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2006년 06월 16일 금요일 오후 10:00(한국 시간) Gelsenkirchen, FIFA 월드컵 경기장

죽음의 조 C조에서 벌어진, 이번 월드컵의 조별 경기 초반 자주 나오고 있는 창과 방패의 대결. 영원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예선에서 단 한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만 보면 정말 이런게 축구의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반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두 명의 수비수가 부상을 입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철벽 수비를 보여주기에는 어려웠다지만, 경기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의 정신력이 실망스러웠다. 개막전 독일에 4:2로 진 코스타리카, 스페인에 4:0으로 대패한 우크라이나, 그리고 예상 외로 에콰도르에 3:0으로 진 코스타리카와는 또 달랐다.

초반부터 아예 수비하겠다고 작정하고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않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였는데, 선제골이 너무나 일찍 터져버렸다. 전반 6분, 정교한 짧은 패스 끝에 로드리게스의 선제골. 그리고 31분 대여섯 명의 정교한 패스 끝에 에르난 크레스포에게 공이 갔다. 크레스포는 공을 등지고 있었는데, 뒷꿈치로 패스했고, 그 뒷공간으로 질주하던 캄비아소가 골문에 차버렸다. 아마 이번 월드컵 멋진 골 후보에 들 것 같다. 이쯤 되면, 이미 1패를 가지고 있는 세르비아는 공격의 의지를 보여야 할텐데, 전후반 내내 하프라인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했다. 아르헨티나가 미드필드에서 공을 주고 받고 있으니, 좌우로 약간씩 움직이기만 하더라 ㅡㅡ 전반 종료 직전 사비올라의 슛이 골키퍼의 손을 맞고 왼쪽으로 흘렀는데, 왼쪽에서 달려들던 로드리게스가 강하게 슛을 쏘자 골대에 맞고 수비수의 발에 맞은 뒤 골인...

후반은 점입가경이었다. 세르비아의 수비수 한명이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고, 하프라인 밖으로 나오지 않는 세르비아를 조롱하듯 아르헨티나는 자기네 진영에서 가벼운 패스 연습을 실시했다. ;; 완전히 무너진 세르비아 수비진을 상대로 교체로 들어간 리오넬 메시의 활약으로 크레스포, 테베스, 메시가 세 골을 추가. 결국 6:0으로 아르헨티나가 승리했다.

팀이 완전 붕괴된 상황은 한 명이 퇴장당한 뒤의 우크라이나 팀과 유사했지만, 그래도 우크라이나 팀은 조직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도 필사적이기는 했던 것 같다. 경기가 끝나기 한참 전부터 아예 좌우로 걸어다니던 세르비아 선수들, 고국에 돌아가면 사고 크게 터질 듯... 그나저나 마라도나 너무 좋아하더라~ 세르비아 때문에 실소하고 마라도나 덕에 폭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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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6일 오전 2:00(한국 시간) Nuremberg, Franken Stadium

창과 방패의 대결. 스타 군단이라는 잉글랜드와, 예상 밖으로 스웨덴과 비겨 좌절 모드에 빠뜨린 트리니다드토바고. 스웨덴전에 이어 "우리는 비기러 나왔다"는 트리니다드토바고를 보면서 딱히 잉글랜드를 선호하지는 않았기에,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원하는 대로 비기기를 응원하기로 했다. 잉글랜드도 비기는 정도야 뭐... 스웨덴전에서 죽어라 뛰면 되지 뭐 ;;

예상대로 잉글랜드의 공세로 시작된 경기를 보면서 데이비드 베컴피터 크라우치, 제이미 캐러거 세 명의 유니폼만 긴 소매인 것을 발견한 나. 이유가 뭐지? 쟤네는 덥지도 않나? ㅡㅡ;; 예전에 베컴이 유니폼을 아르마니제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나? 하여튼 유독 튀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정말 엄청났다. 신들린 듯한 골키퍼의 선방과 프리미어 리거였다는 드와이트 요크, 그리고 산초로렌스 등의 대단한 수비로 크라우치의 헤딩 슛이건, 제라드의 중거리 대포 슛이건, 베컴의 칼같은 크로스건 다 막아냈다. 전반 중반에 조금 민망한 장면이 나왔는데, 스티븐 제라드가 쏜 강슛을 요크가 몸으로 막다 급소를 맞아 잠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정말 아팠을 듯 ㅋㅋㅋ 바지에 손을 집어넣는 등, 급소에 물을 뿌리는 등 민망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전반이 끝나기 직전 잉글랜드 골대 앞에 뜬 공을 트리니다드 선수가 거의 몸으로 밀어넣다시피 우겨 넣었는데, 골인 직전 잉글랜드의 테리가 몸을 던져 시저킥으로 겨우 겨우 걷어냈다. 한골 넣은 거나 다름없는 테리의 수비였다.

