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雨にも負けず     비에도 지지 않고
             - 宮澤賢治 -     - 미야자와 켄지 -

雨にも負けず 風にも負けず                          
雪にも夏の暑さにも負けぬ                            
丈夫な體を持ち                                          
欲はなく決して怒らず いつも靜かに笑っている
一日に玄米四合と みそとすこしの野菜を食べ  
あらゆる事を自分を勘定に入れずに                
よく見聞きし分かり そして忘れず                  
野原の松の林の陰の 小さな茅葺きの小屋にいて
東に病氣の子ともあれば 行って看病してやり  
西に疲れた母あれば 行ってその稻の束を負い  
南に死にそうな人あれば                            
行って恐がらなくてもいいと言い                
北にけんかや訴訟があれば                          
詰まらないからやめろと言い                      
日照りの時はなみだを流し                          
寒さの夏はおろおろあるき                        
皆に木偶の坊と呼ばれ                                
ほめられもせず                                        
苦にもされず そういうものに                      
私はなりたい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갖고
욕심은 없으며 결코 화내지 않으며 언제나 조용히 웃는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모든 일을 자신을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보고 듣고 행하고 이해하며 그리고 잊지 않고
들판의 솔숲 그늘 삼간초가에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가 있으면 가서 간병해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그 볏단을 져 주고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 있으면
사소한 일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이 들 때는 눈물을 흘리고
냉해의 여름에는  벌벌 떨며 걷고
모두에게 멍텅구리라 불리고
칭찬도 받지 않고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미야자와 겐지는 이와테 현 하나마키 시에서 헌 옷가게와 전당포를 경영하는 미야자와 머사지로(宮澤政次郞)의 장남으로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마사지로는 자산가로 南無阿彌陀불를 외면 극락 왕생한다는 정토종의 독실한 신자였습니다.

따라서 아버지의 영향으로 겐지는 어려서부터 불교에 친숙했으며, 후에 법화경을 접하고 나서는 도쿄에 상경하여 불교단체인 고쿠추카이(國柱會)에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정토종과는 교파가 다른 일연종에 심취하여서 부모와 많은 갈등을 빚게됩니다.    

 

종교적인 심성에 사로잡힌 겐지는 그 당시로서는 아주 희귀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즉 그는 법화경의 신자로 자기희생과 타인을 위한 사랑으로 살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도쿄에서 귀경하는 그의 짊은 트럭 가득 책이나 습작으로 채워져 있을 정도의 개인적인 문학활동과 함께 실생활에서의 활동이 그러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극도로 절제하는 생활과 스스로 농사를 짓고 농민에게 농사법을 지도하고, 농촌의 청년들과 악단이나 극단을 만들어서 지도하는 등,전신전력을 기울여 향토에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즉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가난한 농촌을 위하여 여러 가지 농사법을 개발하는 등 향토운동가로서도 왕성하게 노력하였습니다.

그는 학창시절에는 농학을 전공하면서 주로 단가(短歌)를 창작하였으며, 1918년 경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합니다. 독자적인 개성을 가진, 무명의 농촌 시인인 겐지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33년 이 후로, 당시의 구사노 신페이(草野心平)나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郞) 등이 소개하면서입니다. 그는 농민적 발상과 종교적 인간애를 법화경적인 우주관으로 독특하게 형상화한 『春と修羅』의 시 외에도 특이한 동화 작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미야자와 켄지의 작품의 매력은 작품 전체의 구성과 테마, 이야기의 진행은 물론이고, 외면당하던 동북지방의 방언을 사용하여 주의를 환기시키고, 단어 하나 하나가 자연과의 교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시「비에도 지지 않고」는, 도쿄에서 병에 걸려 귀경하여 보낸 병상생활의 기록을 가타카나로 수첩에 메모한 것입니다. 11월 3일이라는 날짜만 적혀있고 제목이 없어서 시의 첫 행을 제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주위에 대한 배려와 검소한 생활을 노래하고 있으며,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겐지 자신의 생활양식과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단지, 태평양전쟁 때 군부가 국민들에게 근검절약을 강요하는 교육방편(一日に玄米四合를 二合로 바꾸어)으로 널리 이용하였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가 있겠죠.


