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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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1 최근의 잡생각 세가지 중 #1 2
#1
지난 연말의 여성부 파동(?)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맹세하건데, 성매매라고는 눈길도 주지 (못한 게 아니라) 않은 이로써 남자이지만 비교적 제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과연 여성부의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인지 뭔지는 송년의 대화거리였다. 이것이 BBC기사에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재미있는 건 적어도 내 주위의 반응들을 살펴보면, 여성부를 성토하는 남자들과 별 반응을 나타내기를 회피하거나 관심없는 여자들, 그리고 (주로 나와 친한 벗들인)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세 부류로 나눠지는 것 같다.

분명 여성부가 한 행태는 뻘짓거리 맞다. 내가 성매매를 할려고 마음 먹었으면 안하겠다고 도장 찍고 지원금 받아서 성매매하러 갔겠다. 예전의 내 견문으로 미루어볼 때 저 이벤트 하자고 제안한 사람, 공무원인지 시민인지는 몰라도 좋은 아이디어 냈다고 무슨 상품권이나 포상이라도 하나 받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부 부처의 여느 뻘짓거리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에 폐지해야 할 정부 부처 천지인데...

내가 이 희대의 쇼에서 정말 주목하는 건 남성들의 반응이다. 그들은 여성부를 성토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성들의 성매매에 대한 옹호의 감정을 잠재적으로 투영하는 것일까. (대부분 여친이 없는 경우겠지만) 대학생 남자들이 군대 가기 전날 송별회를 위해 학우들이 모여 술 마시다가 여학생들이 먼저 자리를 뜨면 선배들이 그를 데리고(?) 가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알기로는 여학생들도 다 안다. 솔직히 대학교에 입학한 나에겐 충격이었다. 여기저기서 잠재적 성구매자 취급하네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내 친한 벗들이나 소수를 제외하고 내 주위에서도 성매매에 대해 완전히 결백한 사람이 거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남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희귀종 취급한다. 내 주위가 성적으로 너무 문란한 걸까? 아니, 난 내 주위 환경이 상당히 도덕적으로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성부가 한국을 세계적으로 망신시켰다고 생각하면서, 국가에서 근절하려 하는 성매매가 이렇게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묵인화 되고 있는 현실이 더 망신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내가 보기엔 어느 정부 부처나 자행하고 있는 탁상 행정인데 유난히 여성부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작년 '된장녀' 혹은 '노현정'사건 때 어느 블로그에서 우연히 본 문구가 생각난다. 올블이나 IT업계 종사자들 중에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라고.

여성부가 뻘짓을 하기는 했지만 성매매의 폐해를 자각하고 근절하자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이 여성부에 대한 집단 공격으로 끝나버렸다. 한국의 토론 문화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현상이다.

내가 너무 도덕적으로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걸까...?

덧 하나. 싸잡아서 남성들에게 던지는 글이지만 아직도 많으리라 바라마지 않는, 성매매에 대해 결백한 남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나 역시 남성이다.

덧 둘. 다른 나라는 통계적으로 한국보다 성매매율이 더 높다는 자료를 들이대시며 망신이 아니라고 하실 분들. 그 나라 문제는 그 나라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지, 거기서 한국의 문제가 왜 옹호되는지. 그럼 A라는 나라는 굶어 죽을 정도로 못살고 한국은 조금 더 잘사니 우리는 A라는 나라 보면서 만족하면서 살아야 하나? 그 통계 속의 한 성매매 여성이 내 지인이라고 생각해보라.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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