후반 초반 잉글랜드 감독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던 웨인 루니를 교체 투입하자, 잉글랜드 팬들은 승리라도 한 듯 난리가 났다. 루니와 함께 교체한 에런 레넌의 활약으로 잉글랜드는 조금 활력을 되찾았고, 전반과 달리 트리니다드의 수비가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정말 트리니다드의 바람대로 무승부로 비기나 하고 있는데, 10여분도 남지 않은 가운데 베컴의 너무나 완벽한 크로스를 크라우치가 헤딩으로 골대에 집어넣었다. 장신인 크라우치를 그 전까지 더 장신이었던 수비 로렌스가 잘 마크해 제공권을 장악했었는데, 단 한번 다른 공격수에 시선이 빼앗겨 크라우치를 놓쳤다가 골을 허용해버렸다. 아... 트리니다드 너무 불쌍해 ㅠ.ㅠ

힘든 첫 골을 넣은 피터 크라우치. 정말 전봇대 같다. ^^;


결국 어차피 비기기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공격에도 신경을 쓰다가 제라드의 멋진 중거리 슛에 두번 째 골을 허용해버렸다. 역시 추가 시간에 ㅠ.ㅠ

스웨덴, 잉글랜드라는 초호화 강팀을 만나 정말 잘 싸운 트리니다드토바고였다. 비록 졌지만, 그 정신력과 투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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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5일 목요일 오후 10:00(한국 시간) Hamburg, FIFA월드컵 경기장

안방에서만 지존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에콰도르와, 수도 산호세와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소설 쥬라기 공원의 공간적 배경이라는 점밖에 알지 못하는 코스타리카의 대결.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경기 시작한 직후에는 맞불 압박 작전으로 치열할 것 같던 경기가 에콰도르가 계속 거세게 나오자 코스타리카가 움츠러 들기 시작했다. 독일전의 4:2의 결과에 너무 주눅이 들었던 것일까? 경기 시작 8분만에 얻은 절묘한 오른쪽 크로스와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한 골을 먼저 넣은 에콰도르는 멈추지 않고 계속 코스타리카를 압박해 나갔다. 당황한 코스타리카는 전반 중반 무렵 히딩크 감독님이 장기로 써먹는 수비를 공격수로 교체하는 무리수를 두었으나, 오늘 경기에서는 완초페의 움직임이 무뎠을 뿐 아니라, 에콰도르의 수비가 만만치 않았다. 이를 보아도 역시 개막전 독일의 수비에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수비를 줄이고 공격을 늘리는 전술이 아무나 다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일깨웠다. 여담이지만, 일본:호주전의 경우 후반 호주의 포메이션이 무려 2-7-1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ㅡㅡ;; 코스타리카가 공격에 무리수를 두다 보니 쉽게 역습에 빠지게 되었고 역시 코스타리카의 발리슛 직후 에콰도르의 역습에서 델가도가 골대의 우측 어려운 각도에서 두번 째 골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에 에콰도르의 공격 중,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성공시켜 결국 3:0으로 이겼다. 그 선수의 골 세레모니가 참 웃겼는데, 에콰도르의 유니폼과 똑같은 색의 스파이더맨 가면을 바지춤에서 주섬주섬 꺼내더니 머리에 쓰고 카메라 앞으로 뛰어갔다. ^0^


이렇게 A조는 네 경기만에 독일과 에콰도르의 16강 진출, 폴란드와 코스타리카의 탈락이 일찌감치 정해졌다. 물론 독일과 에콰도르의 5경기로 조1위 다툼을 벌이겠지만, 현재 골득실 차에서 에콰도르가 조1위다. 대단~ 오늘 경기로 에콰도르는 단순히 고산 지대인 안방에서만 강한 팀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과연 이변이 별로 없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을 일으킬 것인지 기대해본다.