그리고, 겐지의 시에는 대부분의 경우 날짜가 명기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그것은 시의 성립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구상한 시기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雨ニモマケズ

雨ニモマケズ

風ニモマケズ    

雪ニモ夏ノ暑サニもマケヌ        

丈夫ナカラダヲモチ        

慾ハナク

決シテ瞋(いか)ラズ      

イツモシヅカニワラツテヰル      

一日二玄米四合ト        

味噌ト少シノ野菜ヲタベ

アラユルコトヲ          

ジブンヲカンジヨウニ入レズニ            

ヨクミキキシワカリ      

ソシテワスレズ

野原ノ松ノ林ノ蔭ノ      

小サナ萱ブキノ小屋二ヰテ        

東二病氣ノコドモアレバ  

行ツテ看病シテヤリ

西二ツカレタ母アレバ    

行ツテソノ稻ノ束を負ヒ  

南二死二サウナ人アレバ

行ツテコハガラナクテモイイトイヒ  

北二ケンクワヤソシヨウガアレバ

ツマラナイカラヤメロイヒ        

ヒデリノトキハナミダヲナガシ            

サムサノナツハオロオロアルキ

ミンナニデクノボウトヨバレ      

ホノラレモセズ          

クニモサレズ    

サウイフモノニ          

ワタシハ        

ナリタイ                                               (新潮文庫本)

시 「영결의 아침」은, 1923년 11월 27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이 날은 두 살 아래의 여동생인 도시가 죽은날입니다. 종교적으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던 겐지의 신앙을 이해해 준 가족은 여동생밖에 없었기에 겐지의 충격은 대단하였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여동새에 대한 애틋한 정을 시로 승화시킨 것인「영결의 아침」으로, 겐지의 생전에 간행된 유일한 시집인 「봄과 아수라」의 제一집 중에 대표적인 시이며, 일본 근대 명작시의 한 편이기도 합니다.

시의 구성은 여동생이 임종하려는 날의 하늘 모양을 시작으로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あめゆじゅとてちてけんじゃ>라는 여동생의 말을 후렴으로 하는 전반부와 소나무 가지에서 눈을 떠온 공기에 빗댄 상념과 기원을 중심으로 한 후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처음 두 행의 <けふのうちにとほくへいってしまふわたくしのいもうとよ>에서 보이는 발상이 아주 독특하다고 하겠습니다. 즉 <とほくへいってしまふ>라고 여동생의 죽음을 표현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다른 공간, 영혼이 윤회하여 다른 세계에 환생한다는 겐지의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永訣の朝

けふのうちに    

とほくへいつてしまふわたくしのいもうとよ        

みぞれがふつておもてはへんにあかるいのだ        (あめゆじゆとてちてけんじや)

うすあかくいつそう陰慘な雲から  

みぞれはびちよびちよふつてくる   (あめゆじゆとてちてけんじや)

靑い蓴菜のもやうのついた        

これらふたつのかけた陶碗(とうわん)に            

おまへがたべるあめゆきをとらうとして            

わたくしはまがつたてつぽうだまのやうに

このくらいみぞれのなかに飛びだした              (あめゆじゆとてちてけんじや)

蒼鉛いろの暗い雲から    

みぞれはびちよびちよ沈んでくる  

ああとし子

死ぬといふいまごろになつて      

わたくしをいつしやうあかるくするために

こんなさつぱりした雪のひとわんを        

おまへはわたくしにたのんだのだ

ありがたうわたくしのけなげないもうとよ  

わたくしもまつすぐにすすんでいくから             (あめゆじゆとてちてけんじや)

はげしいはげしい熱やあえぎのあひだから  

おまへはわたくしにたのんだのだ

銀河や太陽 氣圈などとよばれたせかいの  

そらからおちた雪のさいごのひとわんを……


……ふたきれのみかげせきざいに  

さびしくたまつたみぞれである

わたくしはそのうへにあぶなくたち        

雪と水とのまつしろな二相系(にそうけい)をたもち

すきとほるつめたい雫にみちた    

このつややかな松のえだから      

わたくしのやさしいいもうとの

さいごのたべものをもらつていかう        

わたくしたちがいつしよにそだつてきたあひだ

みなれたちやわんのこの藍のもやうにも            

もうけふおまへはわかれてしらふ     (Ora Orade Shitori egumo)

