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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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Log/잡담 2007. 1. 4. 20:29
며칠 전 새벽 영화 음악 라디오 프로를 들으며 마우스를 따닥거리다가 아나운서의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모든 로드무비는 성장영화다.
흥미로운 명제다. 로드무비가 형성되고 발전하게 된 영화사적 배경은 생략하더라도, 인간의 성장을 다루기 위해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니!

그 명제를 듣다가 곁길로 빠져버린 생각. 아닌게 아니라 정말 여행은 우리를 성장시켜 준다. 우리의 외적인 그리고 내적인 시야를 넓혀준다. 여행은 무엇인가를 버리기 위해 떠나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것을 얻고 온게 해주며,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떠나는 이들에게는 버릴 줄 아는 미덕을 배우게 해준다. 목적지에서 사진을 박는 정도의 의미에서의 여행이 아니라 여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정말 멋진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여행을 꿈꾸는 것은 피안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현실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과 과감히 맞서 싸워야 하는게 옳지만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도피처를 꿈꾼다. 술이나 담배같은 기호품이든, 유희든, 여행이든... 역마살이나 방랑벽이라는 단어는 삶의 양념이 되어야 할 여행이 도리어 인생을 과도하게 침범해버린 경우에 사용된다.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켜주고 휴식을 주는건 맞지만, 현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행에서의 행복감은 뒤로 한채 스트레스를 받고, 상처를 받으며 현실과 싸워나거나 타협한다.

사람이 진정 성장하려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 도가니탕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저 바깥 세상에서가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 모든 로드무비는 성장영화일런지 몰라도, 모든 여행이 사람을 성장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엔 사람을 퇴행시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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