공상 1. 방송사들이 많이 혼났는지, 이번 경기는 KBS1에서만 방송해 주었는데, 해설이 의외로 꽤 괜찮았다.
정석적이거나 차분한 해설을 좋아하시거나 만담형의 중계, 해설을 조금이라도 싫어하시는 분들은 KBS 중계를 많이 보실 듯 하다.

[060617토 11:26 추가]

Daniel님이 댓글로 알려주셨는데, 사진의 세레모니는 대회 직전 사망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국 선수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보면서 웃은 내가 민망해진다. 대한민국의 이천수에 이은 참 가슴 뭉클해지고 안타까운 골 세레모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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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insoftwarehouse.com/ BlogIcon Daniel 2006.06.17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는 웃을 일만이 아닌게, 동료 선수가 대회 직전에 사망했는데, 해당 선수의 닉네임이 스파이더맨이었답니다. 그래서 해당 선수를 기리기 위해 이런 세리머니를 했다는 것이지요.

    • Favicon of https://juny.tistory.com BlogIcon 빠리소년 2006.06.17 1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헉 그런 거였군요... 보고 웃은 제가 민망해지네요 ;;
      혹시 그래서 심판도 경고를 주지 않은걸까요? 저거 경고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아무튼 글 수정하겠습니다.

2006년 06월 14일 수요일 오후 10:00(한국 시간) Leipzig stadium

우크라이나에겐 참 안됬지만, 스페인의 활약이 참 멋있고 재미있는 경기였다. 변화된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여준 E조 예선 1경기 가나:이탈리아전 이래 재미있었다던데, 이탈리아전은 아쉽게 보지는 못했고, 오늘의 스페인은 압도적으로 이기면서도 끝까지 집중을 하게 만드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스페인은 본래의 장점인 기술 뿐만 아니라 엄청난 기동력을 보였주었다. 경기 내내 최전방에서든 미드필드에서든 후방에서든 공이 있는 지역은 어디서나 5명에서 최대 8명까지 화면에 가득찬 모습이었고, 우크라이나가 편하게 공을 몰게 놔두질 않았다. 미드필더 뿐 아니라 좌, 우측 수비수들까지 최종 공격에 가담했다가 순식간에 최종 수비에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접전 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짧은 패스가 상당히 정확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스페인에 의해 공격이 자주 끊기다 보니 긴 크로스에 의존하는 공격이 점점 많아졌고,
간간히 얻은 결정적인 기회들에서도 득점을 얻지 못했다.

페르난도 토레스의 네번 째 득점

스페인은 초반에 거센 공격으로 얻어낸 세트 플레이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13분의 코너킥에서 헤딩으로 첫 득점, 전반 17분의 거의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으로 두번 째 득점, 페널티 박스 안에서 우크라이나 수비의 반칙으로 우크라이나 수비의 퇴장과 동시에 얻어낸 페널티 킥에서 세번 째 득점.

결국 10명이서 싸운 우크라이나는 이따금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얻어냈지만 결국 살려내지 못하고 결국 스페인의 몇 번의 짧은 패스 끝에 토레스의 멋진 네번 째 골까지 허용, 결국 4:0으로 졌다.

스페인이 참 멋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편으론 4:0까지 되니까 우크라이나가 불쌍하기까지 하더라. 얼마 전까지 남의 나라 일이 아니었는데...

후반 초반에 두번 째, 세번 째 골을 넣은 다비드 비야를 대신해 그 유명하다는 라울이 교체로 들어오자 안그래도 신난 스페인 관중석 난리가 났다. MBC에서 해설하던 차두리가 유명하지 않은 상대팀 선수에게도 일일이 자신을 '라울'이라며 겸손하게 악수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주의 깊이 봤는데, 역시 그랬다. 날카롭게 침투하던 라울의 공을 우크라이나 골키퍼가 잡아내자 엄지 손가락을 들며 말을 건네는 모습도 보였고, 자신이 드로잉을 하려다 다른 선수가 드로잉을 하게 되자 시간 지연에 대해 손을 들어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역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건가보다.

공상 1. 스페인의 실력이나 H조의 다른 팀의 전력으로 봐선 스페인이 조 1위 할 듯 싶은데, 한국이 16강 올라간다 해도 조 2위로 올라가면 힘들겠다. 2002년의 스페인이 아닌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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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4일 수요일 오전 01:00(한국 시간) Stuttgart, Gottlieb-Daimler stadium

한국이 이긴 여세를 몰아 과연 나머지 두 팀은 어떤 경기를 펼칠 것인가. TV앞에서 보긴 봤는데, 이건 봤다고 해야 할지. 암튼 본거니 기록은 해두어야겠기에 적어본다.