ほんたうにけふおまへはわかれてしまふ            

あああのとざされた病室の

くらいびやうぶやかやのなかに            

やさしくあをじろく燃えてゐる      

わたくしのけなげないもうとよ

この雪はどこをえらばうにも      

あんまりどこもまつしろなのだ            

あんなおそろしいみだれたそらから

このうつくしい雪がきたのだ      

(うまれでくるたて        こんどはこたにわりやのごとばかりで       くるしまないよにうまれてくる)

おまへがたべるこのふたわんのゆきに      

わたくしはいまこころからいのる

どうかこれがと卒の天の食に變つて          

やがておまへとみんなとに        

聖(きよ)い資糧(かて)をもたらすことを

わたくしのすべてのさいはひをかけてねが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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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의 아침

미야자와 켄지


오늘 중으로

먼 곳으로 떠나 버릴 내 누이여

진눈깨비가 내려 밖은 불길하게 밝다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조금 밝고 한층 음산한 구름에서

진눈깨비는 추적추적 내려온다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푸른 순채 모양이 그려진

이 두 그릇 이 빠진 도기 그릇에

네가 먹을 진눈깨비를 뜨러

나는 쏜살같이

어두운 진눈깨비 속으로 뛰어들었다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어두운 구름으로부터

진눈깨비는 추적추적 내려온다

아, 도시코여

죽음을 앞둔 지금 이 순간에

나를 평생 맑게 하려고

이런 산뜻한 눈 그릇을

너는 내게 부탁했다

고맙다 나의 다정한 누이여

나는 바로 살아가겠다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고열과 신음으로 괴로워하며

너는 나에게 부탁했다

  은하나 태양 그리고 대기권 세계의

하늘에서 내린 눈의 마지막 한 그릇을……

……두 덩어리의 화강암에

진눈깨비는 쌓여 있다

나는 그 위에 불안하게 서서

눈과 물의 두 가지 상태를 유지하며

투명하고 찬 물방울이 가득 매달린

이 반들거리는 소나무 가지에서

나의 상냥한 누이의

마지막 음식을 갖고 가자

우리가 함께 자라 온 동안

눈익은 밥그릇의 쪽빛 무늬에도

이제 오늘 너는 이별을 고한다

(나는 나 홀로 떠납니다)

정말로 오늘 너는 이별을 고한다

아, 닫혀진 병실의

어두운 병풍이나 모기장 속에서

부드럽고 창백하게 불타고 있는

나의 다정한 누이여

이 눈은 어디를 고르더라도

아주 어디나 새하얗다

저리 무시무시하게 흐린 하늘에서

이 아름다운 눈이 내려왔다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때는

          이렇게 자신의 일만으로

          괴로워하지 않게 태어나겠습니다)

네가 먹는 이 두 그릇의 눈에

나는 지금 진정으로 기원한다

부디 이것이 천상의 아이스크림이 되어

너와 모두에게 정갈한 음식이 되도록

나의 모든 행복을 바치어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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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걸려온 전화 한통에
귀가 멀어버린 것 같던, 숨이 멈출 것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다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제 눈의 맞은편에 앉은
남녀의 안쓰러운 표정들이 더 서러워
도중에 내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버린 그대에게 원망의 말 한번 못하고
그대가 잠든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당장 세상이 끝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젠 그대를 떠올려도 그 시절처럼 가슴이 찢어지지는 않네요.

하지만 먼 훗날
전 이렇게 말하겠지요.

어쩌다 같은 이름을 들어도,
어쩌다 그 동네 그 거리를 지나도,
어쩌다 그 공원 그 놀이터를 떠올려도,
어쩌다 둘이 함께 듣던 노래가 귓가에 흘러도,
지친 가슴에 찬 바람이 불던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그대 없어도 세상은 참 잘 돌아가더라마는...
그대를 바래다 주던 밤길을 지켜주던 별들이
아름다운 빛을 잃고 헤매던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그 아래서 저 역시 눈이 멀어 참 오랜 길을 헤매야 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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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 I, 1901년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 1862 ~ 1918)는 인간의 사랑과 성(性), 죽음과 같은 소재를 모자이크등과 같은 다양한 장식무늬를 통해서 강조한 화가이다. 20세기 초의 미술은 인간의 질환과 성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는데 특히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성에 대한 이론이 큰 영향을 끼쳤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클림트는 바로 프로이트가 살던 빈에서 활동하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키스]이지만 오늘은 구약성서 외전(外典)의 하나인 [유디트 서(書)]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소재를 찾은 [유디트 I]를 골라보았다.

