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소년은 천사를 쫓으려는 꿈으로 하늘을 난다. - 빠리소년
블로그 메타 사이트의 글들을 이것 저것 기웃대다 보다 보니, 인품을 점수로 매겨주는 테스트도 있더군요. 하시고 나서 그것에 관한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뭐라 하는건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그 테스트 자체에 관해 좀 씁쓸했던 것은, 참... 인품도 점수를 매겨야 하나요? ^_^;;

제 블로그를 자주 들르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테스트라는 것이 정말 좋은 포스팅 꺼리임에도 불구하고 테스트에 관한 글이라고는 정치 성향 테스트 결과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그럼 저는 그런 테스트 안해보냐구요? 물론 재미있겠다 싶은 것은 당연히 해봅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그 결과를 이러쿵저러쿵 올리지 않는 이유는 그 결과라는 것이 하루의 운세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테스트 결과를 블로그에 올린다면 (다는 아니시겠지만) 제 블로그를 방문하는 어떤 분들은 그 결과만을 보고 '아, 이 사람은 이런 성격이겠구나,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란 사람은 제 블로그의 글들을 통째로 읽어보셔도 모르실텐데요.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것만 보여드리니까요. 이런 거야 제 개인적인 성향에 불과한 것이니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평소엔 다른 분들의 테스트 결과를 봐도 그냥 재미로 읽고 넘깁니다만, 인품에 점수를 매기는 테스트는 좀 아니다 싶습니다. 더구나 그 테스트 질문이라는 것이 오래 전에 조금 다른 결과들을 보여주는 테스트로 알려져 있던 것 같은데요. 오프라 윈프리 운운하는 것도 똑같고, 결과는 네 가지 정도구요.

제가 그 테스트에서 정말 마음에 안들었던 점은 그 인품 테스트라는 것의 고득점자는 과연 누구의 마음에 드는 인품의 소유자일까요? 체제에 순응하는 인품의 소유자인가요? 윗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가요? 그럼 저득점자는 문제가 있는 건가요? 제가 보기엔 존경받는 천재들이나 세상을 바꾼 선구자들이 모두 인품이 훌륭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냥 재미로 하고 재미로 구경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조금 씁쓰레 해서 끼적여 봤습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던 '어린왕자'의 처음 부분도 생각나구요.

덧. 맞춤법에 관한 댓글이 달릴까봐 선방합니다. ^^;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끄적이다'가 아니라 '끼적이다'가 맞는 표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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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재미있게 보았던 영어 교재가 하나 있었습니다. 교재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고 넥서스 출판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교재에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았었죠. 그 중에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문장 중의 하나가
You are the apple of my eye.
였습니다. 지금 봐도 정말 예쁜 표현인 것 같아요. 뜻은 '넌 너무 아름다워.', 굳이 의역하자면 '넌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아.' 정도가 되겠네요. 이 문장과 몇 문장 정도를 자주 읽던 책 속표지에 적어두고 읊고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웬지 모르게 이 표현이 생각나더군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과 같이 물론 관용적인 표현이겠지만, 왜 하필이면 apple일까? 탐스러운 과일의 대명사여서 그런걸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불펌에 대해 네이버에게 죄송하지만, 뭐 단어 옆에 보니 '내 블로그에 담기'라는 메뉴도 있더군요. 하하...

밑에서 두번째 줄을 읽어보니, apple에 관련된 어떤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the apple of one's eye가 통째로 관용어구였군요. 의미가 '눈동자'라는 것을 보니, 역시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의 영어식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영어 표현 하나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 교재를 보던 시절의 저도 생각나고, 그때 생활이나 사람들도 생각나고. 항상 세상에 낭만이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저이지만, 정작 제 자신도 어린 시절의 낭만적인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사람 사는게 다 그런가요? 요새 이 표현 참 많이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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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초학년 때 필수 교양이야 그렇다 치고, 제가 선택했던 선택 교양 과목들은 오지랖 넓은 성품을 반영해서 정말 종잡을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영학 개론, 문학 개론, 심리학 개론, 등등... 선택 교양만 봐서는 인문 계열인지, 사회 계열인지, 자연 계열인지 알아챌 수가 없었을 겁니다. 호기심은 어느 정도 충족되긴 했지만, 물론, 학점은 힘들었지요 ㅠ.ㅠ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에서 들었던 또하나의 수업이 바로 현대 천문학 개론이었습니다. 친구와 선배를 꼬셔서 들었지요. 정말 머리 아프게 하는 리포트와 시험 때문에 욕 두고두고 얻어먹었습니다만...