솔직히 후반전 들어서는 보다가 졸다가 했다. ㅡㅡ;; 졸음이 올 정도로 졸전이었다고 비꼬는 의미는 아니고 한국 경기를 볼 때도 많이 피곤했지만 한국 경기이기 때문에, 게다가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져서 잠이 확 깼었는데,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는 그 잠을 깰 만큼 멋진 경기는 아니었다.

그 유명하다는 지단앙리는 가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던데, 골로 완성시키기엔 뭔가 부족했고 오히려 스위스가 선전한 느낌이었다. 아... 패배해도 화려하게 플레이하고 본다는 그 'Art Soccer'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인가? 너무나 노쇠한 티가 팍팍 나는 프랑스 팀이었다.

후반전은 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졸아버려서 개인적인 느낌을 적을래야 적을 수가 없겠다 ;; 가끔 해설자가 "슈~웃" 하고 소리칠 때만 깜짝깜짝 깼다. 아, 가족들은 다 자는데 혼자 뭐하는 짓이야. 명경기도 아닌데, 그냥 잘 걸.

결국 0:0으로 비기는 걸 보아버렸는데, 한국에게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비긴 결과가 좋은 결과일 수도 있지만, 두 팀 모두 득점 없이 비길 정도로 공격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두 팀 모두 수비에 허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기회들을 살리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본 장면 장면들에서는 ;;

공상 1. 결국 한국이 토고전 후반 중반 이후에 체력을 그리 소비하지 않은 것이 다행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냥 프랑스나 스위스 하나 정도 고국으로 보내버리자.

공상 2. 게임마다 옐로 카드 잔치다. 스위스는 5장의 경고를 받았다. 프랑스는 3장.
스위스에서 경고 받은 5명 중에 토고가 한두 명만 보내줘도 괜찮을 텐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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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 13일 오후 10:00(한국 시간) Frankfurt Stadium

어느 팀이 예외랴마는 한국 입장에서는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경기. 하지만, 이기고서도 참 말이 많다.

내 예상은 3:2였다. 한국도 토고도 수비 문제가 많아서 실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은 보상금 문제나 감독 문제가 있던 팀이라고는 생각 못할 만큼 토고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방송은 어땠는지 몰라도 MBC 해설을 들어보니, 토고는 전반 15분 이내에 실점이 많다고 초반을 노려야 한다던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생각엔 한국은 초반에 참 서툰 편이다. 공격도 수비도. 예상 외로 거세고 거칠게 나오는 토고를 보면서, 초반에 한두 골 먹고 죽어라 뛰어서 나중에 만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전반 30분 토고가 선취골을 넣었다. 골 허용한 뒤의 이운재 골키퍼를 유심히 봤는데, 안 비춰준 건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수비수들한테 소리 안 지르네? ;; 한국은 2002년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날 정도로 패스 성공률이 떨어졌고,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 사이사이의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후반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돌파하는 박지성을 전반에 경고를 받았던 토고 수비가 거칠게 파울로 막아 결국 퇴장당했다. 그리고 얻은 프리킥을 이천수가 깨끗하게 바로 쏴서 동점골. 멋있는 골이었다. 그리고 계속 살아나는 박지성의 활약, 결국 쉬는 시간 교체 투입된 안정환송종국의 어시스트를 받아 멋진 중거리 슛~ 결국 한국이 2:1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기고서도 말이 많은 이유는 후반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의 볼 돌리기 때문이다. 이것만 가지고도 경기장 내에서도 외국인들의 야유가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종료 직전 얻어낸 프리킥을 이천수가 백패스로 뒤로 돌리는 바람에 오늘까지 두고두고 인터넷 상에 난리가 났다. 마지막 프리킥은 나도 보면서 참 어이 없었지만, 후방에서의 볼 돌리기는 논할 문제가 아닌 듯 하다.

공 돌리기를 비판하는 쪽은 크게 세 가지 반응들인 것 같다.