유디트는 베트리아를 포위한 앗시리아의 장군 호로페르네스의 막사에 자진해서 들어가 하룻밤을 지낸뒤, 방심한 적장의 목을 베어 민족을 구했다는 전설속의 여인이다. 전설의 내용만으로 봐서는 영락없는 조선의 '논개'와 같은 부류이지만 그림 속의 유디트의 농염한 자태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절개있는 여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요한의 목을 자른 살로메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아마도 유디트의 저 기묘한 표정때문이 아닐까? 각이 진 현대적 얼굴, 음란한 시선과 유혹하는 듯한 붉은 입술, 부드러운 듯 무심한 표정과는 달리 그녀의 왼손에 들려있는 잘린 목이 주는 섬뜩함.. 아마도 클림트는 유디트의 이중적인 표정 속에 세기말적인 혼란과 인간의 보편적인 이중성, 무의식을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닐까..?

아래: 젠텔레스키, 카라바조의 '유딧'과 비교 감상하기



젠텔레스키의 '유딧'



카라바조의 '유딧'

역시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 나오는 그림이다. 공통점은 죽음, 여성에 의한 살인, 대의 명분을 가진 여성에 의한 속임을 당한 남자의 죽음.
하지만, 한 여인은 기요틴에서 처형당했고, 한 여인은 민족의 영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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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죽음 [Death of Marat]
19세기 고전주의 회화의 창시자인 다비드의 작품.
원어명 Mort de Marat
작가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
종류 캔버스에 유화
크기 165×128.3cm
제작연도 1793년
소장 벨기에 브뤼셀왕립미술관


1793년 7월 13일 피부병 때문에 자주 목욕을 하던 마라가 자기 집 욕실에서 샤를로트라는 25세 된 시골처녀에게 척살(刺殺)당한다. 지롱드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샤를로트는 자코뱅당의 지도자인 마라가 지롱드당을 공격하는 데 앞장을 서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를 암살한 것이다. 그 3일 후 샤를로트는 처형된다. 혁명의 광기가 어려 있던 시기의 일들이었다.

마라는 정치논평신문 《인민의 벗》을 창간하여 스스로 인민의 친구임을 자처하고 있었다. '저는 아주 가난한 사람입니다. 이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당신이 제게 호의를 베풀어 주실 이유가 충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이 적힌 메모를 들고 찾아온 샤를로트를 마라가 아무런 의심없이 만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어떻게 샤를로트가 욕실 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마라의 혁명동지였던 다비드는 사건이 일어난 지 3일 후에 의회로부터 의뢰를 받아 3개월 만에 이 그림을 완성하였다.

욕실 안은 아무런 장식도 가구도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 상아 손잡이가 달린 피묻은 칼이 놓여 있을 뿐이다. 비명에 간 청렴결백한 혁명가의 생활이 부각되어 있다. 잉크병이 놓인 낡은 나무상자에 '마라에게, 다비드가 바친다(A MARAT, DAVID)'는 글만이 외로운 비문처럼 적혀 있다. 그의 한 손에는 면회를 요청할 때 샤를로트가 가지고 온 메모지가 들려 있고, 밑으로 축 처진 다른 손에는 깃털펜이 쥐어져 있다.

그림 속의 모든 것은 그리스도교적 순교자를 연상시킨다. 오른쪽으로 점점 밝아져 가는 배경은 마치 하늘의 영광이 죽어가는 성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다비드는 이런 그리스도교적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거의 알아차릴 수 없도록 모든 것을 뛰어난 솜씨로 처리하였다. 다비드는 후에 나폴레옹의 궁정화가가 되어 한때는 화려한 생활을 하였으나, 나폴레옹이 몰락한 뒤에는 벨기에로 도피하여 외롭게 생활하다가 결국 그 곳에서 생을 마쳤다.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 언급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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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사람은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별일수록
사라진 뒤의 암흑이 너무나 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다음 사람과 헤어져야 할 때
누구처럼 너무 예쁘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사랑스럽다면
전 다시 그 어둠 속을 헤메야 할테니까요.

