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luxury라는 단어에 대한 언어학적인 고찰이 아니라, 개인적인 흥미에 따른 단상임을 미리 밝힙니다. 하지만 포스트에 오류가 있다면 정정 피드백 기꺼이, 고맙게 받겠습니다.
예전에 자주 갔던 레스토랑 중에 '럭서'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있었다. '럭서? 럭서가 뭘까?' 잠깐 궁금해하다가는 잊어버리곤 했는데, 왜 그 레스토랑의 인테리어가 이집트 풍인지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바보... 고등학교, 대학교 초학년 그런 시절이라 그런 것 생각할 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후에야 우연히 그 레스토랑의 간판을 제대로 보았고 그제서야 간판에 영단어로 Luxor라고 써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그때까지 그 레스토랑의 간판은 한번도 보지 않고 럭서 하면 어느 건물, 몇층으로만 알고 있었던 거다. OTL...
얼마전 친구와 럭셔리함에 대한 심오한(실은 머리는 비었고 겉멋만 든 사람 흉보는...ㅇㅇ;;) 대화를 나누다가 luxury라는 단어가 혹시 이집트의 도시 Luxor(룩소르)에서 나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영영 사전에서 찾아본 luxury의 어원은 라틴어 luxuria이다. 그런데 자세한 점은 좀더 찾아봐야 하겠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생각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동방에 있는 오리엔트 문명, 특히 이집트 문명에 항상 열등감 내지는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1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그리스인들의 탐욕스러움에 대해 넌지시 언급한 바 있지만, 그리스와 로마인들에게는 저 빛나는 태양의 이집트 문명이 사치스러움과 부유한, 그저 정복과 약탈의 대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문명이 꽃피던 룩소르라는 도시를 그저 럭셔리한 도시로밖에 볼 수 없지 않았을까?
고도의 문명을 물질적인 부유함의 잣대로로밖에 판단할 수 없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후예들인 서구인들에게서 탄생한 저 자본주의가 물질 만능 주의를 낳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수량화하고 물질로밖에 재단할 수 없는 사고방식, 보이지 않는 머리에 든 것보다 보이는 외모와 겉치장에 충실하는 경향. 이런 것들이 과도함(excess)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luxury라는 단어에 녹아있는지도 모른다.
- 이점은 그리스 신화의 이오의 이야기나, Europe(유럽)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에우로파 등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