얼마전 뉴스를 보니 태양계 행성이 12개가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배울 때 명왕성을 행성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 의심이 간다고 배운 것 같은데, 이렇게 하나, 둘 늘려가면 나중에 몇개가 될 지 고개가 갸우뚱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니 넘어갔습니다. 역시, 결론은 이렇게 났다지요?


명왕성에 관한 기사를 보고 교양 시간에 사용했던 '교양 천문학'이라는 책을 뒤적이게 되네요. 우연히 발견되고 비운의 퇴출을 당하는 묘한 행성입니다. 이름이 그래서 그런걸까요?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9번째 행성으로 태양에서 40천문단위[각주:1]나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크기가 대단히 작기 때문에 그의 발견은 대단히 어려웠다. 명왕성은 광범위한 사진탐색 끝에 1930년 미국의 천문학자 톰보우(C. Tombough)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그는 1930년 2월 18일, 당시 로웰이 예언했던 방향에서 7° 쯤 떨어진 곳에서 명왕성을 발견, 이를 3월 13일에 발표하였다. 이 행성은 그후 희랍신화에서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신의 이름을 따서 플루토(Pluto)라고 명명되었다.

1846년 해왕성이 발견된 후 금세기(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해왕성의 관측은 지속되었다. 그런데, 당시 관측된 해왕성의 궤도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된 궤도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었다. 그 결과 천문학자들은 미지의 9번째 행성 탐색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명왕성은 질량이 너무 작아서 천왕성이나 해왕성에게 섭동을 주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 따라서 명왕성은 발견은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시 관측에서 제시됐던 섭동은 실제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관측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발생된 관측 오차였음이 후에 밝혀졌다.

...

명왕성의 둘레에는 카론(Charon)이 공전하고 있다. 카론은 1978년 6월, 미국 해군천문대의 크리스티(Christy)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사진에 나타난 명왕성의 모습은 원형이 아니라 한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불룩 나온 것이 바로 그는 명왕성의 위성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관측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위성을 카론이라고 명명하였다.

내막은 자세히 모르지만, 미국에서 행성을 12개로 할 것을 제안했던 속내는 명왕성이 12번째 외곽 행성이 될 수도 있었던 제나보다도 덩치가 작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인용했다시피 명왕성은 미국인이 발견했기 때문에 미국 천문학계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행성이죠. 제나를 행성군에 편입시키면서 논란이 되었던 명왕성의 행성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하고 싶었겠지요. 결과적으로는 긁어 부스럼이 된 듯 합니다만...

아무튼 조금 섭섭합니다. 뭐 이 결정으로 태양계 식구가 아닌건 아니고 왜행성으로 격하된 것이지만, 학생들은 이제 행성 이름을 외울 때 '수금지화목토천해'까지만 외우겠군요. 교과서나 문서, 서적 변경은 물론 문제지만, 로마 신화의 플루토(그리스 신화의 하데스)를 떠올릴 때마다 이 사건이 떠오를 듯 합니다. 물론 세일러문의 플루토도 왕따가 되겠군요 ㅠ.ㅠ

명왕성에서 본 태양계 상상도


아.. 별이나 행성들은 너무 예쁘지 않나요? 천문학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Dyno님의 명왕성 안녕...이라는 글에 있는 사진들도 너무 예뻐요. 제 꿈이 한적한 교외에 집 하나 사서 천체 망원경과 사진기를 벗삼는 건데(물론 단순 꿈에 불과할 듯 싶습니다만...). 문득 여전히 별이 하늘 가득 빛나고, 별똥별이 1분에도 몇 개씩 떨어지던 외가가 가고 싶습니다.
  1. 태양-지구거리. 천문단위 또는 Astronomical Unit, 약해서 A.U.라고 한다. 보통 태양계 내의 거리 단위로 사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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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화면 바톤

L. Log/잡담 2006. 8. 27. 00:18
줄담배님 각성하세요!! 이래서 테러는 테러를 낳고 복수는 멈출 줄을 모르는 겁니다!! 하하하... 줄담배님의 블로그에 놀러갔다가 혹(?)을 하나 달고 왔습니다. 전의 toice님의 징크스에 관한 글도 미루다 미루다 2주는 뒷북친 듯한 선례가 있어 주말을 이용해 후딱 올려보렵니다.

-지킬 것 -

이것을 본 사람은, 반드시
데스크탑 스크린샷을 일기에 올려야 합니다.
집행유예는 없습니다.
너무나도 명예훼손인 경우에는,
아이콘이나 파일 이름에 수정을 가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수정하면 재미없으므로 정도껏 자제합시다.

