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ecro와 philla의 합성어인 Necrophillia는 일반적으로 시체를 사랑하는 이상성욕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어원을 보면 necro는 '시체'라는 의미와 함께 '추억', '잊혀진 사람들', '옛사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philla는 '사랑', '집착'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두 의미를 합성한 Necrophillia는 "추억에의 집착"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2. 시체애호증 환자 혹은 시간꾼이라고도 한다.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밤중에 무덤을 파서 시체와 섹스를 하는 성도착증환자를 일컫는 말이다. 독일의 <네크로맨틱>이 대표적인 영화로 그 변태적인 정도가 너무 심하여 독일과 미국에서도 상영이 금지된 영화이다. 스웨덴의 <나이트가드>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3. 그렇다면 이처럼 생명 없는 것에 애착을 가지고 심지어 숭배까지 하는 이상심리가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명백한 이유 중 하나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는 안전한 존재라는 데 있다. 그것은 반항하지 않으며 전적으로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인 것이다. 즉, 살아있는 존재는 언제고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불안에 빠뜨릴 수 있고 그들과의 관계는 심신을 지치게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네크로필리아는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나약한 자아가 개척한 왜곡된 지배욕이고 동시에 영원한 소유를 꿈꾸는 소유욕이다. 그래서 그들은 심지어 살아있는 대상이 파괴되길 원하기도 한다.
4. "인간에게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려는 욕구인 바이오필리아와 파괴하려는 욕구인 네크로필리아가 공존한다. 두 정신은 분리되어 나타나기도 하지만 하나일 수도 있다. 이런 욕구의 분출은 희망의 붕괴로 역전되기도 한다."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
I and my Annabel Lee --
With a love that the winged seraphs in Heaven
Coveted her and me.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In this kingdom by the sea,
A wind blew out of a cloud, chilling
My beautiful Annabel Lee;
So that her high-born kinsmen came
And bore her away from me,
To shut her up in a sepulchre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Went envying her and me: --
Yes! ― 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by night,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But our love it was stronger by far than the love
Of those who were older than we --
Of many far wiser than we --
And neither the angels in Heaven above,
Nor the demons down under the sea,
Can ever dissever my soul from the soul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
For the moon never beams without bringing me dream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the stars never rise but I feel the bright eye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so, all the night-tide, I lie down by the side
Of my darling, -- my darling --, my life and my bride,
In her sepulchre there by the sea --
In her tomb by the sounding sea.
애너벨 리
아주 아주 오래 전
바닷가 한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애너벨 리라면, 당신도 알지 몰라요.
이 소녀는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밖엔
딴 생각은 아무 것도 없이 살았어요.
나도 어렸고 그 애도 어렸죠.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하지만 우린 보통 사랑 이상으로
사랑했어요. 나와 애너벨 리는.
하늘의 날개달린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샘할 만한 사랑으로.
그 때문에 오래 전,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한 차례 바람이 구름으로부터 불어와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곤 그녀의 지체 높은 친척들이 와서
그녀를 내곁에서 데려가
바닷가 이 왕국
무덤에 가둬 버렸죠.
천국에서 우리 반만큼도 행복하지 못한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기한 것이었어요.
그래요! -- 그 때문이었죠 (바닷가 이 왕국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밤에 구름속에서 한 차례 바람이 일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죽여 버린 건.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더 강했답니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
우리보다 현명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요.
그래서 하늘의 천사들도
바다 밑의 악마들도
내 영혼과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을
떼어놓지 못해요.
달빛이 빛날 때마다 난 언제나 꿈을 꾸거든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별들이 뜰 때마다 나는 느껴요,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동자를.
그래서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의
곁에 눕는답니다. 그 곳 바닷가 무덤,
파도 철썩이는 바닷가 무덤 속에서.
에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소설 <라이지아>에 나오는 한 지고지순한 한 남편이 사랑보다 더한 사랑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죽고 만 아내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그 사랑의 시신에서 아름다운 이빨들을 몽땅 뽑아내어 보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석함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서 그 이빨들이 낄낄거리고 웃는다는 무서운 이야기 --대충 이런 내용이었을 게다. 하두 오래 전에 읽은 거라 솔직히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도 내 머리 속에서 그 상아처럼 하이얀 이빨들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딱딱 소리내며 낄낄거리며 웃던 소리가 하시라도 들려올 것만 같다.
소위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심리의 대표적인 증세 하나가 '망상'이다. 망상은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생각'이며, 다른 하나는 통틀어 환각이라 하는데 그 종류로는 남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본다는 환시,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것을 듣는다는 환청, 남들은 맡을 수 없는 냄새를 맡는다는 환취, 남들은 맛볼 수 없는 맛이 난다고 하는 환미, 남들은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진다고 하는 환촉 등이 있다.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것을 무시하고 자기 혼자서 감각할 수 있는 것이 실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정신병자라 한다. 그래서 정신병자들은 일반인들과의 의식체험과 같을 수가 없다. 가끔은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그 차이가 막심할 수도 있다. 애너벨 리를 그리워하는 시 속의 <나>처럼. 그러나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없으리라.......
