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늦은 오후 걸려온 전화 한통에
귀가 멀어버린 것 같던, 숨이 멈출 것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다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제 눈의 맞은편에 앉은
남녀의 안쓰러운 표정들이 더 서러워
도중에 내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버린 그대에게 원망의 말 한번 못하고
그대가 잠든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당장 세상이 끝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젠 그대를 떠올려도 그 시절처럼 가슴이 찢어지지는 않네요.

하지만 먼 훗날
전 이렇게 말하겠지요.

어쩌다 같은 이름을 들어도,
어쩌다 그 동네 그 거리를 지나도,
어쩌다 그 공원 그 놀이터를 떠올려도,
어쩌다 둘이 함께 듣던 노래가 귓가에 흘러도,
지친 가슴에 찬 바람이 불던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그대 없어도 세상은 참 잘 돌아가더라마는...
그대를 바래다 주던 밤길을 지켜주던 별들이
아름다운 빛을 잃고 헤매던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그 아래서 저 역시 눈이 멀어 참 오랜 길을 헤매야 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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