차라리 다음 사람은
무식하게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먹어도 좋습니다.
몸매 안착해도 좋습니다.
뭐... 심하게 뚱보만 아니면, 봐줄 만하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누구처럼 병같은거 걸려서
가슴에서 천둥소리 들리게 하는
망치로 뒤통수치는 나쁜 사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저보다 나이도 마음도 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저보다 나이도 마음도 어른스러워
준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더 큼이 언제나 한스럽고 미안했습니다.

다음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제가 알아채기 전에 투정부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주는 것 만큼이나 받아주는 것 역시
상대에게 기쁨임을 깨달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풍요롭고 여유롭다지요?
저도 그녀도 여유라는 것 없이
너무 서로에 몰두했음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다음 사람은 지나친 몰두가 사랑의 정답이 아님을 아는
사랑에도 여유가 필요함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저를 사랑하는 만큼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전부로 알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랑 싸워도 밥 잘먹고 친구 잘 만나고 잘 웃고
누구처럼 제가 없어도 꿋꿋이 살지 못하고
한 사람인지 세상인지 둘 중에 하나만 고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비나 눈 같은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내리는 날 전화해도
하품하는 분위기 없는 여자라도 좋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헤어지게 되더라도
비나 눈이 올때마다 슬픈 추억 되살리게 하는
그런 사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쉽게 중독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에도 누구에게도 열정이 없어도 좋습니다.
무엇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누가 없으면 행복하지 못하는
그런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사람은...
이렇게 다음 사람을 기다리면서
옛사랑을 떠올리는 저를 용서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나약하고 못된 저를
잠시만 꾸욱~ 참고 기다려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마지막 바램을 이뤄줄 여자를 찾는게 가장 어렵겠지요.
하지만 시간의 힘을 믿는 사람.
저를 조금만 기다려 주는 사람이라면...
저는 곧 먼 여행에서 돌아와
남은 생을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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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천사

L. Log/잡담 2005. 10. 1. 15:07


날개 꺾인 천사가 고통스러워 하는 이유는

날개 꺾인 상처때문이 아니라

다시는 하늘에 오를 수 없는 좌절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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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서
난 너에게 기도한다.
너를 지키겠다던 다짐처럼
나를 지키게 해달라고.

무슨 일을 하기 전에든
난 너를 떠올려.
너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나에게 힘을 달라고.

햇살이 눈부신 날이면
너의 웃는 모습을 생각한다.
그 행복만이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의 사랑이었는데.

눈이 내리는 날이면
너와의 추억을 기억해
철부지 아이들처럼 눈싸움하던
스물 둘, 스물 다섯의 겨울을.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날 우리의 통화를 기억한다.
너의 흐느낌을 들으며
차마 소리 내지 못하고 눈물 흘려야 했던.

날씨가 우울한 날이면
아쉬움이 나를 감싸고 돈다.
너무나 짧은 행복 뒤에 이은
너무나 긴 아픔들.

눈이 멀 것 같은 가을 하늘
그 하늘을 보면서
비로소 실감한다.
이제는 같은 하늘아래 숨쉬고 있지 않음을.

이제 눈물을 그치고
너 없는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나.
다시 난 너에게 기도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날 축복해 달라고.
나에게 힘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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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I

자가 여행을 떠난지 정확히 7년 후,

왕자는 스승의 인도로 한 나라에 도착했습니다.

스승은 말했습니다. 저 아름다워 보이는 성에,

네가 찾던 용이 살고 있다.

저 용을 죽인 다음, 심장을 가지고 다시 너의 왕국으로 돌아가자!

왕자는 용을 죽이기 위해 칼을 뽑아 들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의 부하들은 수가 많고 강했습니다.

무찔러도 무찔러도 끝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더욱 강했고

그 모든 용의 군사들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왕자는 마침내 왕궁의 가장 깊숙한 곳에 이르렀습니다.

승이 말했습니다. 저기, 바로 저기!!

그 사악한 용이 너를 노려보고 있다.

저 용만 죽이면, 너는 심장을 가지고 너의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힘을 내거라.