간단한 설명을 붙여도 좋습니다.
자, 어서 모든 창을 최소화하십시오

제가 원래는 제 이름으로 된 XP 계정을 사용했더니 한글로 되어 있어 구글 어스가 돌아가지 않더군요. 그래서 GOOGLE이라는 계정을 새로 만들어 사용중입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전과 비교해서 그리 다를 것도 없어 보입니다.

1. 바탕화면

아주 평범합니다만... ㅠ.ㅠ 전에는 XPlanet이던가? 지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바탕화면으로 사용했었습니다. (제가 철이 덜 들어서인지 별에 비정상적인 관심이 많습니다 ;;) 그러다가 SP2가 문제가 있어 포맷하면서 귀찮아서 그냥 저 바탕화면을 사용한답니다. 물론 하드에 그 프로그램은 아직 있기 때문에 언제 한번 태풍이 올라오면 스샷해서 올려볼까요? 하하... 이전 사용하던 제 이름으로 된 계정은 폰트도 제가 좋아하던 폰트로 바꾸고 혼자 좋아라 했는데, 점점 귀차니즘이...

2. 시작 메뉴

뭐.. 별거 없지요? 제가 여가로 하는 게임이라고는 Starcraft뿐이고 엑셀은 자주 사용해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전 계정과 비교해도 순서만 네이트온이 제일 위였던가? 그다지 차이 없을겁니다. 시작메뉴에 고정해둔 mini는 MBC 라디오를 인터넷으로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원래 ICE RADIO를 썼었는데, 얼마전 3개 방송사 모두 막아버렸더군요. 라디오는 학생 때부터 MBC만 들어서 MBC만 깔았습니다.
Winee는 MP3 플레이어인데요. 장점은 MP3 곡들의 가사가 서버에 등록되어 있을 경우 가사를 노래방처럼 보여줍니다. 게다가 인터넷 방송 주소도 대량 내장되어 있고요. 이 두가지 때문에 Winee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뭐... MP3로는 음악을 별로 안들어서요. 신보 검증하거나 인터넷 라디오 들을 때 많이 사용합니다.


뭔가 깔아 놓은 것이 많기는 한데, 별로 숨길 것도 없군요. 숨긴 것도 이상한(?) 것들이라 숨긴 것이 아니지 말입니다? 개인적인 것들이라 그냥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뭐, 한국의 보통 컴퓨터 유저들이 다 이정도 수준이겠죠. 뭐...

이상 대단히 평범한 컴퓨터 유저의 바탕화면 바톤이었습니다. 하지만, 보신 분들은 꼭 기억하세요... 저만 죽을 순 없지요. 테러는 테러를 낳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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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라는 사행성 게임 오락실이 일주일만에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온나라라는 말을 쓰려니 우습습니다. 한국의 굵직굵직한 비리라는 것이 늘 그렇듯 제게는 바다이야기 사건 역시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니까요.

제가 바다이야기라는 오락실이 생긴 모습을 처음 본 게 독립해서 살던 때니까 2004년 정도 되려나요? 저는 정말로 바다이야기라는 간판만 보고 횟집인줄 알았다지요? ^^;; 지나가면서 '아니 횟집 윈도우가 왜 저렇게 시커매?'라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바다이야기보다 그 근처에 생겼던 경마 게임장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경마를 도박이 아닌 재미로 이따금 즐기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솔직히 '경마=도박=패가망신'이라는 선입견을 안가진 한국 국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게 생겨서 과천에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어이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다이야기와 관련한 뉴스를 보면서
노무현 정부는 바다이야기, 김대중 정부는 카드대란, 김영삼 정부는...
순간 멈칫거렸더니, 막내 동생이 하는 말이
왜~ 나라를 말아먹었잖아.
그렇군요. 딱히 흠잡을 데 없이(?) 나라를 말아드셨습니다 그려... 제 막내 동생이 고3이라죠? 청소년들이 정부에 대해 저런 정도의 인식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지 않습니까? 그러고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전쟁이 나면 국가를 위해 싸우겠는가?'라는 설문에 중국과 일본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옴을 개탄하면 안되지요.

