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6.07.04 주몽 12회를 보고 1
  2. 2006.04.28 친구라서...? 1
  3. 2006.04.28 Dr. 깽에 빠졌어...
주몽 12회에서 극중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不俱戴天之讐(불구대천지수)라는 말이 생각났다. 함께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라는 뜻인데, 아버지의 원수와는 함께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으므로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말이다.

MBC 드라마 주몽에 역사적 오류가 많다는 포스트는 몇 번 봤지만, 솔직히 학교에서 배운 것들 기억도 잘 안나고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에 대해 그리 깊이 배운 것 같지도 않아서 '아 그렇구나. 새겨봐야겠구나.'하고 말았었는데 오늘 보면서 또 한번 느꼈다.

해모수가 아들인 주몽에게 자신이 아버지임을 숨기고 어머니를 만나고 오라며 떠나보내는 장면, 금와왕의 장남인 대소 왕자가 해모수를 죽이는 장면, 뒤늦게 도착한 유화 부인과 금와왕이 죽은 해모수를 안고 오열하는 장면, 해모수에 대한 애착이 핏줄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르고 그저 스승으로서의 해모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주몽의 모습 등의 드라마 장면은 솔직히 너무 감동적이고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정말 애절하게 잘 그려냈다.

하지만, 나중에 주몽이 부여와 대결하며 고구려를 건국해야 하는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대소 왕자를 꼭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들어야만 했을까. 완전 허구인 드라마도 그런 소재는 이제 식상할 지경인데, 역사적 인물까지 꼭 부모중 하나는 악당의 손에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제작진의 심보를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주몽이 해모수가 자신의 아버지였음을 알게 되면서 대소에 대해 한층 복수의 칼을 갈 것은 뻔하고, 선하고 우정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금와왕의 캐릭터와 부여를 떠나 고구려를 건국해야만 하는 주몽의 캐릭터중 어느 것도 훼손시켜서는 안되는 드라마의 설정상, 대소가 갈수록 악당이 될 것 역시 뻔하다. 따라서 - 모두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본다면 다행이겠지만 - 나같이 학교에서 배운 수박 겉핥기식 국사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교육적이라고 부모들까지 시청을 장려할 어린이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나서 '부여는 금와왕까지 잘 다스려지다가 대소의 사악함과 탐욕으로 한순간에 무너져야만 하는 정당성을 획득한 나라, 고구려는 이전의 부여를 계승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맥을 달리하는 나라'로 생각할 것이다. 마치 '의자왕과 3천 궁녀 이야기'로 인해 '백제는 어차피 멸망해야 할 나라였다, 신라가 당군까지 끌어들여 백제를 멸망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라는 이상한 논리에 한동안 속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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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나한테 되달라던 친구가 진짜 친구였어?
니가 말한 친구 그 이상은 요만큼도 없어?
그럼 다른 남자 부엌에서 설거지 하는게 왜 그렇게 못참을 일이야?
친구라면서?

그 남자가 나를 만나러 왔는데 너 왜 지금 이렇게 도망치고 있는데~
친구라며?
내가 속상하거나 힘들 때 왜 내 주변에서 얼쩡거리면서 나 웃겨줄려고 애쓰는데~
그것도 친구라서?
다신 주먹질 안하겠다고!
왜 하필이면 내 앞에서 맹세하고 싶었는데~
친구라서?
왜? 내 조카 기저귀 같이 빨아줬어?
왜? 나한테 못된 짓 하려는 깡패들 짐승처럼 달려들어서 패줬는데~
내가 니 친구라서?
친구니까?
단지 친구이기만 해서?
비눗방울 왜 불었어?
마당에 길거리에 우유는 왜 늘여놨어?
우리가 밤마다 졸린 줄도 모르고 새벽까지 마당에서 보낸 시간들은 뭐야?

더 있어!
내가 너한테 친구만이 아니라는 증거 밤새도록 대줄 수도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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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에 기대 안하고 살다가, 가능한 한 꼭 챙겨보게 되는 드라마다.

양동근은 연기를 대충 장난으로 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나려다가도, 공감 가는 말이나 행동을 툭툭 던져 자기가 설렁설렁 하는 건 아니라는 것 같고...

한가인은 연기를 잘 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덤벙대고 통통 튀는 캐릭 자체가 연기의 미숙함을 좀 상쇄시켜주는 것 같다. 뭐, 얼마 전에 끝난 '활'시리즈의 누구 커플은 나무처럼 대사 암기하고 섰으면서도 멋졌다는 소리 듣더만... 한가인 정도면 양호하지~ 그리고 원장 아저씨가 정말 압권이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도 웃음 나오게 하더니, 말하는 거나 행동이 무슨 기인같으면서 ㅎㅎ 그런 사람이 정신 차리고 무슨 일 하면 무서운데...

이번 주 두 회가 마음이 좀 찡했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랩으로 읊는 달고의 모습, 친해진 달고와 유나가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학창 시절 유난히 친했던 누나와 밤 늦게까지 놀이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다, 그 누나의 어머니가 찾아다니신 끝에 놀이터에서 혼났던 기억이 오버랩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용 전개야 솔직히 뻔하겠지만 대사, 장면, 에피소드같은 디테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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