반응 1. 무조건 욕한다. 이유 없다.
- 입이나 손으로 스트레스 다 푸셨으면 이제 가서 주무세요... (논할 가치 없음)

반응 2. 매너나 스포츠맨쉽에 어긋난다.
- 아니... 공 돌리는 게 왜 매너나 스포츠맨쉽에 어긋나는건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실분? 그럼 한 골 넣고 빗장 수비하던 예전의 이탈리아는 완전 노매너 대표팀인가? 이탈리아 경기가 재미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이탈리아가 노매너로 유명한 건 몰래 하는 반칙과 시뮬레이션 액션 같은 이유들 때문으로 알고 있는데...?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을 기억해봤다. 코스타리카는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두명을 제외한 전원이 하프라인 후방에서 버티고 있었다. 독일도 공을 계속 돌리면서 수비수를 끌어내다가 공격을 시도하곤 했다. 독일이 하면 멋지고 영리한 거고 한국이 하면 비겁한 건 아니겠지?

또 그제 일본과 호주 경기에서 일본이 수비에 치중해서 짜증났는데, 어제 한국이 똑같이 해서 부끄러웠다는 분들도 있다. 일본의 경기 태도를 아래 반응 3과 같이 '거봐. 수비에 치중하다가 세 골 내리 먹었잖아'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제 일본의 경기 방식이 왜 매너과 관련이 있는거지? 나도 결국엔 호주쪽을 응원했지만, 일본의 수비가 옛날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생각나게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그것 때문에 짜증이 난건 아닌데... 그분들은 그냥 일본이 무조건 싫으셨던 건 아닐까?

반응 3. 전술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이런 비판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없는 것이 안좋은 게 아닐까? 많은 토론들이 있는데 내가 어설픈 축구 지식으로 하나 더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다만 설마 선수들이 자기네들끼리 힘들어서 볼 돌렸을까... 감독이 시켰을텐데.

월드컵 첫 경기, 그리고 다음 있을 경기들에 맞춰 컨디션을 맞췄을거다. 그런데 예상 외의 변수인 더위때문에 체력을 더 소모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골득실 따질 생각보다 프랑스나 스위스 하나라도 더 잡을 욕심을 내겠지. 괜히 이긴 게임에 위험을 자초할 필요 있겠나...

전술보다 전략을 선택했다고 본다. 결과가 어떻게 돌아올지는 몰라도. 2002년에도 결국 많은 체력 소모 때문에 독일과 터키전에서 참 무뎌졌던 건 같은데...

그래도 나도 마지막 프리킥은 좀 너무했다 싶다. 어차피 실패해도 역습당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이기고 난 뒤의 행복한 투정 비슷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공상 1. 한국팀이 예전에는 유럽팀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는데, 어쩌면 아프리카에 대한 공포심으로 옮겨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째 아프리카는 한국 같은 팀에게 천적인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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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13일 오전 01:00(한국 시간) Kaiserslautern, Fritz-Walter Stadium

참 드라마같던 경기였다. 처음에는 응원하는 팀 없이 담담하게 보려고 애썼다. 일본은 아시아 팀이 이겼으면 하는 맘때문에, 호주는 히딩크 감독때문에. 그런데 전반전 일본 선수가 거의 크로스 비슷하게 올린 공이 어처구니 없게 골인. 호주 골키퍼가 나왔는데, 네 명 정도의 선수들과 엉키면서 넘어졌다. 일본의 골키퍼 차징이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거듭 호주 선수들이 손만 대도 픽픽 쓰러지거나 시간 지연시키는 일본 선수들을 보면서 좀 얄미웠다.

초반에 무섭게 공격하더니, 골 먹은 뒤의 호주 불쌍했다. 월드컵 경험이 없다는 것이 실점 후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킨 듯 하다. 히딩크 감독님이 더 잘 알고 계셨겠지. 그렇게 과민 반응하셨던 걸 보면, 분명 선취골 아니면 답이 없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

후반전도 흔들리는 호주팀이었다. 정말 지겨우리만치 비두카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중앙 공격. 측면 센터링은 한 두개 나왔을까? 일본은 최종 일자 수비를 거의 여섯을 두면서, 예전 이탈리아 팀의 재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의미해 보이는 호주의 공격에서 공을 가로챈 역습. 하지만, 일본도 골 결정력은 참 부족했다.

역시 드라마는 반전의 묘미. 히딩크 감독은 2002년 때처럼 후반 들어 교체 가능한 세 명을 모두 공격수로 바꿨다. 그래도 여전히 중앙 일변도의 키를 이용한 공격. 쟤네는 저것밖에 훈련 안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후반 막바지에 들자 상대팀보다 더 무서운 변수가 일본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바로 체력 저하.