바다이야기를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비호했든 안했든, 정부 고위층이 얼마나 깊숙히 개입했든 안했든 2년 전 평범한 청년도 결과를 뻔히 예측할 정도의 참사를 방치, 확대한 책임은 피할 수가 없겠습니다. 선진국보다 훌륭하고 도덕적인 정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하나를 알면 열은 몰라도 둘 정도는 아는 정부를 가질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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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징크스

L. Log/잡담 2006. 8. 24. 20:26
언제 쓰기로 한 글인데, 이제 올릴까요? toice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toice님의 징크스에 관한 글을 재미있게 읽어서 '나도 한 번 써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봐도 남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징크스가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1. 오래달리기는 언제나 2등만 한다.
전에 제 막내 동생의 핸드폰에 관한 일화에서 썼듯이 저는 운동에 그리 재능이 있거나 즐겨하는 편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달리기를 잘해서 운동회 계주 같은 곳에도 나가서 순위를 엄청 뒤집곤 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아버지께서 매일 학교가 파한 후 네 시 반에서 다섯 시 사이에 집에 도착하지 않으면 혼을 내곤 하셨습니다. 당연히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농구, 축구 등은 생각할 수도 없었죠. 그런 스파르타식 생활이 제가 아버지에게 반항을 하기 시작하던 고1까지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야 밤 11시까지 학교에 붙어 있어야 하니 뭐... 아버지가 어떻게 하실래야 하실 수도 없었고요.

아무튼 운동은 별로였지만, 체력장 같은 기초 체력은 내신 점수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켰습니다. 특히 달리기는 자신 있었는데, 특히 오래 달리기가 그랬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밤에 공부하다가 답답하면 집 근처에 있는 개천 주변을 시간을 재면서 전력으로 달리곤 했습니다. 매일 매일 몇 초씩 기록을 단축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면서요. 그러다가 고대하고 고대하던 체력장 오래달리기 시간, 어이 없게도 거짓말 안보태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반에서 2등을 했다는... ㅡㅡ;;

고만 고만한 실력끼리의 오래달리기는 별거 없습니다. 초반에 별 아이들이 다 있죠. 100미터 달리기 하듯 치고 나가는 아이들, 설렁설렁 뛰는 아이들, 초반에는 딱 중간만 뛰면 됩니다. 그러다가 한바퀴 정도 뛰고 나면 바로 앞에 있는 아이들을 타겟으로 한 명, 한 명 치고 나갑니다. 개중에 유난히 저항이 거센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엔 조금 내버려 둡니다. 앞에서 달리는 사람은 뒤에서 누군가가 추월할 것 같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거든요. 잠시 뒤에 다시 추월하면 십중팔구 뒤쳐집니다. 그런 식으로 추월하다 보면 뭐... 1등이 됩니다만, 저의 경우는 결국 막판 스퍼트하는 한 명에게 추월당하더군요. 1학년 때는 '아무래도 평소 운동을 즐겨하지 않으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3년 내내 2등을 하니 약이 오르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오래달리기 시합 같은 것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만, 한동안 동생들이나 같은 동네의 아는 동생과 자주 조깅을 하곤 했습니다. 그덕인지 얼마전 친구들과 평창에 놀러가서 그쪽 아이들과 축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이야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치고, 저는 공격에서 수비까지 날아다니는데, 친구들은 별로 뛰지도 않고서 죽으려고 하더군요. 몇 년 전만 해도 저보고 약해 빠졌다고 하던 녀석들이...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합시다. ㅡ.ㅡb

2. 좋아하는 곡을 들으면 잠에서 깬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는 워크맨을 몸에 달고 살았습니다. 테이프 뿐만 아니라, 라디오도 참 즐겨들었습니다. 잘 때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어폰을 꽂은 채로 잠들 때가 참 많았는데요. 신기한 건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곡을 들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에서 깨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잠든 상태인 지라 좋아하는 곡이 나와도 깨지 않는 경우가 있었을런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분명한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노래를 듣고 깨는 경우는 없다는 거지요.

한번은 어머니가 수술을 받으시고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어서 하루종일 병수발을 들고 저녁에 병문안 왔던 친구와 소주를 한 잔 한 뒤, 병실에서 잠든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듣는 상태로요. 하루종일 병수발에 소주까지 마셨으니, 얼마나 고단했겠습니까. 눕자 마자 잠에 빠져들었는데, 움찔 잠에서 깨어보니 이어폰에서 제가 좋아하던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가 나오더군요. 시계를 보니 세 시가 약간 넘어 있었습니다. 시끄럽고 밝은 노래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겠지만 남들은 들으면 졸음이 온다는 Radiohead의 노래들, 발라드 등, 제가 듣고 잠을 설치는 곡들이란 이런 종류입니다.

