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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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8 '친구'에 대한 단상 3
당신은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까? 라는 글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포스팅하려 했으나, 여유가 없어 생각만 해두었다가 나중에 뒷북 치는 글. 물론 Anyway,님 글의 요지와는 조금 벗어난 글이다.

나는 식당에 가서 밥은 혼자 먹을 수 있다. 얼마 전 직장과 본가가 너무 멀어 혼자 독립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가져다 주신 반찬으로 어찌 먹는다고는 해도 이전까지는 거의 4반세기 이상 국없이 식사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지라, 식사를 해도 항상 속이 허했다. 그래서 항상 밤이면 24시간 뼈 해장국집이나, 설렁탕 집을 자주 들락거렸다. 내 기억에 그 전까지는 혼자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듯 하지만, 뭐 혼자 먹는다고 해서 별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요즘도 혼자 식사를 때워야 할 상황이면 별 생각 없이 혼자 가는 편이다. 다만, 창동에 내가 정말 좋아하던 내장탕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은 원체 반찬이 푸짐한지라 혼자 가면 받아주질 않았다. 그런 식당들이 문득 떠올라 불쑥 가고 싶은데 못 가고, 못내 그리울 때면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만약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오늘까지만 상영하는데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모두 바쁘다면 혼자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그런 사태는 없어서 여태껏 혼자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함께 보는 이와 영화 등을 따지는 편이기 때문에, 싫은 이와 함께 봐야 한다면 차라리 혼자 보겠다.

하지만! 술이 문제다. 요놈의 술은 절대로 혼자 못 마시겠다. 맥주는 개인적으로 술로 치지 않기 때문에 예외로 하고, 집에서라도 혼자 소주를 마실라 치면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의 그 맛과 그 기분이 도통 안나더라.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이는 내가 진정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맞다. 내가 무슨 주당도 아니고 술을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나?

여자들은 화장실을 갈 때도 함께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이유일까 궁금하다. 많은 이유들과 설들을 들었지만, 학회에서 인정한 논문급의 수긍이 가는 이유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은 별종이야'라는 의미는 아니다. 남자들 역시 밥을 혼자 못 먹고, 영화를 혼자 못 보고, 술을 혼자 못 마시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녁에 밥이나 한 번 같이 먹을까?"
"야, 오래간만에 만나서 영화나 한 편 보자!"
"야, 얼굴 까먹겠다. 술 한잔 해야지~"
내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나도, 내 주위 사람들도 가끔 만나는 친구들에게 예의상 이런 말을 부지불식간에 하곤 한다. 나는 그런 이벤트성 만남을 가지는 이들을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마음을 나누는 벗들과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을 함께 마시는 친구들 모두에게 동일한 친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술친구'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 그런 친구들이 존재한다. 정말로 자주 만나는 친한 친구는 굳이 술을 핑계로 하지 않아도 반갑지만, 어떤 친구는 가끔 만나도 밥이나, 술이나, 영화같은 수단을 핑계로 만나게 된다. 왜일까? 안그러면 만나서 뻘쭘하니까. 분명 후자의 친구들은 나와 추억이나 비밀같은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오랜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뎠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공감대가 없는 친구들일 것이다.[각주:1] 그들에게 친구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는 하지만, 실은 그냥 '지인'에 가까운...

나는 그런 이들을 내 마음 속에서는 친구로 분류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다른 많은 이들은 이들 역시 친구라고 분류할 것이다. 이른바, 나는 친구를 가능한 한 좁고 깊게 사귀는 성향의 사람이고, 그들은 어느 정도 얕아지는 것을 감수하고 넓게 사귀는 성향의 사람일 것이다. 내가 한때 이런 사람이어봐서 알지만, 흥미롭게도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사람을 넓고 깊게 사귀면 그게 가장 좋은 것 아닐까?'라고 말하며 그것이 분명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20대 초반의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내 인간 관계가 그렇다고 믿었지만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밥친구', '술친구', '영화친구' 같은 이들을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술로 한 맹세는 술이 깨면 사라진다.'는 지금은 유명한 온라인 게임이 되어버린 한 만화의 대사처럼, 수단이나 용건이 있어야만 만남이 가능한 사람들은 그런 요건들이 사라지면 '우정'이라는 단어 역시 부질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나와 주위 사람들만을 보며 느낀 결론이고, 정말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넓고 깊게 사귀는' 인간 관계의 결정체인 사람은 실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삶을 더 살아가면서 내 인간 관계에 대한 가치관은 다시 한번 변할 수 있을까?

그와 더불어, 여자들의 우정이란 어떤 것일까? 여자들은 정말로 화장실도 함께 갈 만한 사이이기 때문에 화장실도 함께 가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사이 정도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나는 너를 중요하게 생각해'라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화장실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것일까? 여자들로부터 듣지 않으면 오묘하고, 듣고 나면 더 오묘한 이 심리를 사람인, 더구나 남자인 내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1. 그 사람과 처음 만난 이후로 지난 물리적인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만난 시간은 짧아도, 함께 공유하고 서로 힘을 준 시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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