포, 테베스, 메시가 세 골을 추가. 결국 6:0으로 아르헨티나가 승리했다.

팀이 완전 붕괴된 상황은 한 명이 퇴장당한 뒤의 우크라이나 팀과 유사했지만, 그래도 우크라이나 팀은 조직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도 필사적이기는 했던 것 같다. 경기가 끝나기 한참 전부터 아예 좌우로 걸어다니던 세르비아 선수들, 고국에 돌아가면 사고 크게 터질 듯... 그나저나 마라도나 너무 좋아하더라~ 세르비아 때문에 실소하고 마라도나 덕에 폭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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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5일 목요일 오후 10:00(한국 시간) Hamburg, FIFA월드컵 경기장

안방에서만 지존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에콰도르와, 수도 산호세와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소설 쥬라기 공원의 공간적 배경이라는 점밖에 알지 못하는 코스타리카의 대결.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경기 시작한 직후에는 맞불 압박 작전으로 치열할 것 같던 경기가 에콰도르가 계속 거세게 나오자 코스타리카가 움츠러 들기 시작했다. 독일전의 4:2의 결과에 너무 주눅이 들었던 것일까? 경기 시작 8분만에 얻은 절묘한 오른쪽 크로스와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한 골을 먼저 넣은 에콰도르는 멈추지 않고 계속 코스타리카를 압박해 나갔다. 당황한 코스타리카는 전반 중반 무렵 히딩크 감독님이 장기로 써먹는 수비를 공격수로 교체하는 무리수를 두었으나, 오늘 경기에서는 완초페의 움직임이 무뎠을 뿐 아니라, 에콰도르의 수비가 만만치 않았다. 이를 보아도 역시 개막전 독일의 수비에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수비를 줄이고 공격을 늘리는 전술이 아무나 다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일깨웠다. 여담이지만, 일본:호주전의 경우 후반 호주의 포메이션이 무려 2-7-1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ㅡㅡ;; 코스타리카가 공격에 무리수를 두다 보니 쉽게 역습에 빠지게 되었고 역시 코스타리카의 발리슛 직후 에콰도르의 역습에서 델가도가 골대의 우측 어려운 각도에서 두번 째 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에 에콰도르의 공격 중,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성공시켜 결국 3:0으로 이겼다. 그 선수의 골 세레모니가 참 웃겼는데, 에콰도르의 유니폼과 똑같은 색의 스파이더맨 가면을 바지춤에서 주섬주섬 꺼내더니 머리에 쓰고 카메라 앞으로 뛰어갔다. ^0^


이렇게 A조는 네 경기만에 독일과 에콰도르의 16강 진출, 폴란드와 코스타리카의 탈락이 일찌감치 정해졌다. 물론 독일과 에콰도르의 5경기로 조1위 다툼을 벌이겠지만, 현재 골득실 차에서 에콰도르가 조1위다. 대단~ 오늘 경기로 에콰도르는 단순히 고산 지대인 안방에서만 강한 팀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과연 이변이 별로 없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을 일으킬 것인지 기대해본다.

공상 1. 방송사들이 많이 혼났는지, 이번 경기는 KBS1에서만 방송해 주었는데, 해설이 의외로 꽤 괜찮았다.
정석적이거나 차분한 해설을 좋아하시거나 만담형의 중계, 해설을 조금이라도 싫어하시는 분들은 KBS 중계를 많이 보실 듯 하다.

[060617토 11:26 추가]

Daniel님이 댓글로 알려주셨는데, 사진의 세레모니는 대회 직전 사망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국 선수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보면서 웃은 내가 민망해진다. 대한민국의 이천수에 이은 참 가슴 뭉클해지고 안타까운 골 세레모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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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09일 오후 10:00(한국 시간) Munich, FIFA 월드컵 경기장

평가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에 불과한가 보다. 월드컵 날짜에 맞춰, 전술이나 컨디션 등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전력을 숨기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평가전에서 상당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독일팀이라고 들었는데, 개막전에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는 4:2로 독일 승리.

독일은 말 그대로 '전차 군단'이라는 별명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6분 필립 람의 선제골과 후반 41분 프링스의 마지막 슛은 정말 전차의 대포 같은 멋진 슛이었다. 두번 째, 세번 째 골을 넣은 클로제는 이번 월드컵에서 역시 기대해 볼만한 선수. 생일이라고 하던데, 멋진 생일 자축포였다.

코스타리카 역시 강한데다 홈의 이점까지 안고 있는 독일을 맞아 잘 싸웠다고 생각된다. 여러가지 불리함을 안고 경기 대부분 수비에 치중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완초페독일의 허점인 중앙 수비를 뚫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이용해 두 골을 넣었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보면, 전차의 약점이 바로 수류탄을 품고 전차에 근접하는 결사대인 것처럼 독일 진영 깊숙히 들어가 있다가 웅크리던 수비가 잘 내준 몇 번 안되는 기회를 잘 살려냈다. 슈팅 수가 독일 21 : 코스타리카 3 정도 되는 것 같던데... 대단하삼 ㅡㅡb

개막전에 골이 여섯 골이나 터져서 재미있었다. 역시 오프사이드 규정이 조금 바뀌어서 더욱 절묘하면서 재미있는 골이 많이 나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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