요새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잠드는 객기를 부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만, 잠들었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깨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요샌 한 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데, 유난히 모기 소리와 (좋아하는) 음악 소리에 민감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3. 지하철 계단을 올라갈 때면 항상 지하철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출퇴근할 때 체크인을 하고 계단을 올라갈 때 쯤이면 꼭 지하철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구분하기 쉬우라고 상행선은 "띠리리리리~~", 하행선은 "띵딩딩딩딩~~" 한다든지 하는 신호음을 내주기도 하는데요. 배차 간격이 좁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다 보면 양쪽에서 지하철이 오는 경우가 많아 계단을 오르면서 지하철이 오는 신호음이나 지하철이 "끼이익~" 하는 소리를 들으면 필사적으로 뛰게 됩니다. 한가하다면 다음 지하철 타고 말겠지만, 붐비는 시간이라면 정말 짜증나는 일이죠. 저만 항상 그런건 아니겠지만, 괜히 약오르기도 하고.

하지만, 지하철에 이력이 나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플랫폼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지하철의 브레이크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면 맞은편 지하철이 도착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 생각에는 바퀴 소리가 플랫폼 아래쪽에서 나는 소리라 만약 자신이 탈 쪽의 지하철이 도착한다면 이쪽 플랫폼에 막혀서 맞은편으로 반사되는 듯 합니다. 맞은편 지하철이라면 반대로 이쪽으로 소리가 반사되고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처음엔 다들 웃는데, 확인해 보고 나서는 신빙성 있다고들 하더군요. 이 노하우 덕분에 저는 지하철 바퀴 소리가 크게 들리면 후다닥 뛰어가는 주위 사람들을 안됐다는 듯 바라보며 느긋이 걸어갑니다. 만약 작게 들린다면? 저도 죽어라 뛰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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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36년?

L. Log/잡담 2006. 8. 15. 22:15
어떤 블로그 글을 보니, 친일파라는 단어는 너무나 친절하니, 반역자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있었다. 매우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가 제기한 해묵은 주장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누가 써먹은 건데 왜 표절하냐는 그 블로거에 대한 비아냥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지 약 5년이 지났음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다시 제기해야 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서글픔 때문이다. 해당 글은 http://gyuhang.net친일파? 라는 글을 참조하시길. 2001년 5월 28일에 쓰신 글이다.(나중에 포스팅 할 일이 있겠지만, 이 블로그의 주인이신 김규항님과는 일면식도 없고 사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도 않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다. 글과 행동이 일치하는 분인듯 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문제 제기는 중2 때 국사 시간에 선생님을 통해 배웠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일제 치하 36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왜 36년? 한일 합병이라는 관련 링크를 보면 경술국치, 국권피탈, 일제침략, 일제병탄 등으로 불리는 한일 합병 조약은 1910년 8월 22일이다. 10년부터 45년 8월 15일까지 계산해보라. 만으로 해도 35년이 안되는 기간이 왜 36년인데? 사람 나이도 아닌데, 왜 1년을 더 부풀리나?

용어 하나에, 고작 1년에 그리 연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그럼 굳이 친일파라는 친절한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뭔데? 줄여도 시원찮을 엄청나게 치욕스런 기간을 굳이 1년 더 부풀리는 이유가 뭔데?

덧 하나. 친일파(든 반역자든) 재산 환수는 매우 환영하지만, 대한민국이 건국된 직후 활동했던 반민특위처럼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반민특위의 일부가 친일파였다는 아래의 글이 만약 사실이라면, 시간이 흘러 더 모호해지고 간이 부은 오늘날의 친일파들이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반민특위에 스며든 부적격자들, 친일파 청산 좌절의 한 원인 / 김지형

(링크 이동이 상당히 느리므로 이해하고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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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남녀에 관한 이런저런 글들을 보다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보통 "신사, 숙녀 여러분",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이렇게 점잖게 여자와 남자, 혹은 남자와 여자를 열거할 때는 남자가 앞에 오는데, 왜 "된장녀, 된장남", "년놈(욕을 써서 죄송합니다, 어느 분이 쓰신 것을 그대로 옮겨온 거에요 ㅠ.ㅠ)"과 같이 두 부류를 비난하는 단어들에는 여자가 앞에 나올까?

방금도 그런 글을 하나 봐서 궁금해진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고, 나도 남자지만 참 우습다. 좋은 표현에는 남자를 앞에, 나쁜 표현에는 여자를 앞에 사용하면 남자가 우월해지기라도 하나?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히 사용하다 보니 생각없이 쓰는 것일까?

남자가 쓸때는 "숙녀, 신사 여러분", "성인 여남을 대상으로..."라고 쓰고, 여자가 쓸 때는 "신사, 숙녀 여러분",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라는 식으로 서로가 상대방을 앞세워 준다면 보기에는 이상할 지 몰라도, 싸울 일도 줄어들고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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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까? 라는 글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포스팅하려 했으나, 여유가 없어 생각만 해두었다가 나중에 뒷북 치는 글. 물론 Anyway,님 글의 요지와는 조금 벗어난 글이다.