하지만 왕자는 이상한 듯 악마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스승이여, 저 용은 마치 가련한 노인같군요.

거대하고 강력한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스승이여, 저기 서있는 모습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노인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여인은 너무나 아름답군요.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승이 말했습니다. 아니다. 겉모습에 속아서는 안된다.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라.

저 자는 마치 가련한 노인처럼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지만,

수많은 인간들을 희생시킨 사악한 용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여인은 용의 흑마법사인 마녀란다.

매우 아름다워 보이지만,

저 미모로 전사들의 힘을 빼앗아 버린단다.

어서, 어서 빨리 저 용과 마녀를 해치워라. 어서!!

자는 악마의 재촉에 온 힘을 다해 용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마녀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이제, 왕자는 심장을 가지고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쁨에 넘쳐 심장을 꺼내기 위해 다시 용에게로 돌아서는 순간...

악마가 웃기 시작했습니다.

하하... 어리석은 것. 네가 한 짓을 보아라.

그 순간 왕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자신이 용을 쓰러뜨렸다고 생각한 그 자리에는

자신의 아버지인 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꿈에도 그리던 공주가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왕자님... 비록 다시는 왕자님을 보지 못하겠지만...

왕자님을 보며... 왕자님의 손에 죽게 되어..서... 행..복..해...요.....

마가 말했습니다.

바보같은 것. 이제 너는 계약대로 완전히 나의 노예가 되었다.

이제 네가 흘린 피들로 인해

너는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하하하!


후로,

그 왕자의 모습을 확실히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악마가 공주의 고향인 이웃 나라를 쳐들어갈 때,

해골 병사들을 지휘하던,

흑마를 탄 검은 갑옷의 전사가 왕자의 모습을 닮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어떤 사람은...

그 흑기사가 이웃 나라의 성을 거의 빼앗았을 때

그 성의 한 작은 방에 걸려있던 죽은 공주의 초상화를 보고서는

정복을 멈추고 성에서 돌아섰다는 이야기 역시 전합니다.

는 영원히 죽지 않는 악마의 부하가 되어,

모든 나라들을 정복한 흑기사가 되었을까요?

아니면 악마를 무찌르고 자신이 사랑하던 공주 곁에 누워,

편안한 휴식을 누리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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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

고 먼 옛날...

아름다운 나라에 한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 왕자는 이웃 나라의 아름다운 공주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았습니다.

그녀와 숲을 걸을 때면 새들조차 둘의 모습에 반해버린 듯 노래했고

왕자는 이 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할 만큼 행복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왕자와 공주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습니다.

오직 악마만을 제외하고는...

주는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었습니다.

공주는 절망감에 사로잡혔고, 왕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떠나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공주는 왕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왕자는 절대로 안된다고, 어떤 것도

심지어 죽음조차도 갈라 놓을 수 없다고 공주를 설득했지만,

공주는 왕자를 다시는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의 아버지 역시

그를 공주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먼 나라의 무서운 용을 죽이고, 그 용의 심장을 가져오면

공주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왕은 왕자에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왕은 먼 여행을 통해 왕자가 공주를 잊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오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왕의 거짓말을 정말로 믿은 왕자는

먼 나라로 길을 떠났습니다... 아주 오래된 여행을...

자는 이 세상의 모든 나라를 찾아다녔지만,

용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왕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했습니다.

왕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혼까지도 팔겠노라고,

절벽에서 하늘을 향해 절규했습니다.

때, 악마가 왕자에게 접근하였습니다.

자신의 제자가 되면, 용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잡도록 도와주겠다고 달콤한 말로 유혹했습니다.

왕자는 망설임 없이

공주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자는 악마와 용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면서

점점 변해가게 되었습니다.

악마는 공주가 왕자의 착한 마음 때문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강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착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왕자에게 말했습니다.

왕자는 악마의 도움으로 점점 강한 힘을 갖게 되었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졌지만,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공주의 존재마저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편, 공주는 자신의 운명에 슬퍼했지만,

왕자를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모든 의사가 죽을 거라던 말이 거짓이라는 듯, 병을 이겨냈습니다.

공주가 완전히 낫게 되자 왕자의 아버지인 왕은 기뻐했고,

왕과 공주는 왕자가 어서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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