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시'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6.02.08 온 세상이 끝나던 시절
  2. 2006.01.05 다음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3. 2005.09.20 그렇게 너를 생각해
  4. 2005.07.24 인정
늦은 오후 걸려온 전화 한통에
귀가 멀어버린 것 같던, 숨이 멈출 것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다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제 눈의 맞은편에 앉은
남녀의 안쓰러운 표정들이 더 서러워
도중에 내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버린 그대에게 원망의 말 한번 못하고
그대가 잠든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당장 세상이 끝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젠 그대를 떠올려도 그 시절처럼 가슴이 찢어지지는 않네요.

하지만 먼 훗날
전 이렇게 말하겠지요.

어쩌다 같은 이름을 들어도,
어쩌다 그 동네 그 거리를 지나도,
어쩌다 그 공원 그 놀이터를 떠올려도,
어쩌다 둘이 함께 듣던 노래가 귓가에 흘러도,
지친 가슴에 찬 바람이 불던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그대 없어도 세상은 참 잘 돌아가더라마는...
그대를 바래다 주던 밤길을 지켜주던 별들이
아름다운 빛을 잃고 헤매던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그 아래서 저 역시 눈이 멀어 참 오랜 길을 헤매야 했노라고...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
다음 사람은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별일수록
사라진 뒤의 암흑이 너무나 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다음 사람과 헤어져야 할 때
누구처럼 너무 예쁘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사랑스럽다면
전 다시 그 어둠 속을 헤메야 할테니까요.

차라리 다음 사람은
무식하게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먹어도 좋습니다.
몸매 안착해도 좋습니다.
뭐... 심하게 뚱보만 아니면, 봐줄 만하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누구처럼 병같은거 걸려서
가슴에서 천둥소리 들리게 하는
망치로 뒤통수치는 나쁜 사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저보다 나이도 마음도 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저보다 나이도 마음도 어른스러워
준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더 큼이 언제나 한스럽고 미안했습니다.

다음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제가 알아채기 전에 투정부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주는 것 만큼이나 받아주는 것 역시
상대에게 기쁨임을 깨달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풍요롭고 여유롭다지요?
저도 그녀도 여유라는 것 없이
너무 서로에 몰두했음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다음 사람은 지나친 몰두가 사랑의 정답이 아님을 아는
사랑에도 여유가 필요함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저를 사랑하는 만큼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전부로 알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랑 싸워도 밥 잘먹고 친구 잘 만나고 잘 웃고
누구처럼 제가 없어도 꿋꿋이 살지 못하고
한 사람인지 세상인지 둘 중에 하나만 고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비나 눈 같은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내리는 날 전화해도
하품하는 분위기 없는 여자라도 좋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헤어지게 되더라도
비나 눈이 올때마다 슬픈 추억 되살리게 하는
그런 사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쉽게 중독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열정이 없어도 좋습니다.
무엇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누가 없으면 행복하지 못하는
그런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이렇게 다음 사람을 기다리면서
옛사랑을 떠올리는 저를 용서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나약하고 못된 저를
잠시만 꾸욱~ 참고 기다려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마지막 바램을 이뤄줄 여자를 찾는게 가장 어렵겠지요.
하지만 시간의 힘을 믿는 사람.
저를 조금만 기다려 주는 사람이라면...
저는 곧 먼 여행에서 돌아와
남은 생을 바치겠습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서
난 너에게 기도한다.
너를 지키겠다던 다짐처럼
나를 지키게 해달라고.

무슨 일을 하기 전에든
난 너를 떠올려.
너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나에게 힘을 달라고.

햇살이 눈부신 날이면
너의 웃는 모습을 생각한다.
그 행복만이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의 사랑이었는데.

눈이 내리는 날이면
너와의 추억을 기억해
철부지 아이들처럼 눈싸움하던
스물 둘, 스물 다섯의 겨울을.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날 우리의 통화를 기억한다.
너의 흐느낌을 들으며
차마 소리 내지 못하고 눈물 흘려야 했던.

날씨가 우울한 날이면
아쉬움이 나를 감싸고 돈다.
너무나 짧은 행복 뒤에 이은
너무나 긴 아픔들.

눈이 멀 것 같은 가을 하늘
그 하늘을 보면서
비로소 실감한다.
이제는 같은 하늘아래 숨쉬고 있지 않음을.

이제 눈물을 그치고
너 없는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나.
다시 난 너에게 기도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날 축복해 달라고.
나에게 힘을 달라고.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

인정

C. Log/책과 시 2005. 7. 24. 03:13
슬퍼도 울지 못하는 것은
울어버리면 너와의 이별을 인정해 버리기 때문이요...


기뻐도 웃지 못하는 것은
웃어버리면 너 없이도 살수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기 때문이요..


이유없이 시야가 흐려오는 것은
인정할건 인정하고 살아야하는 것을 인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본 글인데 너무 마음이 들어 기록해 두고 싶었다.

Creative Commons License일부를 제외한 모든 포스트는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예외의 경우 빠리소년의 공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