나는 식당에 가서 밥은 혼자 먹을 수 있다. 얼마 전 직장과 본가가 너무 멀어 혼자 독립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가져다 주신 반찬으로 어찌 먹는다고는 해도 이전까지는 거의 4반세기 이상 국없이 식사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지라, 식사를 해도 항상 속이 허했다. 그래서 항상 밤이면 24시간 뼈 해장국집이나, 설렁탕 집을 자주 들락거렸다. 내 기억에 그 전까지는 혼자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듯 하지만, 뭐 혼자 먹는다고 해서 별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요즘도 혼자 식사를 때워야 할 상황이면 별 생각 없이 혼자 가는 편이다. 다만, 창동에 내가 정말 좋아하던 내장탕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은 원체 반찬이 푸짐한지라 혼자 가면 받아주질 않았다. 그런 식당들이 문득 떠올라 불쑥 가고 싶은데 못 가고, 못내 그리울 때면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만약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오늘까지만 상영하는데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모두 바쁘다면 혼자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그런 사태는 없어서 여태껏 혼자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함께 보는 이와 영화 등을 따지는 편이기 때문에, 싫은 이와 함께 봐야 한다면 차라리 혼자 보겠다.

하지만! 술이 문제다. 요놈의 술은 절대로 혼자 못 마시겠다. 맥주는 개인적으로 술로 치지 않기 때문에 예외로 하고, 집에서라도 혼자 소주를 마실라 치면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의 그 맛과 그 기분이 도통 안나더라.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이는 내가 진정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맞다. 내가 무슨 주당도 아니고 술을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나?

여자들은 화장실을 갈 때도 함께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이유일까 궁금하다. 많은 이유들과 설들을 들었지만, 학회에서 인정한 논문급의 수긍이 가는 이유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은 별종이야'라는 의미는 아니다. 남자들 역시 밥을 혼자 못 먹고, 영화를 혼자 못 보고, 술을 혼자 못 마시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녁에 밥이나 한 번 같이 먹을까?"
"야, 오래간만에 만나서 영화나 한 편 보자!"
"야, 얼굴 까먹겠다. 술 한잔 해야지~"
내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나도, 내 주위 사람들도 가끔 만나는 친구들에게 예의상 이런 말을 부지불식간에 하곤 한다. 나는 그런 이벤트성 만남을 가지는 이들을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마음을 나누는 벗들과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을 함께 마시는 친구들 모두에게 동일한 친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술친구'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 그런 친구들이 존재한다. 정말로 자주 만나는 친한 친구는 굳이 술을 핑계로 하지 않아도 반갑지만, 어떤 친구는 가끔 만나도 밥이나, 술이나, 영화같은 수단을 핑계로 만나게 된다. 왜일까? 안그러면 만나서 뻘쭘하니까. 분명 후자의 친구들은 나와 추억이나 비밀같은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오랜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뎠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공감대가 없는 친구들일 것이다.[각주:1] 그들에게 친구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는 하지만, 실은 그냥 '지인'에 가까운...

나는 그런 이들을 내 마음 속에서는 친구로 분류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다른 많은 이들은 이들 역시 친구라고 분류할 것이다. 이른바, 나는 친구를 가능한 한 좁고 깊게 사귀는 성향의 사람이고, 그들은 어느 정도 얕아지는 것을 감수하고 넓게 사귀는 성향의 사람일 것이다. 내가 한때 이런 사람이어봐서 알지만, 흥미롭게도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사람을 넓고 깊게 사귀면 그게 가장 좋은 것 아닐까?'라고 말하며 그것이 분명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20대 초반의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내 인간 관계가 그렇다고 믿었지만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밥친구', '술친구', '영화친구' 같은 이들을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술로 한 맹세는 술이 깨면 사라진다.'는 지금은 유명한 온라인 게임이 되어버린 한 만화의 대사처럼, 수단이나 용건이 있어야만 만남이 가능한 사람들은 그런 요건들이 사라지면 '우정'이라는 단어 역시 부질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나와 주위 사람들만을 보며 느낀 결론이고, 정말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넓고 깊게 사귀는' 인간 관계의 결정체인 사람은 실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삶을 더 살아가면서 내 인간 관계에 대한 가치관은 다시 한번 변할 수 있을까?

