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2006년 06월 16일 금요일 오후 10:00(한국 시간) Gelsenkirchen, FIFA 월드컵 경기장

죽음의 조 C조에서 벌어진, 이번 월드컵의 조별 경기 초반 자주 나오고 있는 창과 방패의 대결. 영원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예선에서 단 한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만 보면 정말 이런게 축구의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반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두 명의 수비수가 부상을 입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철벽 수비를 보여주기에는 어려웠다지만, 경기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의 정신력이 실망스러웠다. 개막전 독일에 4:2로 진 코스타리카, 스페인에 4:0으로 대패한 우크라이나, 그리고 예상 외로 에콰도르에 3:0으로 진 코스타리카와는 또 달랐다.

초반부터 아예 수비하겠다고 작정하고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않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였는데, 선제골이 너무나 일찍 터져버렸다. 전반 6분, 정교한 짧은 패스 끝에 로드리게스의 선제골. 그리고 31분 대여섯 명의 정교한 패스 끝에 에르난 크레스포에게 공이 갔다. 크레스포는 공을 등지고 있었는데, 뒷꿈치로 패스했고, 그 뒷공간으로 질주하던 캄비아소가 골문에 차버렸다. 아마 이번 월드컵 멋진 골 후보에 들 것 같다. 이쯤 되면, 이미 1패를 가지고 있는 세르비아는 공격의 의지를 보여야 할텐데, 전후반 내내 하프라인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했다. 아르헨티나가 미드필드에서 공을 주고 받고 있으니, 좌우로 약간씩 움직이기만 하더라 ㅡㅡ 전반 종료 직전 사비올라의 슛이 골키퍼의 손을 맞고 왼쪽으로 흘렀는데, 왼쪽에서 달려들던 로드리게스가 강하게 슛을 쏘자 골대에 맞고 수비수의 발에 맞은 뒤 골인...

후반은 점입가경이었다. 세르비아의 수비수 한명이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고, 하프라인 밖으로 나오지 않는 세르비아를 조롱하듯 아르헨티나는 자기네 진영에서 가벼운 패스 연습을 실시했다. ;; 완전히 무너진 세르비아 수비진을 상대로 교체로 들어간 리오넬 메시의 활약으로 크레스포, 테베스, 메시가 세 골을 추가. 결국 6:0으로 아르헨티나가 승리했다.

팀이 완전 붕괴된 상황은 한 명이 퇴장당한 뒤의 우크라이나 팀과 유사했지만, 그래도 우크라이나 팀은 조직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도 필사적이기는 했던 것 같다. 경기가 끝나기 한참 전부터 아예 좌우로 걸어다니던 세르비아 선수들, 고국에 돌아가면 사고 크게 터질 듯... 그나저나 마라도나 너무 좋아하더라~ 세르비아 때문에 실소하고 마라도나 덕에 폭소를 터뜨렸다.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
2006년 06월 15일 목요일 오후 10:00(한국 시간) Hamburg, FIFA월드컵 경기장

안방에서만 지존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에콰도르와, 수도 산호세와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소설 쥬라기 공원의 공간적 배경이라는 점밖에 알지 못하는 코스타리카의 대결.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경기 시작한 직후에는 맞불 압박 작전으로 치열할 것 같던 경기가 에콰도르가 계속 거세게 나오자 코스타리카가 움츠러 들기 시작했다. 독일전의 4:2의 결과에 너무 주눅이 들었던 것일까? 경기 시작 8분만에 얻은 절묘한 오른쪽 크로스와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한 골을 먼저 넣은 에콰도르는 멈추지 않고 계속 코스타리카를 압박해 나갔다. 당황한 코스타리카는 전반 중반 무렵 히딩크 감독님이 장기로 써먹는 수비를 공격수로 교체하는 무리수를 두었으나, 오늘 경기에서는 완초페의 움직임이 무뎠을 뿐 아니라, 에콰도르의 수비가 만만치 않았다. 이를 보아도 역시 개막전 독일의 수비에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수비를 줄이고 공격을 늘리는 전술이 아무나 다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일깨웠다. 여담이지만, 일본:호주전의 경우 후반 호주의 포메이션이 무려 2-7-1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ㅡㅡ;; 코스타리카가 공격에 무리수를 두다 보니 쉽게 역습에 빠지게 되었고 역시 코스타리카의 발리슛 직후 에콰도르의 역습에서 델가도가 골대의 우측 어려운 각도에서 두번 째 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에 에콰도르의 공격 중,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성공시켜 결국 3:0으로 이겼다. 그 선수의 골 세레모니가 참 웃겼는데, 에콰도르의 유니폼과 똑같은 색의 스파이더맨 가면을 바지춤에서 주섬주섬 꺼내더니 머리에 쓰고 카메라 앞으로 뛰어갔다. ^0^


이렇게 A조는 네 경기만에 독일과 에콰도르의 16강 진출, 폴란드와 코스타리카의 탈락이 일찌감치 정해졌다. 물론 독일과 에콰도르의 5경기로 조1위 다툼을 벌이겠지만, 현재 골득실 차에서 에콰도르가 조1위다. 대단~ 오늘 경기로 에콰도르는 단순히 고산 지대인 안방에서만 강한 팀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과연 이변이 별로 없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을 일으킬 것인지 기대해본다.

공상 1. 방송사들이 많이 혼났는지, 이번 경기는 KBS1에서만 방송해 주었는데, 해설이 의외로 꽤 괜찮았다.
정석적이거나 차분한 해설을 좋아하시거나 만담형의 중계, 해설을 조금이라도 싫어하시는 분들은 KBS 중계를 많이 보실 듯 하다.

[060617토 11:26 추가]

Daniel님이 댓글로 알려주셨는데, 사진의 세레모니는 대회 직전 사망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국 선수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보면서 웃은 내가 민망해진다. 대한민국의 이천수에 이은 참 가슴 뭉클해지고 안타까운 골 세레모니였던 것이다.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
2006년 06월 09일 오후 10:00(한국 시간) Munich, FIFA 월드컵 경기장

평가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에 불과한가 보다. 월드컵 날짜에 맞춰, 전술이나 컨디션 등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전력을 숨기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평가전에서 상당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독일팀이라고 들었는데, 개막전에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는 4:2로 독일 승리.

독일은 말 그대로 '전차 군단'이라는 별명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6분 필립 람의 선제골과 후반 41분 프링스의 마지막 슛은 정말 전차의 대포 같은 멋진 슛이었다. 두번 째, 세번 째 골을 넣은 클로제는 이번 월드컵에서 역시 기대해 볼만한 선수. 생일이라고 하던데, 멋진 생일 자축포였다.

코스타리카 역시 강한데다 홈의 이점까지 안고 있는 독일을 맞아 잘 싸웠다고 생각된다. 여러가지 불리함을 안고 경기 대부분 수비에 치중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완초페독일의 허점인 중앙 수비를 뚫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이용해 두 골을 넣었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보면, 전차의 약점이 바로 수류탄을 품고 전차에 근접하는 결사대인 것처럼 독일 진영 깊숙히 들어가 있다가 웅크리던 수비가 잘 내준 몇 번 안되는 기회를 잘 살려냈다. 슈팅 수가 독일 21 : 코스타리카 3 정도 되는 것 같던데... 대단하삼 ㅡㅡb

개막전에 골이 여섯 골이나 터져서 재미있었다. 역시 오프사이드 규정이 조금 바뀌어서 더욱 절묘하면서 재미있는 골이 많이 나올 듯 하다.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