후반 83분 호주가 멍군을 부른다. 움직임이 느려진 일본 수비가 불안했는지, 골키퍼가 쓸데 없이 많이 나왔다. 그틈을 이용한 호주의 동점골. 일본 골키퍼가 다른 선수들과 엉켜 넘어지지만 않았을 뿐, 골먹은 원인은 비슷했다.
급속도로 무너지는 일본을 더욱 무력하게 하는 호주의 중거리 역전골, 마지막으로 지친 일본의 두 명의 수비를 혼자 뚫고 쐐기골. 결국 호주가 3:1로 이겼다.

호주가 골을 넣을 때마다 아파트가 난리가 났다. 결국 다들 호주를 응원...? 같은 아시아 국가로부터도 응원 받지 못하는 일본은 참 불쌍한 꼴이 되었다.

추가 시간까지 합해 약 10여분 만에 세 골을 뽑아내는 엄청난 드라마를 보여준 호주. 세 골을 넣은 두 명의 선수가 모두 후반 교체 선수였다. 우연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말이 안되는 결과다. 결국 히딩크 감독님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고 인정해야 할 듯... 이기고 나니 하는 말이지만, 어쩌면 히딩크 감독님은 안되는 건 과감히 포기하고 되는 것만 훈련시켰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읽은 히딩크가 한국 축구에 무조건 약이 된 것만은 아니라는 글에 개인적으로 동감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월드컵의 호주는 그때의 한국과 좋은 비교 대상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한 경기만 보고 섵불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호주팀 계속 선전해주길...

공상 1 한국은 히딩크 감독 때문에 일본보다 호주를 응원했다 치고, 중국의 대다수 축구팬들은 어느 팀을 응원 했을까? 그래도 같은 아시아라고 일본을 응원했을까?

공상 2 한골을 먹고 당황한 호주, 첫 경기에 무려 네 장의 경고를 받았다. 일본은 세 장.
만일 16강을 통과하게 된다면 그나마 가장 만만했던 일본전에서 받은 많은 경고들이 부담으로 작용할 듯.

공상 3 한국은 불이 나게 본선 진출해서 2002년에야 첫 승을 이뤘는데, 32년 만에 본선 진출해서 승리 따내는 호주는 뭐야... 생각해보니 좀 열받는다. 히딩크 감독님 좀더 일찍 오시지...

[060613화 14:54 추가]

역시 나만 궁금해 한 게 아니었군.

중국 네티즌 "일본 져서 기쁘고 상쾌!" - 네이트에서

그나저나, 12명 중11,537명의 압박... 12,000명이겠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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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09일 오후 10:00(한국 시간) Munich, FIFA 월드컵 경기장

평가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에 불과한가 보다. 월드컵 날짜에 맞춰, 전술이나 컨디션 등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전력을 숨기는 경우도 허다하니까. 평가전에서 상당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독일팀이라고 들었는데, 개막전에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는 4:2로 독일 승리.

독일은 말 그대로 '전차 군단'이라는 별명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6분 필립 람의 선제골과 후반 41분 프링스의 마지막 슛은 정말 전차의 대포 같은 멋진 슛이었다. 두번 째, 세번 째 골을 넣은 클로제는 이번 월드컵에서 역시 기대해 볼만한 선수. 생일이라고 하던데, 멋진 생일 자축포였다.

코스타리카 역시 강한데다 홈의 이점까지 안고 있는 독일을 맞아 잘 싸웠다고 생각된다. 여러가지 불리함을 안고 경기 대부분 수비에 치중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완초페독일의 허점인 중앙 수비를 뚫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이용해 두 골을 넣었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보면, 전차의 약점이 바로 수류탄을 품고 전차에 근접하는 결사대인 것처럼 독일 진영 깊숙히 들어가 있다가 웅크리던 수비가 잘 내준 몇 번 안되는 기회를 잘 살려냈다. 슈팅 수가 독일 21 : 코스타리카 3 정도 되는 것 같던데... 대단하삼 ㅡㅡb

개막전에 골이 여섯 골이나 터져서 재미있었다. 역시 오프사이드 규정이 조금 바뀌어서 더욱 절묘하면서 재미있는 골이 많이 나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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