그와 더불어, 여자들의 우정이란 어떤 것일까? 여자들은 정말로 화장실도 함께 갈 만한 사이이기 때문에 화장실도 함께 가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사이 정도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나는 너를 중요하게 생각해'라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화장실에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것일까? 여자들로부터 듣지 않으면 오묘하고, 듣고 나면 더 오묘한 이 심리를 사람인, 더구나 남자인 내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1. 그 사람과 처음 만난 이후로 지난 물리적인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만난 시간은 짧아도, 함께 공유하고 서로 힘을 준 시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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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글씨 이야기를 한다는 게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직업상 글씨를 많이 써야 한다거나 저처럼 필기 도구로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중요한 내용을 생각을 정리하면서 쓸 때는 컴퓨터에 쓰기보다 직접 쓰는 편입니다. 키보드로 따닥거리면 생각이 정리가 잘 안되더군요. 저는 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 녀석인 듯...

어제 문득 생각할 거리가 떠올라서 A4지에 끄적이다가 유난히 글씨가 잘 써지더군요. 그래서 A4지를 낙서로 채우다가 문득 글씨를 잘 쓰는 노하우는 무엇이 있을까? 재미있겠다 싶어서 포스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글씨를 잘 쓰니 배우세요!'라는 식의 글은 아닙니다.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이 명확히 우열을 가리거나, 점수를 매기듯 계량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자신이 아무리 잘 쓴다고 생각하더라도 어떤 이의 글씨를 보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죠. 글씨를 자주 쓰시는 분이라면 보시고 이 점은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하시면 얻어가시면 되는거고, 이건 아니다 싶거나 더 좋은 노하우가 있다 싶으신 분은 댓글 달아주시면 제가 얻는 거고 말이죠.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글씨를 다른 사람이 읽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남에게 보일 필요가 있는 글씨를 잘 쓰는 것은 확실히 득이 될지언정 실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을 첫인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글씨는 조금 다릅니다. 말이나 외적인 꾸밈은 한두번의 만남에서는 숨기기 쉽지만, 글씨는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바꾸기 쉽지가 않기 때문이죠.

아래 방법들은 제가 생각해본 글씨 잘 쓰는 노하우들입니다. 이 방법들은 혼자 끼적이는 글씨가 아니라 다른 이에게 보일 필요가 있는 글씨를 쓸 때, 또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한글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전제합니다.(하지만, 한자를 비롯하여 영어 알파벳이나 다른 문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 線正直心正

'선이 바르면 마음이 바른 것이다.'라는 뜻 정도가 될 듯 합니다. 무슨 책에 저런 말이 있어서 인용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께서 책상 줄이 비뚤어져 있을 때마다 이 말씀을 칠판에 쓰시면서 혼내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선생님께서도 제자 한 명이 저 말을 엉뚱하게 이런 데 갖다 붙일 줄은 생각도 못하셨을 듯 하네요.

저는 저 선생님의 말씀에 '線正直心正, 心正直線正'이라고 덧붙이고 싶네요. 서예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일상 생활에서 바른 마음이 바탕이 되어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글씨에서 바른 마음이 나오는 거고요. 생각해보니 제가 정말 손에 꼽는, 훌륭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은 나름 글씨를 잘 쓰는군요.

약간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제 친구 중에 정말 만화나 캐릭터를 잘 그리는 녀석이 있어서, 만화를 잘 그리는 방법에 대해 잠시 배운 적이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 그녀석이 대뜸 A4지에 직사각형을 그려주더니 그 사각형을 자로 그은 듯이 반듯하게 수평선, 수직선, 대각선으로 채우라더군요. 글씨를 쓰는 법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른 선에서 바른 글씨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2. 예쁘다고 생각하는 필체나 폰트가 있으면 구조를 유심히 관찰한다

이 점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폰트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궁서체를 꼽겠습니다. 그렇다고 궁서체로 써야만 가장 예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초성, 중성, 종성의 이상적인 배열과 구조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글씨체가 궁서체라는 말입니다. 저는 또 한글 프로그램의 테나무체를 좋아합니다. 귀여우면서 품위가 떨어지지도 않아서 공식적인 필체로 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2번은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구요. 글씨에 자신이 있으신 분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를 더 중시하시겠지요. 하지만 내공이 부족한 저같은 경우는 예쁜 글씨체를 보고서 몇몇 스타일은 제 필체에 접목시키기도 합니다.

3. 필기도구에 강약의 힘을 주며 글자를 쓴다

이렇게 하면 글자에 볼륨감이 있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글자들이 S라인이 된다고 할까나... 이렇게 자유자재로 힘을 주기에 가장 좋으면서 실용적인 필기도구는 아무래도 연필과 만년필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일반펜도 가능은 합니다만, 연필이나 만년필만 못한 듯 합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는 거의 모든 선생님들께서 연필로 글씨를 쓰게 하시고 샤프를 쓰면 혼내셨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샤프로 글씨를 쓰면 힘을 주기가 어려워 예쁜 글씨체를 발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예쁜 글씨를 쓰는데 있어 필기도구에 주는 힘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선 예쁜 글씨만큼 속도도 중요하지요. 손가락의 힘과 속도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듯 싶습니다.