1. 거듭 이 시를 읽으면 읽을 수록 궁금해지는 것 하나가 과연 시 속에 나오는 <나>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하는 점이다. 통상 애너벨 리라는 소녀를 사모했고 지금도 사모하고 있으니까 남자라고 생각하게 되겠지만 이 시에서 <나>가 남자라는 사실을 지시하는 어떤 단어도 나오지 않는다.
2. <나>가 애너벨 리를 만났을 때 애너벨 리가 살아 있었는지 죽어 있었는지 불분명하다. <나>를 사랑하고 나한테서 사랑을 받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애너벨 리가 과연 살아 있었을 때 <나>와 천상의 천사들도 시기할 만한 사랑을 했었는지 혹 그게 아니라면 이미 죽어 있었던 애너벨 리와의 사랑은 아니었을까? 난 후자 쪽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 분명히 나중에 구름 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추워서 죽고 말았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애너벨 리는 시 속의 <나>를 만나는 동안 살아 있지는 않았다는 말이 되는데 그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박은 만일에 시 속의 <나>가 어렸을 때부터 이미 죽은 애너벨 리의 시체가 있는 무덤 속으로 밤이면 밤마다 찾아가서 함께 누워 혼자만의 대화를 하면서 우리 사랑은 천사도 시기할 거라는 식의 공상적인 연애 감정에 빠져 보내다가 어느날 애너벨 리의 무덤 속으로 밤마다 귀신처럼 들어가서 헛소리를 지껄이거나 함께 밤을 지새는 미친 놈이 있다는 소문이 그 왕궁에 퍼지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된 고귀한 혈통(highborn)의 애너벨 리의 친척들이 <나>를 내쫓고 애너벨 리의 시체를 <나>한테서 빼앗아(bore away) 경비가 더 튼튼한 지하무덤에다가 안장했다고 한다면 어떨까.
만일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럼 구름 속에서 일어난 바람은 무엇이며, 어떻게 그 바람이 애너벨 리를 추위 속에서 죽게 했을까 하는 문제제기도 이렇게 해결될 수 있다. 왕족의 신분인 애너벨 리의 무덤은 마땅히 일반 무덤보다 크기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무덤의 입구가 열리는 순간을 마치 구름 속에서 바람이 이는 것처럼 시적으로 묘사하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평소부터 하늘의 날개 세 겹 달린 천사(sephras)가 애너벨 리와의 사랑 - 정확히 말하면 애너벨 리 시체와의 교감 -을 방해한다는 근본 망상에 시달리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 애너벨 리의 시체 사이을 갈라놓을 존재가 과연 누구이겠는가. 그리하여 내 따뜻한 온기와 접촉을 하지 못하는 애너벨 리의 시신은 결국은 추위에 떨다가 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거듭 망상을 한다고 해서 미친 이의 정신세계에서는 이상하다고 볼 게 못 된다.
이를 바탕으로 <나>의 이상심리를 요약하면 : 어려서 죽은 애너벨 리라는 시체와 사랑에 빠진 <나>가 몰래 망상적인 사랑을 키워오다가 한때, 사랑하는 시체와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하나, 현명한 자들이나 오래된 자들(왕궁의 왕족들, 애너벨 리의 친척들)이 다 죽은 뒤에도 홀로 애너벨 리의 무덤 옆에 누워 바닷가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영원히 이어질 '영혼의 결합'을 망상적으로 실현한 이야기가 된다. 이때 바닷가의 물결소리는 영원을 상징한다. 망상 속에선 간단없이 시간성이 무시되거나 시간은 초월된다고 망상되기 때문이다.
이 시가 다른 시에 비해 훨씬 더 지독하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시체와의 사랑에 빠진 여자인지도 남자인지도 모르는 <나>의 망상이 마치 고백적인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뭔가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시어라고 해봐야 <고귀한 혈통의 애너벨 리의 친척들>이나 하늘의 별과 달, 바닷가의 파도 소리 정도 뿐이다. 다른 시어들은 모호하고 비현실적이다. 천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자들이나 현명한 자들이란 표현들은 <나>의 망상에 시간적 제한성을 애써 피하려고 포우가 일부러 택한 단어들 같다. 마치 사춘기 시절 사랑에 빠졌을 때 뭔가 현실에서 붕 뜬한 알따싸한 기분이 이 시 전체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현실적인 사랑에 실패한 연인들이나 관념적인 사랑을 동경하는 사춘기 소녀들에게 묘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실제론 이루어질 수 없는 완전한 사랑을 시체와의 교감 속에서 실현할 수밖에 없었던 <나>와의 망상체계와 부지불식간에 연결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