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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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9 현이님의 글을 읽고 3

현이님이 이 글을 보실 것을 알기에 좋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점 뿐만 아니라 세부점에서도 정말 공감하는 글입니다.

자녀가 정말 좋은 글을 쓰게 하고 싶으면 어린 시절부터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세뇌시킬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들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녀의 호기심에 대한 적절하면서 균형잡힌 대답은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식 수준이지요.

하지만 저것은 지극히 원론적인 주장이고, 과연 어릴 때부터 '짜라투스트라'를 읽는다고 생각의 폭과 깊이가 넓어질까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한국에서처럼 그렇게 무식하게 연습시킨다고 한국의 모짜르트가 나올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그런 바보스런 부모 아래서는 천재도 바보가 되기 십상입니다. 정말 천재라면 부모가 그렇게 시키지 않아도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고, 천재가 아니라면 지레 질려서 오히려 부모가 강요하는 그 분야에 거부감을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어린 자녀에게 책을 즐겨 읽는 습관을 들게 하고 싶으시면, 저희 부모님처럼 그저 디즈니 명작 동화 한 질을 던져 주시기 바랍니다. 감히 말하건데 저는 저 디즈니 명작 동화 한질이 적어도 대학까지의 인생을 좌우했습니다. 저 동화집이 계기가 되어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동화에서도 인간의 편견이 스며들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엄하신 아버지 밑에서도 자유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되었고,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 시험에서 외국어 영역의 상당한 지문은 읽어볼 필요도 없이 답을 고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특히 고등학교 영어 문제, 상당한 지문을 저 디즈니 명작 동화의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싶은 이야기에서 지문을 따왔더군요).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제 앞으로의 인생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책을 읽는 습관을 통해 제가 선호하지 않는 분야의 책이나 글도 진득하니 읽어보아야 하는 이유를 배웠거든요.

좌뇌/우뇌 문제 역시 뭐든지 지나치게 쪼개서 바라보려는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직접적인 논거는 아니지만, 관련된 최근의 한가지 사건을 들어보렵니다. 얼마전 '인문학의 위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훑어보신 분들은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분께서 위기의 원인 중 한가지로 '극도의 분과주의'를 꼽으셨는데 저는 거기에 공감합니다. 오늘날 그렇게 과를 쪼개대서 그 분야의 천재나 전문가가 더 많이 나오고 있나요? 전문적으로 그렇게 잘 나눠서 가르치셔서 지식은 많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들이 그렇게 많이 양산되고 있나요? 기술이 중요한 줄만 알고 정작 사람은 뒷전인 사람들은요? 학자라면서 자신만의 것을 탐구하거나 세상을 좀더 좋게 바꿔보려는 생각은 안하고 케케묵은 책과 사상들만 파고 있는 사람들은요? 인터넷을 통해 세상의 뉴스를 거의 실시간으로 습득하면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부르는 명칭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은요?

인간이라 함은 며칠 전의 글에서 썼듯이 머리는 차가우면서 가슴은 따뜻해야 버젓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좋은 가치란 어느 한쪽만 만족시킨다고 성립되는 것이 아니지요. 마찬가지로 글을 머리로만 쓴다고 가슴으로만 쓴다고 좋은 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이님의 말씀처럼 명문은 이성을 납득시키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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