또한 샤프는 힘을 주기 어려워 볼륨감 있는 글씨를 쓰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필기도구를 용지에서 45° 정도 기울여 사용하기 때문에 샤프로 글씨를 쓰다보면 샤프심이 사선으로 닳게 됩니다. 말하자면 단면이 원에서 타원형이 되는 건데요. 이 면의 날카로운 부분과 뭉툭한 부분을 이용하여 약간의 힘을 넣고 빼면서 글씨를 쓰면 무려 궁서체와 같은 글씨를 쓸 수도 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굉장히 신경쓰이고 글씨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보이시겠지만, 숙달되면 거의 의식하지 않고 샤프를 약간씩 돌려가면서 글씨를 쓰는 자신을 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4. 자음을 대충 갈겨쓰지 않는다

제 경험으로는 특히 ㄹ, 그외에 ㅈ,ㅊ,ㅍ,ㅎ등을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ㅁ을 세모처럼 쓰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쓰면 글이 전체적으로 예뻐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이 그 글자를 확인하려다 보니 읽는 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5. 자음, 모음의 크기 조절로 느낌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제 경험으로는 글씨를 못쓰더라도 초, 종성(그러니까 자음)을 비교적 크게 쓰면 글씨가 전체적으로 귀여워 보이고, 중성(모음)을 힘있고 길게 쓰면 어느정도 품위있어 보이더군요. 그러니까 나이가 어리다면 전자의 방법을 택하면 되겠고, 어느정도 나이가 있으시다면 후자를 택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정상적으로 자음 혹은 모음을 부각시키라는 뜻이 아닙니다. 직접 연습해보시고 조절하시다 보면 이 말 뜻을 이해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6. 대외용 필체와 속기용 필체를 각각 개발해두면 좋다

3번의 대안으로 전 이 방법을 씁니다. 저에게는 시간을 희생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거나 윗사람들에게 쓰는 글에 사용하는 필체, 일상 생활에서 가독성과 속도 사이에서 타협을 보아야 할 경우 사용하는 필체, 속도를 중시하여 거의 저만 알아볼 수 있는 필체,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세 필체를 찍어 올리고 싶지만, 남에게 자랑할 만한 명필은 아닌지라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ㅡㅡ;;

7. 글자도 중요하지만, 글씨가 파도를 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줄이 없는 용지에 글씨를 쓰다보면 글씨가 위, 아래로 파도를 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글자 하나하나를 예쁘게 쓴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잘 쓴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엔 차라리 가이드라인이 있는 용지에 글씨를 쓰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손 전체로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필기도구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나 난감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좋은 지침이 있더군요. 링크합니다.



8. 용지를 15~20° 정도 비스듬히 하고 쓰는 것이 좋다

이렇게 글씨를 쓰면 쓰기에도 편할 뿐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가 기울임 효과를 준 것 같이 보입니다. 기울임 효과가 나니 다소 글자를 못쓰더라도 예뻐보이더군요. 단, 주의할 점은 가이드라인이 없는 A4지 같은 곳에 글씨를 쓸 경우 글씨가 7번과 같이 파도를 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라인이 점점 올라가거나 점점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저는 종이를 가능한 한 어깨 기준으로 팔 쪽이 아니라 머리 쪽으로 가까이 두어 쓰는데요. 용지가 눈에 가까울 수록 오차를 줄이기 쉬운 것 같습니다.

9. 필기 도구를 잡는 손가락의 위치를 가능한 한 어린 나이에 바로잡는다

이것은 제가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보통 엄지와 집게 손가락이 필기도구 끝부분을 잡아야 바른 방법이라고 하던데, 저도 고치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이미 먼저 방법이 습관이 된지라 속기하려면 불편해서 자꾸 실패하게 되더군요. 솔직히 보통 말하는 바른 방법으로 써야만 더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 시절, 엄청나게 글씨를 써대다 보니 제 방법은 손가락 마디에 굳은 살이 많이 박히더군요. 명필보다는 다필을 위해서라도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항목도 있고, 너무 저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닌가 싶은 항목도 있네요. 하지만 어차피 저를 위해서도 한번은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투자할 것들이 참 많은 세상인지라, 점점 사용할 일이 적어지는 글씨를 잘 쓰는 노력같은 건 점점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같이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글씨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씨처럼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따르는 것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명필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성이 깃든 자신만의 글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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